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외교참사···'2찍이들 보고 있나'가 답일까

정용인 기자

지지율 급락에도 진보야권 반사이익 실종된 이유

[주간경향] 지난 토요일(10월 1일), 광화문에 나갔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겼지만, 광화문은 여전히 각종 주의주장의 각축장이었다.

청계광장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던 ‘바이든으로 들리는 사람은 다 모여라’ 부제의 촛불대행진 행사장은 파이낸스빌딩 앞 세종대로로 장소를 옮겼다. 촛불대행진 행사장 바로 옆에는 자신을 ‘좌파킬러’라고 주장하는 김상진 신자유연대 총장이 주최하는 맞불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파이낸스빌딩 건너 코리아나빌딩 쪽에서는 ‘일파만파’라는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문재인 구속 촉구” 집회를 열고 있었다.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자유통일을 위한 1천만 서명운동’을 펼친다는 20~30명의 중장년이 기자가 현장에 머무르던 2~3시간 내내 찬송가를 틀어놓고 춤판을 벌이고 있었다.

10월 1일 서울 청계광장 옆 파이낸스빌딩 앞 세종로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제8차 촛불대행진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10월 1일 서울 청계광장 옆 파이낸스빌딩 앞 세종로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제8차 촛불대행진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10월 22일 100만 촛불 집결 성사될까
기자가 광화문을 찾은 날 가장 규모가 큰 행사는 ‘촛불대행진’이었다.

오후 5시부터 세종대로 한구석을 차지한 참석자들의 대열이 계속 늘어나더니 초저녁이 되자 시청 앞 광장까지 이어졌다. 얼추 2만~3만명 이상의 참가 규모였다.

‘바이든으로 들리는 사람은 다 모여라’(부제)는 최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중얼거린 말이 욕설·막말이 아니었고 바이든도 아니었다는 대통령실 해명을 반박하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윤 대통령의 워딩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인데 정치권과 유착된 MBC가 자막조작 왜곡방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의 발언은 이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주를 이뤘다. 정권의 무능에서 비롯된 외교참사를 “언론사가 왜곡 조작 보도를 통해 한미동맹을 훼손하고 있다”는 식의 프레임 전환으로 벗어나려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바로 옆에서 열린 맞불집회의 규모는 초라했다. 참가자는 주로 중년여성 20여명으로 이뤄진 행사였다. 숫자는 적었지만, 승합차에 장착된 고출력 앰프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특히 논란이 됐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욕설통화 녹취음성 파일을 틀었다.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과 플래카드엔 ‘상습 거짓말쟁이 이재명 구속 수사하라!’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음향테러라고 부른다. 김상진이 자기 유튜브 채널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끝까지 따라다니겠다’고 하는데 집회가 아니라 집회방해라고 본다. 경찰에 집회방해·모욕죄 혐의로 고발조치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촛불행동 권오혁 사무국장의 말이다. 앞의 ‘바이든으로 들리면~’ 집회의 정식 명칭은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제8차 촛불집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청계광장 인근에서 열리는 행사다. 벌써 8주째 열린 행사다. 최근 집회 참석자들이 부쩍 늘었다.

권 사무국장은 “지난주의 경우 1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집회를 준비했는데 참석자 수가 예상을 상회했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기세를 볼 때마다 매번 놀란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와 열기가 느껴진다. 결국 민심이 빠르게 등을 돌리는 상황 아닌가 싶다.” 누구로부터 등을 돌린다는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이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10월 22일 촛불대행진 홍보 웹자보. 전국집중으로 100만명 집결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10월 22일 촛불대행진 홍보 웹자보. 전국집중으로 100만명 집결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에 보면 오는 10월 22일 토요일, 그러니까 11차 촛불 대행진 때는 전국 단위로 집회를 열어 100만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자는 호소 웹자보·포스터가 돌고 있다. 가능할까.

