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고출력 고체 로켓엔진’ 개발의 꿈···단거리서 중장거리로

박은경 기자

2017년 김정은, 액체서 고체로켓엔진으로 확고 전환 선언

2018년 열병식서 고체연료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공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오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시험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오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시험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16일 공개한 고출력 로켓엔진 시험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체연료 추진 방식은 발사까지 준비시간이 짧고 즉응성이 뛰어나 사전탐지가 어려운 데다 기동력까지 갖춰 북한이 오랫동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기술이다. 북한은 고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 개발을 단거리에서 중장거리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북한은 지난 2016년 3월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출력(고출력) 고체로켓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및 계단분리 실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로켓공업발전에서 새로운 도약대를 마련했다”며 “영원히 잊지 못할 날”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해 4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1형을 발사했고, 2017년 2월에는 같은 형태의 고체엔진을 탑재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 2형을 이동식차량발사대(TEL)에서 쐈다. 김 위원장은 북극성 2형 시험발사를 참관한 자리에서 “우리의 로케트공업이 액체로케트 발동기로부터 대출력 고체로케트 발동기에로 확고히 전환됐다”면서 향후 전략미사일이나 ICBM에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사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은 당초 무수단 미사일 엔진을 기반으로 한 ICBM 대출력 엔진을 ICBM급인 KN-08과 그 개량형인 KN-14에 장착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2016년 8차례나 무수단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지만 한 차례만 빼고는 모두 실패했다. 이에 격노한 김 위원장이 고체연료 추진 기술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중간 단계적 의미를 띄는 북극성 2형 성공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고체연료 추진 ICBM 개발에 착수했다. 2017년 8월 ICBM용 소재를 개발하는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방문한 김 위원장은 “고체로켓 엔진과 탄두를 꽝꽝 생산하라”고 지시했다. 2018년 2월 북한군 건군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고체연료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을 첫 공개하기도 했다.

15일 동창리서 실시한 고출력 로켓엔진 시험은 중장거리용 개발 의도

북한의 발표대로 15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실시한 고출력 로켓엔진의 추진력이 140tf(톤포스·14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 규모라면 이는 ICBM에 대형화한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개발한 ICBM 중 최신형인 ‘화성-17형’의 1단 엔진은 80tf의 구소련 RD-250 쌍둥이(트윈) 액체연료 엔진 2개를 클러스터링(결합)해 160tf가량의 추력을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시험한 엔진은 클러스터링 없이 1개만으로도 140tf의 출력은 낸다. 북한 발표가 사실이라면 미국의 대표적 ICBM인 ‘미니트맨-3’보다도 크다. 미 공군이 운용하는 ICBM ‘미니트맨-3’는 총 3단으로 구성됐는데 고체연료 1단 엔진의 추력이 80tf 수준이다.

북한은 또 이번 시험에 ‘추진력 벡토르(벡터)조종기술’을 도입했다고 밝혀 엔진에 추력방향제어 기술인 ‘스러스트 벡터 컨트롤’(TVC)을 적용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구조가 단순해지고 무게가 줄어들어 추력과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는 의미다.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의 고체연료 엔진은 통상 함경남도 함흥에서 연구개발·생산한다. 이번 시험이 장거리 발사체 관련 시설인 동창리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ICBM에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오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시험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오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시험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대출력 고체엔진 개발이 완료되면 콜드 론치 방식으로 이동식 발사대 발사관에 장기간 탑재 상태로 작전대기가 가능해진다”며 “사전연료 주입 과정 없이 탄도미사일의 기습 공격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콜드 론치는 압축 기체를 이용해 미사일을 튀어 오르게 한 뒤 연료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에 시험한 엔진은 최근 열병식에 공개한 북극성 5ㅅ형 엔진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공개된 사진에서는 고체엔진의 직경이 2m 안팎으로 보여 추진력이 140tf까지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엔진이 북극성 5형에 준하는 엔진이라면 북한은 실제 ICBM에 적용할 더 직경이 큰 고체연료엔진을 추가개발할 것이고 이는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우주발사체 기술과도 공유돼 북한 전략무기 수준은 점차 고도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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