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범암살개입 의혹 밝혀라”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범인 안두희가 미군 방첩대(CIC)의 정보원이라는 사실이 50여년 만에 확인된 4일 백범기념사업회 등과 학자들은 “당장 미국이 암살을 직접 지령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개입 가능성을 높여주는 자료”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한결같이 “이제라도 암살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왜곡된 현대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범기념사업회(회장 김신)는 이날 오전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사업회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힌 상황은 아니지만 자료가 그동안의 미국 개입 의혹을 푸는 데는 상당히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백범 선생의 손자인 김진씨(52)는 “안두희가 CIC 요원이라는 주장은 지난 1992년에도 안두희가 간접자백한 사실이 있다”면서 “이를 계기로 정부가 나서 미국측에 이 자료 이외의 다른 문서의 공개를 요구해 하루빨리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2년 권중희씨와 함께 안두희를 납치해 심문한 김인수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대표(51)는 “문서는 심문 당시 ‘백범 암살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미국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어 가능했다’는 안두희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반겼다. 그는 또 “안두희로부터 미국 장교가 ‘백범은 블랙타이거(검은 범)이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암적 존재로 제거해야 하는 인물’이라는 말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것이 곧 미국이 김구 선생을 암살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사학과)는 “자료 공개로 김구 암살에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지 관여했다는 심증을 더욱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구 암살에 대한 핵심을 알고 있는 사람의 증언이나 관련 자료가 추가로 나와야 된다”며 “정부와 관련단체, 그리고 양식있는 지식인이 참여하는 특별기구가 구성돼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톨릭대 안병욱 교수도 “미국이 직접적으로 지시했겠느냐”면서도 “미국 개입에 심증을 둘 수 있는 증거로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백기완 전 백범사상연구소 소장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안두희를 CIA 요원이라고 주장했다. 백씨는 “미국이 직접 나섰으며 이승만·안두희 라인으로 이어졌다”면서 “미국은 8·15 해방 이전부터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으며 백범을 제거하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미국 CIA 지하 문서보관소의 많은 자료가 이번을 계기로 전면 공개돼 해방 전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인 음모가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형기·김진우기자 hg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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