“100만이라는 숫자는 상징적이다. 박근혜 때도 11월 초 하야를 요구하는 100만 집회가 열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온라인에서도 퇴진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현장촛불 100만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조기퇴진시키자는 행동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물론 상징적 숫자이기 때문에 100만명 참가가 언제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금 추세로는 달성 불가능한 숫자도 아니라고 본다.”

아닌게 아니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9월 마지막 주 갤럽의 24%에 이어 격주로 실시하는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4개사 전국지표조사(NBS)의 10월 5일 발표치에서도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29%로 내려앉았다. 못한다는 부정평가가 65%에 달한다(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기자가 접촉한 학계·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앞으로 더 빠질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앞서 촛불 행동이 목표한 대로 ‘조기퇴진’도 가능할까.

2030 커뮤니티, 윤석열에 등 돌렸다

윤 대통령 지지율 붕괴가 처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대선 전에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빠지며 크게 출렁인 적이 있다. 당시 기자는 2030 남초커뮤니티에 나타난 반윤석열 흐름을 짚는 기사를 썼다. (22.1.1 “2030 남초 커뮤니티는 왜 윤석열에 등돌렸나” 기사 참조)

당시 기사에서 2030남성 세대가 등을 돌린 계기로 이준석 당시 당대표의 “선대위 불참 선언” 등을 제시했다.

갈등은 곧 봉합됐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이준석 등이 2030세대를 사로잡는 선거운동방식으로 제시한 ‘쇼츠공약’을 선보였다. 페이스북에 다른 설명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 7자만 게재하는 식의 공약 발표였다. 후속 행보도 신속했다. 공약을 올린 직후에 새시대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입했던 ‘신지예 카드’를 버렸고, 당 소통에 문제를 제기하는 청년당원들과 후보자 간담회를 열었다. 2030 지지를 복원하는 듯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흘렀다. 지금 2030 커뮤니티는 어떤 모습일까.

‘펨코’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부르는 별명은 ‘윤두창’이다. 코로나19에 이어 제2의 팬데믹이 될지도 모른다는 ‘원숭이 두창’에서 따온 별명으로 보인다. 멸칭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MLB파크의 일부 사용자를 제외하면 과거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던 2030 남초커뮤니티 대부분에서 윤 대통령 옹호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던 친(親)민주당성향 커뮤니티들에서는 지난 대선 막판·지선 때부터 ‘과거 윤석열 지지자들’에 대한 반멸칭으로 ‘2찍이(2번을 찍은 이들)’라는 별명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 수해논란, 외교참사 등을 거치며 트위터와 같은 SNS나 친민주당성향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호명된 질문은 이것이다. “2찍이들 보고 있나.” 풀어 설명하자면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찍은 유권자들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경제위기 가중, 국격 추락 등의 ‘대형참사’가 벌어졌다는 인식이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였던 것은 1997년 1월 때였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지지율은 9.9%였다. 여간해선 한 자릿수 지지율이 나오긴 힘들다. 김영삼을 제외하면 노무현과 탄핵을 앞둔 박근혜의 지지율이 낮았다. 대략 20% 이하로 내려가면 국정 장악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앞서 대통령들의 지지율 하락은 다 임기 말이었다. 지금은 임기 초 아닌가.”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의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간해서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이하로 내려가긴 힘들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그래도 20%대의 지지율로 버티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이다. 지금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받쳐주고 있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보수강경 세력으로서는 그래도 민주당과 전임정권 담당자인 문재인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윤석열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아니었다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더 추락해 10%대가 될 수도 있는데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존재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런 것일까.

‘반윤비명’ 민심, 어디로 가게 될까

앞서 과거 친윤(尹)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의 여론 흐름을 보면 한가지 특이한 게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등을 돌렸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나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 또한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진보좌파 정권이 싫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했는데 이 정도로 엉망일지는 몰랐다’가 이들 인터넷 커뮤니티의 전형적인 반응이다.

