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서 진실 찾아내는 ‘軍의 CSI 수사대’

박성진기자

최초 공개 -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

군 과학수사의 총본산인 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는 군의 ‘CSI 수사대’로 불린다. 서울 용산 국방부 주변에 3층 건물 2동이 자리잡고 있다. 군 과학수사연구소가 18일 언론에 처음으로 내부시설을 공개했다. 과학수사연구소의 캐치프레이즈는 ‘진실을 추구하고 인권을 보호한다’는 것. 법의학부·법과학부와 감식지도실 등 2부1실 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법의학부는 유전자과 등 3개과, 법과학부는 총기화재과 등 4개과로 세분된다.

총기·폭발물 감식과 거짓말 탐지 분야서 독보적
K5권총 분실·평화유지군 헬기 추락 사건 등 해결

총기화재과 감식관이 소총을 총기 발사대 위에 올려 놓고 탄두의 강선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사격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총기화재과 감식관이 소총을 총기 발사대 위에 올려 놓고 탄두의 강선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사격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과학수사연구소가 최근 2년간 해결한 큰 사건으로는 65사단 K5권총 분실사건(2008년 8월18일), 유엔 평화유지군 네팔임무단 헬기 추락사고(2008년 3월4일), 강화 해병 2사단 초병 총기피탈 사건(2007년 12월6일), 자이툰사단 총기 사망사고(2007년 5월 19일) 등이 있다.

65사단 K5권총 분실사건 수사에는 과학수사연구소의 거짓말탐지 검사, 지문 및 유전자 감정 등이 입체적으로 동원되었다. 당시 범인인 모 대위는 대대장의 권총을 훔친 뒤 수사망이 자신을 향해 좁혀 오자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허위 제보를 했으나 결국 체포됐다. 범인은 제보 문서에 자신의 지문을 남기지 않은 것은 물론 글자체까지 달리했으나 유전자과 감식관이 종이의 접혀진 부분에 묻은 땀에서 DNA를 추출하는 바람에 틀통났다.

군의 특성상 군 과학수사연구소는 특히 총기와 폭발물 감식에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범행 현장에 탄피나 탄두 1점만 있으면 어떤 총에서 발사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총기 발사 거리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여러 흔적과 의복의 파열 상태 등을 통해 총이 발사된 거리, 각도 및 총기 발사자의 자세에 대한 정보까지 찾아낸다.

연구소 1층에는 국내 유일의 ‘총기 시사(試射)실’이 있다. ‘탄두 회수 챔버’라고 불리는 총기 시사실은 총기 발사 세트와 탄두 등을 회수할 수 있는 가로 3.5m, 세로 1.2m 정도의 금속 수조(水槽)로 이뤄져 있다. 수조는 물이 절반쯤 담겨 있어 총알의 속도를 감속시킨 뒤 탄두나 탄피를 수거할 수 있는 구조이다.

총기화재과 정영민 감식관은 “총기 시사실에서는 화약량을 조절해 회수한 탄두를 통해 강선흔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 강선흔은 다시 30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쌍안비교현미경을 통해 범행에 사용된 총알의 강선흔과 비교된다”고 설명했다.

문서지문과 감식관이 범행에 사용된 문서의 위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문서에 찍힌 인영과 진본을 비교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문서지문과 감식관이 범행에 사용된 문서의 위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문서에 찍힌 인영과 진본을 비교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남택완 법과학부장은 “총기화재과에서는 20만배까지 확대가 가능한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총알을 격발한 당사자에게서만 추출이 가능한 미세한 화약 흔적까지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서 감식을 통해서는 계룡대에서 발견된 진급비리 관련 유인물에 있는 복사기 토너 흔적을 통해 복사기 기종을 알아내 민간인 범인을 검거하기도 했다.

과학수사연구소는 거짓말 탐지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1961년부터 2003년까지 11차례에 걸쳐 검사관 105명을 양성·배출했다. 여기에는 경찰 검사관 27명과 국가정보원 검사관 6명도 포함돼 있다는 게 박판규 검사심리과장의 설명이다.

유전자과는 안희중 박사(39·유전자과장)와 김지영 박사(32·여·감식관), 군의관이자 의학박사인 이현규 대위(31·감식관)가 이끌고 있다. 안 박사 등은 지난 7월부터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국군포로의 탈북 가족들에 대한 DNA 검사를 시작, 19가족 50명이 북한에서 사망한 국군포로 가족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2005년 12월 발생한 총기와 탄약, 수류탄 탈취사건에서는 현장에 떨어진 머리카락으로 범인을 검거했다. 당시 철조망에서 발견한 길이 7.3㎝의 머리카락이 A형 혈액형 남성의 것임을 알아낸 뒤 예비역 중사가 범인임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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