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암살 안두희는 美공작원이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범인 안두희가 미군방첩대(CIC) 요원이었다는 충격적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이에 따라 당시 미국이 백범 암살을 방관 또는 사주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내용은 해방 직후부터 1948년 12월까지 한국 CIC에서 정보장교로 일하다가 미국으로 돌아간 실리 소령이 백범 암살 사흘뒤인 1949년 6월29일 작성해 상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재미 역사학자인 방선주 박사가 미 국립공문서보존기록관리청에서 최근 입수해 국사편찬위원회에 전달했다. 실리의 보고서가 지금까지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것은 한국내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작성돼 한국관련 문서와 따로 보관돼 왔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육군 포병대 소위였던 안두희는 CIC의 정보원(informer) 및 첩보요원(agent)으로 활동했다. 또 여운형·송진우 등의 암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극우테러단체 백의사(白衣社)를 이끈 일본 밀정 출신의 염동진도 미국의 주요 정보원으로 활동했으며 안두희 역시 백의사의 특공대원이자 염동진의 심복이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미군정의 그림자 조직이었던 CIC는 미국의 한반도내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남한의 정치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감시·감청·연행·연금 등 가능한 모든 일을 수행했다. 특히 6·25전쟁 발발 시점을 정확힌 맞힌 것은 CIC의 정보력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지금까지 백범 암살사건의 배후로는 장은산 포병사령관, 김창룡 특무대장, 채병덕 총참모장, 신성모 국방장관 등이 지목돼 왔으며 정황상 이승만 대통령이 지시 또는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안두희 자신이 1990년대 초반에 “미 OSS출신 중령을 만나 백범 암살에 대한 암시를 받았다”고 고백했다가 부인한 적이 있다.

특히 1995년 정부차원에서 최초로 진상규명에 착수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진상규명소위원회(위원장 강신옥)는 “미국이 암살사건에 대해 정보와 지식을 가졌던 것으로는 보이지만 암살사건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미국이 혹시 갖고 있을 CIC나 CIA 자료가 공개된 이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방선주 박사는 자료에 붙인 소견서에서 “한·미관계를 중심으로 한 현대사 연구의 흐름을 바꿀 만큼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한윤정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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