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에 ‘사후매수죄’ “한국만 적용…제도 바꿔야”

이범준 기자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가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사례에서 보듯 후보매수죄의 법 적용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정부 출범 후 직(職)을 매개로 한 ‘대통령-총리’의 역할 분담은 법 조항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전 국민이 투표로 뽑은 대통령의 정치행위를 검찰이 법의 잣대로 뒤늦게 문제 삼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 ‘대통령-총리’ 분담 논란 가능성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 사퇴를 전후로 대가를 주고받으면 처벌토록 하고 있다. 사퇴 전 대가를 주고받거나 약속한 경우는 물론 사퇴 후에 대가를 주고받거나 약속한 경우도 ‘사후매수죄’가 적용된다. 사퇴 전에 아무런 합의가 없었더라도 처벌된다. 지난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판결에서 대법원이 그렇게 정했다. 조건 없이 사퇴한 다음 나중에 금품이나 공직이 오가도 법원이 대가성을 인정하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은 선거법이 ‘공직’을 주고받는 것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후보가 상대방에게 후보 단일화의 대가로 차기 정부에서의 공직을 제안하고 받아들이면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사퇴한 후보자가 총리를 맡는다고 합의할 경우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단일화는 조건 없이 했더라도 정부 출범 이후에 공직을 주면 사후매수죄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 당선 땐 문제 삼기는 어려울 듯

검찰은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후보 단일화를 하자 후보 매수죄를 검토했다. 김종필 총재가 국무총리를 맡기로 한 것을 문제 삼았다. 검찰은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뒤 이를 언론에 흘렸다. 하지만 김대중 후보가 당선된 뒤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면서 없던 일이 됐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기소가 가능하다고 본다.

선거법을 잘 아는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두 사람이 단일화 과정에서 공직을 걸 경우 법리상으로는 상황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관련 조항을 넓게 해석한다면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1997년 대선 때도 그랬지만 검찰이 선거가 끝난 뒤 기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기소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은 법리적으로 가능성은 있지만 전 국민의 투표를 거친 대통령 선출 과정을 검찰이 문제 삼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 취임 뒤라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문제 삼기가 불가능하다.

■ 일부선 “이번 기회에 고쳐야”

이번 기회에 ‘사후매수죄’ 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결선투표가 없는 현실에서 국민들의 의사를 폭넓게 결집할 수 있는 길을 막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결선투표제를 두거나 연립정부 구성을 통해 국민의 의사를 결집하고 있다”며 “사후매수죄가 엄격히 적용된다면 연정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소수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곽노현 전 교육감이 제기한 사후매수죄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 중이다. 헌재는 법리적 문제는 물론 이런 정치적인 부분까지 포괄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으로 사후매수죄는 한국 외에는 일본 정도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일본도 1966년 이후 적용 사례가 없다. 일본 학계도 사후매수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 리쓰메이칸대 혼다 미노루 교수도 최근 연구 발표에서 “공직 후보가 사퇴한 다음 (이를 위로하기 위해) 후원회장이 금품을 줘도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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