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를 통한 세대교체론이 떠오르고 있다. 당내 최대 정책그룹인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새로운 구상을 갖춘 세력과 인물이 부상할 수 있어야 한다”며 97세대 인사들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유력 당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재명 의원과 전해철·홍영표 의원 등이 아닌 제3의 인물을 내세우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일부 계파 의원들과 중진들은 “나이로 자르는 인위적 교체는 쇄신이 아니다”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세대교체 바람이 커질 경우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참패 이후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갈등이 한창인 민주당 내부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 41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전당대회는 시대 변화를 반영한 가치와 철학, 당의 노선을 재정립하는 전기가 돼야 한다”며 “달라지려면, 새로워져야 한다. ‘개선’으로는 국민의 재신임을 받을 수 없다. 혁신의 핵심은 결국 ‘새로움’”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은 지난 4·7 보궐선거, 대선, 지방선거까지 연속해서 선택받지 못했다. 국민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게 책임을 물었고, 심판했다”며 “지금 변하지 못하면 유권자의 선택은 굳어질 것이다. 우리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밝혔다. 또 “‘다름’과 ‘새로움’, 그리고 이를 구현할 새 얼굴은 민주당을 다시 세우기 위한 열쇳말”이라며 “이들이 기성 세력 및 인물들과 치열하게 경합할 때 민주당은 내일을 준비할 풍부한 리더십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8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가치와 의제, 그리고 인물의 부상을 통해 민주당의 얼굴과 중심을 바꿔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우리가 먼저 줄탁동시(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고사성어)를 실천하겠다”고 했다.
당내 최대 정책 모임인 더미래가 새로운 얼굴을 찾아나서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것은 이재명·전해철·홍영표 의원 등 유력 당대표 후보군이 아닌 제3의 후보를 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더미래 소속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선거 패배 책임이 있고 계파 수장급인 유력 후보들이 나선다면 이미 여러번 실망한 민심이 다시 절망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인물로서 쇄신의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미래가 본격적인 세대교체론 부각에 뛰어들면서 전당대회 판도도 들썩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재선 그룹인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전재수 의원과 원외인사인 김해영 전 의원 등 이른바 97세대 인사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내에선 이들이 전당대회에 뛰어들 경우 이재명·홍영표·전해철 의원 등 유력 주자들에 대한 출마 견제 여론에도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당 주류인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과 2030세대의 중간인 이들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이 인물 경쟁력이나 대안 제시 능력을 보여줘 스스로 부상한 상황이 아니라 당내 친이재명·비이재명계 간의 경쟁·갈등 구도와 86그룹 용퇴론 사이에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은 안규백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선배 정치인으로서 꿈과 비전이 있는 청년 정치인들의 도전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면서도 “우리 당의 가치를 발전시킬 비전만 있다면 나이나 선수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인위적으로 조정하면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젊은 사람이 분명한 가치와 노선을 중심으로 새롭게 나온다면 희망을 만드는 것이니 좋은 일이겠지만 그 기대감을 채울 내용들이 보이지 않는다면 과거 물리적인 물갈이식 세대교체론과 다를 바가 없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차별화된 미래 비전이나 민주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복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유력 후보들이 불출마하고 97세대가 그 자리를 채우더라도 전당대회가 계파 대리전 수준으로밖에 비춰지지 않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