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매직넘버’ 200석 안팎…여권은 폭풍 속으로

유정인 기자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상황실에서 개표초반 일찌감치 당선된 의원 이름표에 당선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상황실에서 개표초반 일찌감치 당선된 의원 이름표에 당선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주권자들은 압도적으로 정권 심판에 힘을 실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 낙제점을 주며 윤석열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 대전환을 요구했다. 야권이 ‘개헌선’과 ‘탄핵선’인 200석 이상을 확보한다면 윤 대통령은 사실상 민심의 탄핵을 받게 된다. 임기를 3년 남겨둔 상황에서 조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으로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국정 주도 세력으로서 정부 견제와 수권 능력을 시험받게 된다.

이날 투표 종료 후 공개된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민주당은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쳐 178~197석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역시 정권심판을 내세운 조국혁신당 예측 의석수(12~14석)만 합쳐도 야권 의석이 190~211석이다. 국민의힘은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와 합쳐 85~105석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르면 야권이 ‘매직 넘버’라 불리는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날 오후 10시20분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현황(43.0%)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54개 지역구 중 147곳에서 앞섰다. 국민의힘은 103곳에서 앞서 출구조사 예측치보다는 높았다. 개헌·탄핵 저지선(100석 이상)을 지킬 수 있는 수치다. 비례대표에서 출구조사 예측대로 17석 안팎을 받으면 120석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최대 의석이 몰린 수도권이 야당 압승을 이끌었다. 수도권은 전체 지역구 254석 중 절반에 가까운 122석을 차지한다. 격전지가 몰려 최종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수도권 121석 중 16석을 얻는데 그친 지난 21대 총선과 비슷하거나 야당으로 더 쏠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대선 수도권 표심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47.65%, 이재명 민주당 후보 48.75%로 1.1%포인트 격차였던 데 비춰보면 민심의 이동이 뚜렷했다.

여당은 대구·경북(TK) 25석을 석권하고, 부산·울산·경남(PK) 40석 중 30석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당이 얻은 전국 지역구 의석 중 과반이 영남에 집중돼 21대 총선에 이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이같은 결과는 민심의 거대한 흐름이 윤석열 정권 심판을 최우선 투표 기준으로 삼았음을 보여준다. 윤 대통령 취임 2주년을 한 달 앞두고 열린 총선은 현 정부 중간평가로 여겨졌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윤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긴 민심은 집권 2년 만에 등을 돌렸다. 국정운영 세력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고 전면적인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상승 등 민생 악화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이종섭 전 호주대사 ‘도피 출국’ 의혹 등이 정권 심판 바람의 불씨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이 내세운 ‘이·조 심판’(이재명·조국 심판)의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180석은 사실상 모든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단독 처리할 수 있는 막강한 의회권력의 기준선이다. 200석은 여당 반대를 외면한 채 개헌·탄핵도 추진할 수 있는 ‘매직 넘버’다. 야권이 200석 이상을 차지하면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도 무력화된다.

180석 이상을 내주면 윤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임기 내내 거대 야당의 견제를 받아야 한다. 본인이 내세운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고, 충돌하는 이슈는 시행령을 통해 추진할 수밖에 없다. 국정 추진력이 급속히 허물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거리두기가 본격화하면서 여권 장악력을 잃고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여당은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국회에서 야당을 막아설 수단을 잃으면서 야권 주도 정국에 소수 여당으로서 무기력한 모습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 패배 책임론을 두고 내부 분열이 시작되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까지 대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함께 ‘총선 사령탑’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정국 주도권을 쥔 야권은 여권 압박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발의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담은 특별검사 도입법안,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관련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 도입법안 등에 대해 민심의 ‘추인’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윤석열 정부 심판 정국을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정국 주도권이 부여된 만큼 책임도 커진다. 협치가 아닌 일방 독주로 일관할 경우 민심의 반감이 작용하면서 정치 실패의 책임이 민주당으로 향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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