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군

청해부대 철수 작전명 '오아시스’ 놓고 뒷말 나오는 이유는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작전명 미리 공개한 국방부

사태에 책임 진다기 보다

홍보성으로 여긴다는 방증

18일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에 청해부대 34진과 대체인력이 사용할 의무 및 각종 물자들을 적재 완료한 후 장병들이 완전작전 결의를 하고 있다.국방부

18일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에 청해부대 34진과 대체인력이 사용할 의무 및 각종 물자들을 적재 완료한 후 장병들이 완전작전 결의를 하고 있다.국방부

국방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온 청해부대 34진 전원의 안전 후송을 위한 작전명을 ‘오아시스’로 명명했다. 국방부는 “작전명 ‘오아시스’는 청해부대 활동지역 인근의 환경적 특징을 고려한 것으로, 위안·생명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안전하게 복귀시키겠다는 의지와 빠른 치유 및 안식을 위한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전명에 대한 여론이 별로다. 좀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군 내부에서조차 문무대왕함 장병들의 백신 미접종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합참이 ‘목이 타서 지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인 KC-330 시그너스를 작전에 투입한 것을 빗대 ‘백조가 코로나19로 오염된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것이냐’는 말도 나온다.

작전명 공개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특수임무단을 수송하고 승조원 300여명을 후송하는 특수작전명을 공개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는 것이다. 예비역 장군 A씨는 “오아시스는 작전항공기(KC-330)가 20여개국의 영공을 통과할 때 교신을 하며 사용할 명칭”이라며 “작전항공기의 항로나 국가간 협조사항의 노출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개되면 안되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전항공기의 항로상 인접국가나 테러목적의 무장단체에서는 항공기 경로와 교신을 모두 도청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사 작전명은 군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 결정한다. 군은 작전 명을 통해 작전의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작전명을 보면 작전의 성격을 읽을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정부군이 각각 ‘예루살렘의 검’과 ‘성벽의 수호자’라는 작전명을 내걸고 로켓포 공격과 보복 공습을 주고받았다. 양측 작전명에서 보듯 갈등의 불씨는 이슬람교와 유대교 공동의 성지 예루살렘에서 지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군 작전명에 나오는 ‘성벽’은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에워싼 성곽을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군은 코로나19 백신 운송 작전명을 ‘초고속(Operation Warp Speed)’으로 지었다. 백신 수송의 생명이 속도라는 것을 강조한 명칭이었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수비대는 지난해 초 ‘순교자 솔레이마니’란 작전명 아래 탄도유도탄을 미군의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쿠르드 자치구의 아르빌 공군기지로 발사했다. 이 작전은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에 대한 보복작전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공격 작전명을 ‘순교자 솔레이마니’라고 밝혀 미국에 대한 보복 공격임을 분명히 했다.

통상 군사작전은 어둠이 가시면서 동틀 무렵인 새벽 시간을 택한다. 한국 특수부대의 ‘아덴만 여명 작전’도 동트기 직전 시간에 시작됐다. 이 작전 명칭은 ‘작명’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당시 한민구 합참의장의 작품이다. 한 의장은 아이티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파병부대의 명칭을 최종 결정하기도 했다. 여러 후보군 중에서 한국군이 마치 가뭄의 단비처럼 구호활동을 펼친다는 뜻으로 ‘단비 부대’를 낙점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을 돕기 위한 미군의 구조활동 작전명은 일본어로 친구라는 뜻의 ‘도모다치(Operation TOMODACHI)’다. 일본 국민은 미국의 친구이자 이웃으로, 미국이 가능한 범위에서 이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였다.

명칭은 작전의 성격을 잘 나타내야 한다. 미국이 1990년 8월부터 91년 2월까지 이라크에서 벌인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작전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서 사막은 중동이고 폭풍은 미국의 힘을 상징했다. 한국 자이툰 사단이 2004년 9월 쿠웨이트의 미군 버지니아캠프에서 이라크 북부 아르빌까지 18일 동안 1115㎞의 육로구간을 이동했던 작전의 명칭인 ‘파발마’는 ‘공무로 급히 가는 사람이 타는 말’이란 뜻에서 유래했다.

이번 ‘오아시스 작전’의 명칭을 놓고 합동참모본부가 창군 최초의 감염 철수작전을 ‘민간인 구출작전’ 정도로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작전명을 미리 공개한 것도 청해부대가 작전을 중단하고 귀국하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진다기보다는, 국방부와 합참이 이번 작전의 성격을 홍보성으로 여기는 방증으로 군내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우들을 철수시키는 이런 작전의 경우 작전명을 공개하려면 무사히 청해부대 철수작전을 마친 후에 했어야 맞다는 것이다.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