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 ‘백마’ 등장, 높아진 ‘백두혈통’ 권위···선전 도구냐 후계자냐

박광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딸 김주애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 뺨을 어루만지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딸 김주애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 뺨을 어루만지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사랑하는” 백마를 공개하는 등 김주애의 ‘백두혈통’ 권위 부여에 주력하고 있다. 핵무력 고도화와 관련해 주민들에게 ‘미래세대 안전’을 담보하고 대외적으로는 북한을 향한 주목도를 높이는 선전 도구 성격이 강하다. 김주애가 김 위원장 후계자일 가능성을 단언할 수 없지만 향후 행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공개한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영상을 보면 백마를 탄 명예기병종대가 군 행렬의 첫번째 순서로 등장했다. 조선중앙TV는 “우리 원수님 백두 전구를 주름잡아 내달리신 전설의 명마, 그 모습도 눈부신 백두산 군마가 기병대 선두에 서있다”며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준마가 그 뒤를 따라 활기찬 열병의 흐름을 이끌어간다”고 설명했다.

김주애는 김 위원장 배우자 리설주 여사와 주석단 귀빈석에 앉아 백마 행렬을 보며 박수를 쳤다. 백마 행렬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리영길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웃으며 “멋있다”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

북한이 ‘사랑하는 자제분’ 김주애가 아끼는 백마를 굳이 공개한 것은 백두혈통의 권위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백마를 타고 항일 투쟁을 했다며 김씨 일가의 통치 정당성을 선전해왔다. 김 위원장도 2019년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딸 김주애가 “사랑하는” 백마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명예기병종대 행렬의 두번째에서 걸어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딸 김주애가 “사랑하는” 백마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명예기병종대 행렬의 두번째에서 걸어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주애가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의 뺨을 어루만지는 영상도 공개되는 등 북한 내부의 ‘김주애 띄우기’는 본격화하고 있다.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각 지역에서 ‘주애’라는 이름의 여성들에게 개명을 강요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열병식에선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가 제창됐다.

현 시점에서 열살 안팎으로 추정되는 김주애의 등장은 북한의 급격한 핵무력 고도화 국면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11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김 위원장의 “전술핵 다량생산” 발언이 나온 지난 1월1일 탄도미사일 기지를 둘러보는 영상이 공개됐다. 김주애가 참석한 지난 8일 열병식에서는 고체 연료 ICBM이 첫 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김주애는 체제 내부적으로 미래세대와 안전을 상징하는 존재로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냉전’ 정세에서 경제 성장보다 핵무력 고도화에 몰두하는 행보를 ‘후대 안전보장’으로 정당화하며 불만을 무마한다는 시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2일 통화에서 “먹고 살기 힘든 주민들에게 김주애라는 신데렐라를 내세워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심어주려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핵무력 고도화에 대한 외부 세계의 관심을 끌어오고자 김주애를 앞세운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통화에서 “김주애가 등장한 결과 외신들이 화성-17형 ICBM 발사와 열병식을 일제히 보도했다”며 “김주애를 미끼로 던져 대외에 군사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박을 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전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가 후순위로 밀린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딸 김주애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바라보며 박수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딸 김주애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바라보며 박수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주애는 이미지 정치를 중요시하는 김 위원장 스타일을 상징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 교수는 “김 위원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연출을 해왔다”며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았는데 김주애도 미래세대 안전이라는 상징이 식상해지면 안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애를 김 위원장 후계자로 단언할 수 없지만 높아진 권위를 감안해 가능성을 더 열어두려는 분위기가 정부 당국 내부에 감지된다. 김주애가 군 행사 외에 당 행사나 김 위원장 현지 지도에도 등장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박 교수는 “신비주의와 우상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기에 후계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백마 등장과 김 위원장 뺨을 만지는 장면 등 상징적 측면에서 김주애를 후계자로 볼 여지는 열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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