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상 피해간 문 정부, 친원전 측 반발 속 ‘탈원전’ 순항할까

박효재 기자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 흔들림없다” 공식 입장 발표

8차 전력계획 목표대로 ‘2030년 18기로 축소’ 추진 전망

추가 폐쇄 때마다 친원전 측과 ‘경제성 논란’ 계속될 듯

20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해 경제성은 불합리하게 저평가됐지만 폐쇄 타당성 여부는 판단에 한계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20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해 경제성은 불합리하게 저평가됐지만 폐쇄 타당성 여부는 판단에 한계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20일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 결정 당시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은 큰 변화 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경제성뿐 아니라 안전성과 지역 수용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고 이번 감사가 원전정책 전반에 대한 타당성 평가가 아닌 만큼, 앞으로도 에너지전환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야당과 원전 찬성 진영에서 월성 1호기 재가동과 정부가 연장가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노후 원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국내 원전을 2017년 24기(22.5GW)에서 2030년 18기(20.4GW)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 원전을 짓지 않고, 지어진 원전은 안전하게 관리하며, 수명이 다한 원전은 조속히 문을 닫는다는 ‘탈원전 3원칙’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월성 1호기를 비롯해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등 2030년 이전에 설계수명이 끝나는 노후 원전 10기의 연장가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도입도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이나 그 일환으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추진하기로 한 결정의 당부(옳고 그름)는 이번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전성이나 지역 수용성 등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의 조기 폐쇄 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소 또한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찬반 양 진영에서 가장 치열하게 부딪치는 쟁점인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해 정부가 추가로 원전을 폐쇄할 때마다 경제성을 이유로 유사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년 넘게 진행된 감사원 감사가 탈원전정책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마무리되면서 정부의 에너지정책도 큰 변화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고 “감사원 감사 결과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으로 볼 수 없다”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향후 정책 추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어 “월성 1호기는 경제성, 안전성, 수용성(환경성) 등 여러 측면에서 논란이 그치지 않아 조기 폐쇄가 공약과 국정과제로 채택된 것”이라며 “즉시 폐쇄 판단은 국정과제의 취지, 정책 수립 배경 등을 고려할 때 당시뿐 아니라 현시점에서 보더라도 타당한 정책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그러면서 탈원전정책 등 에너지전환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감사원의 경제성 평가 지적으로 월성 1호기를 비롯한 노후 원전 폐쇄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원전 찬성 진영의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23년 8월 설계수명을 종료하는 고리 2호기와 2024년 9월 설계수명을 종료하는 고리 3호기의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이미 백지화된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원자력업계에선 경북 울진에 들어설 예정이던 신한울 3·4호기 건설부터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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