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의당은 일어설 수 있나...조성주가 말하는 ‘2기 정의당’

강은 기자
조성주 전 정의당 마포구청장 후보가 지난 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조성주 전 정의당 마포구청장 후보가 지난 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6·1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당선자 9명을 냈다. 시·군·구의회 의원 6명,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3명. 시·도지사나 시·군·구 단체장에는 한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4년 전 지방의회 당선자가 3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이를 둘러싸고 ‘존재감 소멸’ ‘벼랑 끝 위기’ 등 여러 평가가 나온다.

정의당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정의당 기초단체장 후보로 출마했던 조성주 전 마포구청장 후보를 지난 8일 만나 정의당 실패 원인과 진보정치의 미래를 물었다.

-6·1 지방선거 이후 어떻게 지냈나.

“낙선 인사하고 선본 차원의 간단한 평가도 하면서 지냈다.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도 했다.”

-요즘 컨디션은 어떤가.

“선거 후유증 때문에 힘들었는데 지금은 꽤 좋아진 것 같다.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발도 아팠다. 지금은 선거 때 못 잤던 잠도 자고 있다.”

-마포구청장 선거에서 후보자 중 3위, 득표율 4.48%를 기록했다.

“예상보다 아쉬운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정의당 전체가 저조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그 중에서는 선전한 편이긴 하다. 그래도 7~8%를 예상했는데 아쉽다.”

-2015년 정의당 당대표로 출마하면서 ‘2세대 진보정치’를 강조한 지 7년이 흘렀다.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뭐였나.

“지난 대선에서 종합상황실장을 하면서 새로운 진보적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7년 전보다 그게 더 중요하고 복잡한 과제가 된 것 같다.”

조성주 전 정의당 마포구청장 후보가 지난 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조성주 전 정의당 마포구청장 후보가 지난 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새로운 진보적 모델’이라면.

“정의당이 겪는 문제는 정의당만 겪는 문제일까? 노동환경이 변하면서 ‘노동운동 밖의 노동’이 많이 생겼다. 노동운동은 축소되는데 한편에서는 젠더 등을 중심으로 정체성 정치가 떠오른다. 이 둘이 조화되지 못하고 충돌하는 건 전세계 진보정당이 겪는 딜레마다. 중요한 건 교차점을 찾고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그 가능성의 공간으로 마포를 택했다.

“마포는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 1인 자영업자형 노동이 많은 곳이다. LGBT 커뮤니티가 있고 여성 1인가구도 많다. 문화적으로 개방적인데 중산층도 몰려 있다. 마포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모아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용성 아닌 다양성’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왔다. 누구 아이디어인가.

“(웃음) 제 아이디어다. 처음에는 ‘뉴욕보다 다채롭고 베를린보다 개방적인’을 밀었는데 사용되진 못했다. 토론을 여러번 거쳐 ‘다양성’을 넣기로 했다. 그러면서 라임도 맞췄다.”

-인상깊은 캐치프레이즈이지만 마포 주민의 요구를 잘 반영한 것인지 의문도 든다.

“캠페인을 어떻게 하는지의 문제인 것 같다. 자산가격 상승 효과를 누리거나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절반 정도 된다면 세입자도 절반쯤 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그 절반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걸 생각했다. 만약 당이 5년 뒤, 10년 뒤에 성장해서 당선을 다투는 시점이 오게 되면 다른 전략을 택하지 않을까.”

-정의당의 이번 선거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나.

“당 차원의 캠페인이 성공적이었다면 득표율이 더 높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야 낙선이 사실상 예정돼 있었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현역의원들도 낙선하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왜 캠페인이 성공하지 못했을까.

“선거에서 강조하려는 건 한국 정치에 다당제가 필요하니 우리에게 표를 달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대선 이후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에 동조하면서 그 캠페인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대선 불복이나 다름없는 민주당의 행보에 정의당이 함께 가면서 (존재 이유를 증명할) 공간 자체가 확 줄어든 것이다.”

-시민들이 실망한 게 선거준비 과정에서 느껴졌나.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5월3일) 바로 다음부터 확 느껴졌다. 정의당이 왜 민주당과 따로 있어야 하는 정당인지 모르겠단 얘기도 많이 들었다.”

-정의당에는 뼈아픈 얘기일 텐데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우리의 내용과 노선이 명확하게 서 있으면 개별 법안에 대한 찬성도, 반대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의당이 지향하는 노선이 무엇인지, 누구를 대표하는지 흐릿해진 거다. 그러니까 매 법안 하나하나마다 ‘너희 누구편 들었어?’라는 질문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거다.”

-정의당의 정당 정체성은 약해진 것인가, 아니면 원래부터 약했던 것인가?

“원래부터 약했던 게 맞다. 이전에는 노동, 안전, 젠더 문제 등에서 다양한 진보적인 정책이나 활동으로 그나마 버텨 왔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소진됐다고 본다.”

-그 분야들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나.

“진보적 목소리를 내긴 하지만 시민들이 ‘쟤네한테 표를 줘서 키워줘야겠다’라고 생각할 만큼 대안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문재인 정부 거치면서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정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난항을 겪으면서 우리도 함께 평가를 받은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정의당 리더들은 문재인 정부가 못한 걸 왜 우리가 평가받아야 하냐고 억울할 수 있는데, 그만큼 우리가 같은 정당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뜻이지 않을까.”

정의당 배진교 상임선대위원장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1일 저녁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땀을 닦고 있다. | 연합뉴스

정의당 배진교 상임선대위원장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1일 저녁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땀을 닦고 있다. | 연합뉴스

-정의당의 문제는 리더십의 문제인가.

“리더십 문제도 있겠지만 리더십만의 문제로 보는 것은 책임 회피일 것 같다. 당원을 포함해 전체 구성원의 생각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검수완박 논란 때도 의원단 내부에서도 반대가 컸는데 일각에서는 ‘검수완박 찬성 안 하면 선거 때 지역 후보들 다 죽는다’는 말이 나왔다.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생각이 다 다른 거다.”

-정의당이 성공하려면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 있어야 하나.

“한국사회에서 이념적으로 ‘왼쪽’이 어디인가 정의하기 어렵다. 지향성으로 생각하면 민주당보다 왼쪽에 있어야 한다. 불평등이 심하고 경쟁이 치열한데 복지나 사회적 제도는 미비한 게 한국사회 문제다. 진보정당의 생존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 그 자체다.”

-정의당은 다시 일어설 수 있나.

“그렇다. 그게 아니면 제가 여기 없지 않겠나.(웃음) 당이 제시하는 정책과 제도, 방향 모두 다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기 정의당’은 끝났다. 재창당에 준하는 ‘2기 정의당’이 시작돼야 한다. 그때도 이름이 정의당일지는 모르겠다.”

-정의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어디서 보고 있나.

“두 가지다. 이번 지방선거 보면 성적 안 좋고 어려움도 많은데 오히려 젊은 후보자들은 이전보다 증가하고 있다. ‘다음’으로 가는 에너지가 있다는 의미다. 또 하나, 민주당도 그렇고 윤석열 정부도 진영을 넘나드는 혁신을 시도하진 않는 것 같다. 양쪽이 진영 극단에 호소하는 방식을 택할 때 정의당이 돌파할 지점이 있다. 정의당이 공략할 건 ‘지워진 목소리’다. 그건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가운데에도 있다.”

-2년 뒤 총선, 4년 뒤 지방선거에 또 도전할 생각인가.

“그렇다. 마포에서 다시 출마할 생각이 있다. 이후 당직 선거가 열리면 당대표에 선거에도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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