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인물탐구

⑦ 독서·얼리 어답터 - 박근혜

이지선 기자

동양철학서 읽으며 부모 잃은 충격 다독여

싸이월드 홈피 애착, 민생정치 나침반 삼아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분들이 계셨는데…. 재미있게 읽은 책들 중에 ‘열국지’(한 질이 열 권으로 되어 있어 좀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지만)와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2010년 7월31일 자신의 트위터)

“책을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개해주신 책 중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최근에 읽었고 ‘생각의 좌표’도 읽어보겠습니다.”(2010년 8월1일 트위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트위터로 책을 추천하고 팔로어로부터 책을 추천받는 장면이다. <열국지>는 명나라의 풍몽룡이 쓴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고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는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제국의 탄생부터 전성기까지를 다룬 작품이다. 박 후보의 트친(트위터 친구)이 추천한 <생각의 좌표>는 언론인 홍세화씨의 에세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005년 자택 서재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 | 박근혜 후보 제공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005년 자택 서재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 | 박근혜 후보 제공

▲글쓰기에도 관심 문인협회 회원

휴대폰 안 갖고 다녀 비서 통해 연락

지난해 말 인터뷰에서 최근 감명깊게 읽은 책을 묻는 질문에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언급했다. 대선 캠프에서 영입설이 제기됐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읽었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자신의 삶을 바꾸고,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중국 근·현대 철학을 대표하는 학자인 펑유란의 <중국철학사>를 든다. 춘추전국시대에서부터 청나라까지 중국의 사상적 전개과정을 정리한 책이다. 수필 문예지인 ‘월간에세이’ 2007년 5월호에서 박 후보는 ‘내 삶의 등대가 되었던 동양철학과의 만남’이라는 글에서 “22살의 나이에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고 몇 년 되지 않아 아버지마저 또 그렇게 보내드려야 했다. 숨쉬는 것조차 힘이 들었고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며 “동서양의 고전을 읽고, 명상을 하고, 매일 일기를 쓰고, 나를 돌아보며 마음의 중심을 잡아가던 때 만난 책이 중국철학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포기하기보다 ‘운명이 나에게 준 사명과 책임’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 작든 크든, 무겁든 가볍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면, 고난을 벗 삼고 진실을 등대 삼는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도 썼다.

박 후보는 스스로 밝힌 대로 청와대에서 나와 정치를 시작하기 전까지 18년 동안 가장 왕성하게 독서했다. 박 후보는 자서전에서 부모를 흉탄에 잃은 충격을 다독이는 데 “독서도 한몫을 했다”고 밝혔다. “그 무렵 나는 법구경과 금강경 등 불교 경전과 성경을 두루 찾아 읽었다. 동양철학과 관련한 책들과 정관정요, 명심보감 등은 머리맡에 두고 수시로 보았다. 선인들의 뜻깊은 말 중 마음에 남는 것이 있으면 공책에 메모해두고 생각이 어지러운 날 다시 펼쳐보곤 했다.”

박 후보가 트위터에 소개한 <열국지>에 대한 이야기도 일기에 등장한다. “오늘 열국지를 다 읽었다. 그 전체 소감을 어떻게 표현할까? 열국지는 어느 의미에서 지도자론이다. (중략) 지도자는 나라를 지키고 국민이 편안하게 살도록 다스릴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정치의 요체란 무엇인가? (중략) 항상 깨어 있는 지도자, 마음을 바르게 하고자 끊임없이 정진하는 지도자는 나라와 국민의 복이며 하늘의 축복이고, 지도자가 국가와 국민에게 바칠 수 있는 최대의 봉사인 것이다.”(1991년 2월21일)

같은 해 8월21일 일기에는 <인간 석가>를 읽고 있다고 소개한다. “어제 저녁에는 ‘제바달다’의 모반 부분을 읽었는데 역시 불타 같은 분도 이런 고통을 당했구나 싶어 마음의 위안이 되기도 하고, 인간 세상은 사람들에게 어김없이 이런 시련을 주는구나 싶기도 했다. 내가 그동안 사색을 통해 얻은 여러 가지 생각이 그 책 속에서 읽혀질 때는 반갑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책같이 좋은 친구도 드물 것이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지난 10월 카카오톡 프로그램을 만든 분당의 (주)카카오를 방문, 애니팡 게임을 하고 있다. | 박근혜 후보 제공

박근혜 대선 후보가 지난 10월 카카오톡 프로그램을 만든 분당의 (주)카카오를 방문, 애니팡 게임을 하고 있다. | 박근혜 후보 제공

박 후보는 독서 이외에 글쓰기에도 관심을 가져 1994년 한국문인협회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 <내 마음의 여정> 등 수필집을 냈다. 박 후보는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2007년에 작성한 90문 90답에서도 ‘핸드폰 컬러링과 초기화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핸드폰 안 가지고 다닌다”고 답했다. 친박근혜계 의원들도 수행 비서를 통해 박 후보와 연락한다. 박 후보가 누군가를 찾을 때에는 ‘발신번호제한’으로 전화를 건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 ‘발신번호제한’ 번호만 기다린다”는 농담이 돌기도 했다.

박 후보가 애착을 갖고 관리하는 것은 싸이월드 미니홈피다. 2004년 처음 싸이월드를 시작한 뒤 박 후보는 언론에는 공개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모습을 사진을 통해 공개하고 일기를 쓰기도 했다. ‘싸이 관리를 누가 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그는 “제가 한다. 보좌관들도 제 싸이 비밀번호는 모른다”고 답한다. 박 후보는 미니홈피를 관리하면서 “국민이 어떤 정치를 원하는지 어떤 문제가 시급한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자서전)고 한다. “싸이가 ‘민생정치’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다”고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이용한다. 트위터(@GH_PARK)와 ‘친근혜’ 등 2개의 페이스북 계정을 쓴다. 선거운동 때문에 지금은 주로 캠프에서 트위터 멘션을 쓰지만 이 역시 박 후보가 직접 관리한다. 2010년 8월1일에는 “올해 무더위는 유난스럽네요. 무더위를 선풍기와 수박으로 이겨내고 있는 저의 인증샷입니다.^^”라는 멘션과 함께 수박을 들고 있는 셀카(자신을 직접 찍은 사진)를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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