“왜 약자끼리 싸우게 하나” 당내 비판에···이준석 "용산 이전이 더 비판 많아"

문광호 기자

 당 회의서 “선거 앞두고 왜 그러느냐”지적에

 이 대표, ‘집무실 이전 비판 더 많다’ 취지 반박

“비문명적” 전장연에 사과 없다며 강경자세 유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2022 나는 국대다’ 압박 면접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2022 나는 국대다’ 압박 면접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향해 연일 비난성 발언을 쏟아내자 당 안팎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판이 나왔고,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전장연 시위 현장을 찾아 사과했다. 이 대표는 “전장연에 사과할 일이 없다. (전장연 시위는) 매우 비문명적”이라며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다. 당 회의에선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한 비판이 더 많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오는 29일 전장연과 면담을 갖는다.

이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를 향한 비판과 우려가 나왔다. 김예지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충무로역 3호선 승강장에서 열린 전장연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에 안내견 조이와 함께 참여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 장애인 시위 비판과 관련해 무릎을 꿇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종성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쯤 이 대표와 약 40분간 면담하며 이 대표가 이동권 시위를 비판하는 점에 대한 우려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미경, 조수진 최고위원이 이 대표에게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고위원들이 “하필 선거를 앞두고 왜 그러느냐”,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대립각을 세워 비판이 많다”고 지적하자 이 대표는 ‘용산 이전이 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오는 29일 전장연을 찾는다.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에서 “전장연과 김도식 (인수)위원이 지금 소통 중”이라며 “내일 지하철역으로 가서 찾아뵙고 정중하게 말씀드리고 정책 관련 예산을 어떻게 반영해서 권리를 (어떻게) 찾아줄 건지에 대해서 경청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장연 시위에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장연 시위 방식에 대해 강하게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은 시위했다고 하지만 지하철 출입문에 휠체어를 끼워 넣고 운행을 중지하는 방식”이라며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서 본인의 뜻을 관철하려는 것 매우 비문명적이다. 당연히 전장연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이 ‘김예지 의원은 지하철 시위로 가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는데 사과하거나 시위에 방문할 계획이 있나’라고 묻자 “전장연에 사과할 일이 없다”며 “김예지 의원은 개인 자격으로 행동한 것이기 때문에 제가 거기에 참가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앞줄 오른쪽)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3호선에서 열린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요구 시위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앞줄 오른쪽)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3호선에서 열린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요구 시위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 장애인 단체와의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24일 전장연과의 간담회를 제외하고 장애인 단체와 공식 간담회를 연 적이 없다. 전장연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와 면담은 형식적이었고 후속 조치도 없었다”며 “기억에 남는 장애계와의 면담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전장연이 장애인 단체 중 투쟁 방식이 강력한 것이지 5개 법정 단체에 비해 대표성이 약하다”며 “그곳의 의견이 옳은 것이라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장애계 5개 법정단체(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부모회,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한국장애인연맹)와도 별도로 면담한 적이 없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선에서 이긴 당, 두 달만 있으면 여당이 되는 당의 대표가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는 없나”라며 “다급하게 지하철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도 사회적 약자이고, 이동권 등 생존이 걸린 문제를 갖고 시위하는 장애인들도 약자다. 왜 약자끼리 싸우게 하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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