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인터뷰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부·울·경 공감대 확산이 가장 중요”

권기정 기자
26일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이 부산시장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향후 시정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장직 인수위 제공

26일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이 부산시장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향후 시정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장직 인수위 제공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첫 부산시장에 당선된 오거돈 당선인(69). 오 당선인은 부산시장 도전 4수 끝에 압도적인 표차로 자유한국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오 당선인은 26일 “마침내 시민들이 바라는 시정을 펼칠 수 있다는 설렘으로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부산시에) 못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런데 시민이 다시 불러줬다. 평생 사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오 당선인은 선거 승리 요인에 대해 “어려운 경제를 다시 살리고 소통하는 시정을 펼쳐달라는 시민의 염원이 모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문재인 대통령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마음을 잘 읽고 국정을 잘 운영해 주시는 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는 한국당의 오만에 대한 심판이고, 셋째는 저에 대한 사랑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공약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선거과정에서는 경쟁 후보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고, 당선 이후에는 대구·경북(TK)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공항 위치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사실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오 당선인 입장에선 곳곳이 걸림돌이다. 그는 “국가대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정부와 부산시의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 부산시장 출마는 ‘운명’

그의 부산시장 첫 도전은 운명처럼 찾아왔다. 2004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출마였다. 당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안상영 부산시장의 죽음으로 행정부시장이던 오 당선인은 시장권한대행을 맡았다. 그는 30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도전했다. 당시 정무부시장이었던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와의 일전. 그러나 큰 표 차이로 패배하고 만다.

이듬해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고 2006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재도전했지만 격차는 2년 전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 41.4%포인트 차이의 참패였다.

이후 한국해양대 총장(2008~2012년)을 지내면서 정치와는 연을 끊은 것처럼 보였다. 2010년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설이 무성했지만 그는 학교를 지켰다.

2014년 그는 세 번째 부산시장에 도전했다. 이번엔 무소속이었다. 젊은층과 중년층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영춘(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와 야권 단일화를 이뤄 선거전에 나섰다.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예측불허의 접전으로 정부·여당 전체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지만, 결과는 2만701표(1.31%포인트) 차이의 아쉬운 패배. 또 한 번 고개를 떨궜다. 이후 민주당의 국회의원 출마 제의가 있었지만 거절하고 2016년 동명대 총장직을 맡으면서 선거와는 완전 결별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17년 대선 정국에서 그는 문재인 후보의 부산지역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사람들은 ‘오거돈’이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올해 초 그는 민주당으로 복당하고 경선 없이 부산시장 후보 공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당내 반대여론도 일었다. ‘보수성향’이란 비판도 있었지만 민주당은 그의 승리를 확신했다. 결국 그는 55%가 넘는 지지를 받아 서병수 후보를 18%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 가덕도 신공항 2028년까지 건설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김해신공항 가능 여부
결정과정 보고 정하자”
소음·안전 문제 불거져
2028년까지 가덕도에

오 당선인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선거전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쟁 후보들은 “실현 가능성 없다” “대구·경북과 갈등만 초래한다”며 그를 맹공했다. 각 후보의 다른 정책이 보이지 않을 만큼 논란은 거셌다. ‘신공항’은 모든 정책대결을 빨아들인 ‘블랙홀’이었다.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실패한 서병수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고도의 선거전략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동남권에 ‘24시간 안전한 관문공항’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대통령 공약이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지역갈등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오 당선인은 “단순히 부산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봤을 때 이 시점에서 어디가 가장 좋은 곳인지를 생각하면 답(입지)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김해신공항이 가능한지, 아닌지는 ‘김해공항 확장안(김해신공항) 결정과정을 살펴보고 결정하자’고 하셨다”며 “잘못된 정책은 바로잡아 달라는 게 시민의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산시장직 인수위원회는 김해신공항 결정과정의 배경과 상황을 검토 중이다.

그는 김해공항 확장안이 소음과 안전 문제로 인해 폐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가덕도 신공항뿐이라는 것이다. 오 당선인은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를 전제로 “가덕도 해상 330만㎡ 부지에 길이 3.5㎞의 활주로가 들어서는 중장거리 노선 중심의 공항을 2028년까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취임과 동시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김해신공항이 가능한지 여부를 조사해 8월까지 입장을 정리한 뒤 국토교통부를 만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TK 반발에 국토부 “불가”
TF 구성해 면밀히 조사
8월에 국토부 만날 계획

그러나 오 당선인에게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문제의 유리한 점을 찾기가 어렵다. TK의 반발이 예상보다 강하고, 국토부도 불가 입장을 피력한 형국이다.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은 김해공항 확장안에는 반대 입장이지만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도 마찬가지다.

오 당선인은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 울산, 경남의 공감대 확산과 상황 설득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BRT 등 서병수 시장 정책 백지화

버스 편중 교통정책 부작용
모든 시민 위한 BRT 고민
시장실·시청 광장 개방해
비판·견제 목소리 경청

오 당선인은 신공항 문제 외에도 버스중앙차로(BRT), 기장 해수담수 문제 등을 놓고 현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과 대치되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버스에 치중한 대중교통 정책이었다. 현재 BRT는 공식적으로 모든 진행을 중지시킨 상태”라며 “재검토해 시민을 위한 BRT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사업체가 선정되고 착공 준비 중이던 부산 내성교차로~서면 간 BTR 공사는 지난 18일부로 중단됐다.

BRT는 현재도 논란 중이다. 지난해 BRT 공사가 끝난 해운대 지역은 각종 지표에서 버스통행 속도가 높아졌다. 서민층은 반겼다. 반면 승용차와 택시의 속도가 떨어지면서 자가운전자와 택시기사의 불만이 커졌다. ‘버스회사 사장 출신(서병수 후보)이어서 버스에 좋은 일만 한다’는 ‘나쁜 인상 심기’는 선거에서 먹혀들었다. 한 집에 두 대꼴로 자가용이 있다는 해운대 지역에서 서 시장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택시기사 표가 민주당으로 몰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오 당선인은 북항 돔구장과 관련,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시민 여론을 수렴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하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인수위에서 찾고 있다”고 했다.

오 당선인은 “시민행복지수를 도입해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겠다”며 “진정 소통하는 시장이 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실과 부산시청 광장을 개방해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부산시정이 전시적이고 외형적인 성장만 추구하는 정책이 되면서 소수의 계층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도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외형적인 것보다는 시민의 작은 삶을 살피는 시정, 시민과 소통하면서 시민의 의사가 시정의 주가 되도록 하는 시정을 펴겠다”고 말했다.

정책책임제 도입도 꺼냈다. 그는 “실·국장에게 모든 정책 결정과 집행의 권한을 주고 책임은 저와 부시장이 지겠다”고 밝혔다. 선거과정에서 건강 문제가 거론된 것과 관련, 그는 “건강검진 결과를 통해 증명을 했고, 팔굽혀펴기 100회 정도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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