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과 공천 문제 갈등
‘거취 표명 임박’ 시사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힘든 결정을 해야할 시점”이라며 거취 표명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글을 남겼다.
홍 의원은 28일 온라인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에 ‘和而不同(화이부동)’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힘든 결정을 해야할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화이부동’은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다른 이와 화합하지만,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차이를 전제로 한 화합을 강조한다. 공자는 화이부동이야말로 다른 이를 대하는 군자의 자세라고 했다.
홍 의원은 이어 “조지훈의 落花(낙화)를 읊조리면서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고 적었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는 시구로 시작하는 ‘낙화’는 은둔하며 사는 화자가 떨어지는 꽃을 바라보며 느끼는 삶의 무상함과 비애를 노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홍 의원의 선대본부 합류 등을 두고 “백기투항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저쪽(윤 후보 측)이 먼저 움직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홍 의원은 지난 19일 윤 후보와의 만찬 회동에서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 지역에 각각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공천을 요구했지만, 윤 후보 측은 이를 거부했다. 선대본부 일부 인사들은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홍 의원을 비판했다.
홍 의원은 지난 21일 “나를 구태정치인으로 모는 것은 참으로 가증스럽다”면서 출당을 요구했다. 지난 25일에는 “최악의 대선 구도에 나만 진퇴양난에 빠진 느낌”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 의원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로 치렀던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미국으로 향하기 전에도 조지훈의 시 ‘낙화’를 언급한바 있다. 당시 홍 의원은 선거 패배 이튿날인 14일 대표 사퇴를 선언했고, 10여일 뒤인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낙화’ 전문을 올리고 “페이스북 정치는 지난 주로 끝내고 앞으로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적었다. 이후 7월 들어 홍 의원은 미국으로 향했고, 두 달 여 만인 9월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