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을 겨냥한 검·경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8월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고심도 커지고 있다. 이 의원은 공개 행보를 자제하고 있으나,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은 이 의원의 출마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일부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은 “개인 사법 리스크를 당이 떠안을 수 있다”고 반대했다.
이재명 의원은 최근 공개 행보를 자제하고 당 대표 선거 출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라 들을 때”라며 “대선과 지방선거 평가를 비롯한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본격화한 검·경 수사가 이 의원의 정치 행보에 변수로 떠올랐다. 경찰은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아파트 개발 사업 의혹 수사를 위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검·경은 대장동 개발 특혜, 변호사비 대납, 성남FC 후원금, 이 의원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사법살인 기도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검경 수사가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지지하는 한 수도권 의원은 “이번 수사로 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재명을 지키자’는 위기의식이 커질 것”이라며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정부의 ‘보복 수사’라는 외부 위기에 맞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친명계 의원들은 사법 리스크와 무관하게 이 의원이 당을 혁신할 적임자라는 입장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국민과 당원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당 대표만이 계파 갈등도 잠재우고 기득권 내려놓기를 위한 당 혁신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검찰들의 정치 수사는 이 의원을 넘어 야권 전체를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는 특정 정치인의 문제가 아닌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했다.
비명계 의원은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당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이 의원 출마에 반대하는 한 수도권 의원은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는 본인도 죽고 당도 죽이는 길”이라며 “유무죄를 떠나서 당대표 선거도 방탄 출마했다는 논란에 빠질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의원은 “사법 리스크와 무관한 당대표가 나와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의원을 겨냥한 정치보복 수사에 맞서 더 자유롭게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당권 주자들은 이 의원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초·재선 의원 일부는 이재명, 홍영표, 전해철 의원의 동시 불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전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불출마하더라도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출마 의지도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는 세 사람이 모두 출마하면 8월 전당대회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