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가 13일 전면 재정비에 돌입했다. 여영국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장단과 선대위원이 일괄 사퇴했다. 전날부터 일정 중단을 선언한 심상정 대선 후보는 이날 당 지도부 및 선대위와 연락을 끊은 채 모처에서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정의당은 “후보의 시간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날 오전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심 후보는 국회 의원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자택에도 없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심 후보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아 의원실을 직접 방문했다. 선대위 실무진들은 오전부터 대책 회의를 이어갔다. 한 실무진은 “실무자들에겐 모두 각자의 자리를 지키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여 대표는 국회에서 선대위 집행부와 만나 1시간45분가량 논의한 끝에 선대위원 일괄 사퇴 결정을 내렸다. 후보 상황을 염려하는 당원들을 고려해 각 시도당 위원장 등에게 연락을 취했다. 당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냈다. 여 대표는 “후보의 잠시 멈춤에 언론은 많은 억측을 쏟아내고 있지만, 더 단단한 걸음을 내딛기 위한 결단의 시간이다. 선대위원장들의 사퇴 결의도 대선 승리를 위한 성찰과 의지의 표현이다”라며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는 심상정 후보를 저는 믿는다”고 했다.
선대위원 일괄 사퇴는 전날 밤 심 후보가 채널A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여 대표에게 숙고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뒤부터 선대위 내에서 제기됐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심 후보가 일정 중단 결정을 내린 후) 여 대표가 선대위원들과 소통한 결과 일괄적으로 사퇴 의견을 모아주셨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심 후보가 일괄 사퇴를 요청한 건 아니다.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상의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심 후보가 갑작스레 일정 중단을 선언한 건 아니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최근 후보가 선거에 대한 절박함이나 당의 진정성이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데 대해 안타까움이나 답답함을 몇 차례 직·간접적으로 표현했다”며 “고민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전날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당 관계자도 “저번주에 후보가 ‘혼자 깊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정의당은 심 후보와 함께 성찰과 변화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후보 사퇴나 단일화 여부에 대해선 “지나치게 앞서나간 확대해석”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대변인은 “당내에서도 (선거운동) 중간 평가를 하며 선거에 대한 심각성이나 위기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었다”며 “후보뿐 아니라 당 전체가 그간 과정에 대해 되돌아보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건지 성찰하고 변화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심 후보가 충분히 숙고할 수 있도록 기다리겠다고 했다. 여 대표는 심 후보를 찾아가려 했으나 “후보의 시간을 존중한다”며 철회했다. 이 대변인은 “후보가 숙고의 시간이 끝나면 직접 당원과 국민들께 입장을 말씀하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