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국회법 개정안 위헌 소지”…윤석열 대통령, 유권해석으로 민주당 우회 압박

유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제처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통령령(시행령)에 대한 입법부 통제를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위헌 소지가 많다”고 밝힌 의견과 유사하다. 개정안이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 학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법제처가 윤 대통령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윤석열 정부가 정부 유권 해석을 통해 민주당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16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법제처는 조 의원이 지난 14일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김 의원 질의에 “정부가 국회의 요청대로 행정입법을 수정·변경해야 한다면 헌법상 부여된 정부의 행정입법권과 법원의 행정입법에 대한 심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법제처는 “현 단계에서 법제처가 국회에 공식적인 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면서도 “다만 2015년 당시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내용에 맞지 않을 경우 국회 상임위가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요청받은 사항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에 대해 정부가 재의 요구를 한 사례가 있음을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2015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동일한 내용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를 근거로 든 것이다.

법제처는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세 가지 이유도 근거로 들었다. 정부가 국회의 요청대로 행정입법을 수정·변경해야 한다면 헌법상 부여된 정부의 행정입법권과 법원의 행정입법에 대한 심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는 점, 정부가 국회의 수정·변경 요청에 그대로 따라야 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해석상 논란을 초래하고 집행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 정부 정책의 효율성과 일관성이 저해되어 정부 업무 수행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밝힌 이유와 유사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 요구를 가진다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고 답했다.

2015년 유승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함께 처리했다. 당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은 조 의원이 대표발의한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시행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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