사실 복기해보면 임기 초반 국정운영지지율이 거의 바닥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은 또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두고 벌인 통상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굴욕적 태도에 분노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섰다. 결국 이 대통령은 사과하고 자신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한반도대운하 공약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물러섰다(한반도대운하는 그후 4대강 사업으로 바뀌어 추진됐다가 정권 내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보통 정권 초반 높은 지지 속에서 출범한 정권이 연차를 더해갈수록 지지율이 빠지는 데 반해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정권 중반기 ‘친서민 중도전략’이 유효해 살짝 반등하기도 하는 그래프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앞으로 지지율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을까.

많은 여론조사·선거전문가들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반등하기 위해서는 뭔가 코드나 색깔, 정치적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통령 주위 사람들이 세게 드라이브를 걸어 끌어가는 조합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통령실에는 쓴소리하는 사람들보다 비위를 맞추려는 사람들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진원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과거 MB(이명박) 때는 그래도 박근혜라는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정치세력이라도 존재했지만, 현재 유승민이나 안철수가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당내기반이 없다는 점이 차이”라며 “차라리 이준석 전 대표 측이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연합하는 전략이라면 몰라도 윤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는 한 현재의 착종된 구도가 빠른 시일 내에 정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한테서 등을 돌린 사람들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야권의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이 반사이익을 얻기는 힘든 구조라는 점이다. 실제 앞서 NBS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34%로, 32%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높았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의 대안으로 야당인 민주당이 선택받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윤석열도 반대하지만 이재명도 아니다’는 반윤비명(反尹非明)의 흐름이 최근에 생긴 건 아니다. 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때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 2016년 촛불시위에는 진보·민주당 지지자만 나온 것이 아니라 보수이면서 합리성을 중시했던 그룹 역시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게 나라냐, 창피하다”고 했던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부류는 아니었던 셈이다. 따지고 보면 그들이 문재인 정부 내내 충성도 높게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도 아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의 말이다. 그는 이른바 ‘리더십 딜레마’는 현재 여야 정당 모두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지금의 원내 1당과 2당이 셋 또는 넷으로 쪼개질 가능성 역시 상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

‘40대 진보대학생’에 대한 여전한 거부감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 일반 유권자의 시각에서 보면 현재의 정치상황이 지난 3·9 대선과 뭐가 달라졌는지 차이점을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그는 “특히 20대가 보기에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한 공격만으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20대의 시각은 ‘3월 9일 (대선) 이후 민주당이 뭐가 바뀌었는데?’일 것이다.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회초리를 쳤는데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너희는 이 상태로 집권을 못 한다고 시그널을 줬지만, 거기에 대해 지난 대선 때 어떤 유권자층에 못 다가간 이유는 뭐고, 그후에는 다가가려는 노력을 했냐고 묻는다면 현 민주당 당직자 쪽에서 뭔가 했다고 자신 있게 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결국 내로남불의 부메랑을 끊어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잇따른 실정을 보고 ‘2찍이들 보고 있나’는 식으로 조소할 일만은 아니다. 중간에 서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그러는 너희는 2찍이들에게 진 거 아니냐.’ 내로남불이라는 것이 김건희 특검을 이야기하면 ‘너희는 사법리스크 없냐’는 말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어떻게 보면 악순환이다. 윤석열에 대한 지지율이 낮아지니 이 지지율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극우유튜버가 득세한다. 상황이 좋으면 이견이 있어도 어느 정도 허용이 되는데 어려워지니까 강경입장이 힘을 받는다. 민주당은 지지층의 요구를 당심이라고 무조건 따르면 안 된다. 정치가 자신의 의제를 만들어 내로남불의 부메랑을 끊어내야 한다.”

