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미사일 위협 고조 속에 만난 한·미·일 국방장관…안보협력 강화키로

박은경 기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1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을 계기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가운데),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3국 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1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을 계기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가운데),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3국 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미·일 3국이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2년 7개월 만에 열린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미사일 경보 훈련과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훈련 정례화와 공개 진행 등 대북 공조 방안에 합의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단순한 위협수준을 벗어나고 있고 이는 국제사회의 평화 안정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라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을 위해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한·일 간에는 여러 현안이 남았지만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현안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가겠다”면서 “한·일 안보협력 정상화는 물론 3국 간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일본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 모든 계획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고 한국군의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앞서 11일에는 아시아안보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과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했다. 3국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긴밀히 협력을 약속하고 구체적 조치를 논의했다.

이 장관은 회담 후 취재진을 만나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해서는 포괄적 수준에서 논의했다”며 “대표적으로 미사일 경보 훈련이나 추적, 감시 이런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3국이 그간 비정기적으로 진행된 미사일 경보 훈련과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각국 해상에 위치한 함정에서 시행하는 미사일 경보 훈련은 분기별로 시행되오다 2018년 이후 남·북·미 대화 분위기 등으로 비공개적으로 이뤄졌고, 제때 열리지 않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훈련은 미국 주도의 격년제 다국적 해상훈련인 환태평양훈련(림팩·RIMPAC) 계기로 열리는 ‘퍼시픽 드래곤’ 훈련으로 역시 불규칙적이었다.

한·미·일 장관은 추가 조치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따라 군사적 압박 범위를 넓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장관은 각국 병력이 대규모로 한곳에 모여 기동하는 3국 연합 군사훈련에 관해서는 “한·미 군사훈련과 한·미·일 군사훈련은 다르다”면서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가 반영됐다. 3국 장관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정보 공유, 고위급 정책협의, 연합훈련을 포함한 3국 협력 심화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통상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쓰는 표현이다. 또 이들 장관은 현 상태를 변경하거나 역내 긴장을 고조하는 어떠한 일방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함을 표명하고,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타국이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말하는 것은 ‘내정간섭’으로 여기기 때문에 반발이 예상된다.

한·미·일 국방 수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19년 11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 공조,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러 현안에서 한·미·일 3국 공조 중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한·미·일 국방장관은 이번 회담으로 대북 결속은 과시했지만, 한·일 간 안보협력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저공 비행하는 일본 초계기에 대한 한국 군함의 레이더 조사(照射) 논란으로 한·일 국방 당국 간 감정의 골이 여전히 깊다.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한·미·일, 한·미,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열렸지만 한·일 국장방관 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한편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선 북한의 핵실험 시 미군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신속히 전개한다는 데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회담에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한·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 개최, 미 전략자산의 조율되고 적시적인 전개 등을 위한 양측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지속해서 제공할 것임을 강조했다. 양측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연합훈련 규모 확대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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