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유사한 ‘고유가·고금리’ 대책…원구성 협상에 발목잡힌 민생

박광연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여야가 고유가·고금리 등 주요 민생 문제를 놓고 유사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율을 최대 50%까지 늘리는 입법을 추진하고, 시중은행에 예대마진 축소 등 고통 분담을 촉구하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한달 가까이 지연되면서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민생 대책은 표류하고 있다.

유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유류세 최대 인하율을 50%로 높이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율을 현행법상 최고치인 37%까지 높였지만, 전국 평균 유가가 ℓ당 2100원대(6월 넷째주 기준)까지 치솟으며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위는 지난 21일 “유류세를 더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며 입법을 시사했고, 다음날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유류세 인하율을 최대 50%까지 늘리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휘발유와 경유가를 200원 이상 떨어뜨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소 지금 상황에선 50% 정도까지 (인하)해야 1800원대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으로 호황을 누리는 정유사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유사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정유사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불리려 해서는 안된다”며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정부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 21일 “서민들은 ℓ당 2000원이 넘는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고통받는 사이, 대기업 정유사들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고금리 문제와 관련해 시중은행에 예대마진 축소를 요구하며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국민들에게 돈을 빌려 준 은행들은 막대한 이자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업계는 예대금리차 줄이기에 적극 동참하고, 금융당국은 관련 제도 개선에 신속히 나서달라”고 말했다.

김성환 민주장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은행연합회 간담회에서 “예대금리차를 좀 더 줄여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지 않게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관련 입법 사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장인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방식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지난 17일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유가·고금리 대응 방안에는 여야가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추진에 제동이 걸려있다.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한달 가까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민생 입법과 대책을 논의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여야의 원구성 협상은 26일까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내주겠다며 국민의힘에 원구성 협상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섰다. 국회 안팎에선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시급한 민생 현안 해결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