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진전 대신 상황관리 모드로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12월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12월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지난 12일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석 문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남북관계 변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카드가 불발됐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북한의 올림픽 불참과 미국의 정치적 보이콧, 코로나19 확산 등이 결국 정부의 마지막 시도를 무산시킨 셈이다.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경우 문 대통령의 방중도 검토될 수는 있지만 올림픽 개막을 불과 20일 남겨둔 상황이어서 그와 같은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문 대통령의 방중 포기는 잔여 임기 동안 더 이상 정부가 북한 문제를 위해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공을 들였던 종전선언도 북한이 침묵을 지키고 있어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운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종전선언을 계기로 지금보다 더 나은 남북관계를 만들어 차기 정부에 안정적인 상황을 물려주려 했지만, 북한은 이미 문재인 정부가 아닌 차기 정부를 겨냥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기회를 잡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도 이제는 남북관계 진전보다 상황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뒤 “앞으로 더 이상 남북관계가 긴장되지 않고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각 부처에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대선에 악영향이 미치는 것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드러나 있다.

현재로서는 상황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성공에 이어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독자제재 카드를 꺼냈다. 3월에는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의 상징’으로 여기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될 예정이다. 북한이 4월 김정은 당 제1비서 추대 10주년(11일)과 김일성 생일 110주년(15일) 등을 계기로 도발적 행동이나 대외 메시지로 반발하게 되면 한국의 정권 교체기에 한반도 정세가 급박해지는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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