공희준 시사평론가는 “지난 대선 때 태극기부대만큼 욕을 먹었던 게 이른바 ‘40대 진보대학생’이었다. 2030대에게 그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젠더 갈라치기를 극렬하게 비판한 것이 진보였는데, 문제는 자신들은 그 반대편인 2030여성으로 갔다는 점이다. 결국 이 사람들의 주장은 ‘이준석의 젠더 갈라치기는 나쁘지만 우리의 젠더 갈라치기는 착하다’로 비친다. 2030세대가 보기에 진보의 행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일 수밖에 없다.” 그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 모두 자신들의 지지층을 통합해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딜레마”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당내 잠복 중인 비이재명 쪽을 대표(represent)하지 못하고 있고,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집권을 가능케 했던 세대동맹이 사실상 와해한 상태다. 바꿔 말하자면 원심력이 원심력대로 발현되고 있는데도 새로운 구심점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다시 진보야권·민주당이다”

윤 대통령 측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볼까. 지난 1월 6일 윤석열 당시 후보와 청년보좌역 간담회에 참석했던 인사의 말이다. 이 인사는 현재 대통령실에서 일하고 있다.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애초 이번 대선을 치를 때 국정운영을 누가 잘할까를 놓고 판단했다. 검찰총장 당시 홀로 싸운 (윤석열의) 투사 같은 모습을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사람으로 투영해서 봤다. 지금 우리가 고집스럽다고 이야기하는 단점이 당시에는 ‘우직함’이라는 장점으로 보였다. 대통령이 달라진 게 아니다. 장점이 부각돼야 하는데 같은 사람인데도 단점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가 왜 이 사람을 대통령으로 원했는지 거슬러 올라가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8월까지 윤 대통령은 ‘낮은 자세(low-key)’를 유지하며 꾸준히 지지율을 관리하고 있었다. 메시지도 다듬고 인적 쇄신도 부족하나마 이뤄지고 있었는데 해외순방 중 발언 하나로 이렇게 됐다”며 “과거 주요 국면에서 보이듯 결정적인 순간에 결단하는 것이 (윤 대통령의) 최대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결국 국정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보고 있는 듯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행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 뉴욕 | 연합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행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 뉴욕 | 연합

이관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 지지가 빠지는 것과 대안으로서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이제는 일종의 상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실정하는 정권에 맞서 투쟁하는 선명 야당’이라는 구호가 정치적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별 효과도 없는 매너리즘 전략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돌이켜보면 2016년 촛불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촛불 이후 치른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은 40%대 초반이었다.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촛불지지가 90%까지 나왔는데 막상 2017년 선거에서 범보수 지지가 50%대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촛불 때 나타난 유권자 지형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런 관점에 기초한다면 ‘그렇다면 윤석열이 왜 대통령이 됐는지’의 답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의 상당 기간 40% 초반에 고정돼 있었다. 대선에 들어섰을 때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의 비율이 약 55% 정도였다. 사실은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그분들은 윤석열이 좋았다기보다 문재인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정권을 바꿔보면 뭔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윤석열이 미흡하지만 정권교체가 국정운영에 임팩트를 주리라 생각했고, 윤석열에 비해 당시 여권의 후보였던 이재명이 비교우위를 크게 갖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그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국정운영 개선은 정권교체로 해결되지 않는구나 하는 큰 실망감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진 것이고.”

그는 민주당에는 이런 충고를 했다. 등 돌린 ‘반윤비명’ 민심을 민주당이 얻으려면 “기본으로 돌아가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막말한 것을 두고 민주당에서 특위도 만들었다고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못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안다. ‘저 사람 못한다’고 동네방네 소리 지른다고 지지를 받을까.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것은 우리가 한다면 외교를 어떻게 할까에 대한 대안 제시다. IRA가 문제라면 우리는 IRA를 이렇게 해결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당이 안 도와주면 자체적으로 의원단을 꾸려 미국을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욕을 했냐, 안 했냐’ 따지는 걸 보며 국민은 한심하다를 넘어 확신하게 된다. ‘아, 저 사람들은 절대 대안이 될 수 없구나. 내가 아무리 윤석열이 싫어도 저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야겠다’라고. 보통의 국민 상당수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민주당으로선 새겨들어야 할 고언이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