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론’ 민주당 당내 민주주의, 빨간 경고등 떴다”

정용인 기자    박민규 기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주간경향] 눈이 펑펑 내리던 12월 14일, 국회에서 만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국민의힘은 조금 비민주적이어도 ‘잘살아보세’가 창당목표였다면,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해야 잘살 수 있다’라는 것이 이념이며 존재의미”라는 그의 말이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 국민통합의 정치’라는 꿈을 이어달리기 위해 정계에 입문했다”고 밝힌 그는 이날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 중 상당 부분을 권력 민주화와 정치개혁, 승자독식·사표방지 및 지역 싹쓸이를 막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생각에 할애했다. 현재 뜨겁게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당내 현안부터 물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12월 12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장동 논란과 관련해 ‘유동규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임명한 사람이고, 민주당이 단일대오를 하면 망한다’고 했는데, ‘친명’ 성향을 보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민주당 비주류를 일컫던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에 더해 ‘조금박해김’이라는 말까지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이제 김종민 의원도 반명 입장을 뚜렷하게 드러낸 거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재명 대표를 찬성하냐, 반대하냐 이 문제는 아니잖아요. 대표가 됐는데 찬성하고 반대할 게 뭐가 있습니까. 그런데 당대표가 됐다고 해서 우리가 모든 걸 다 옳다 잘했다, 이러면 민주당이 살아날까요. 당대표도 잘못할 수 있잖아요. 문제가 생길 수 있잖아요. 그러면 당내에 그런 걸 견제하거나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어야 합니다. 민주당이 살아야 이재명 대표도 삽니다. 이재명 대표가 산다고 민주당이 사는 게 아니에요. 거꾸로 돼 있어요. 민주당이 제대로 된 정당,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자리 잡아야 이재명 대표도 국민에게 ‘아, 그래도 민주당 대표이니까 그래도 한번 믿고 지켜보자’ 이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거예요. 민주당이 망가져 버리면 이재명 당대표를 지키려고 해도 못 지키는 겁니다. 이재명 당대표에게 조금 쓴소리한다, 그것 때문에 수박이니 무슨 반명이니 이렇게 비판하면 그것은 ‘천동설’입니다. 민주당을 위하는 길도 아니고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제가 한 이야기가 뭡니까. 이재명 당대표 사법리스크가 있으면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라, 이거 아니지 않습니까. 그걸 알면서도 당원들이 뽑아 당대표가 됐으니까 존중해 같이 가자는 겁니다. 그런데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서 당력을 동원하면 안 됩니다. 사법리스크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탄압이나 정책 결정을 두고 막 치고 들어오는 것, 이런 것은 맞서서 싸워야죠. 다음으로 검찰이 개인에 대해 개인 비리를 수사하더라도 정말 무도하게, 불법적으로 하는 검찰권 남용에 대해서는 우리가 국가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의무도 있으니 싸워야 합니다. 하지만 개인과 관련된 혐의사실을 가지고 당이 나서서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것은 사실이다, 이건 결백하다 이렇게 하는 건 위험한 거예요.”

-예컨대 오늘(12월 14일) 아침 세종시 현장 순회 최고위원회에서 박찬대 최고위원이 최근 이재명 당대표 측근들과 관련한 대장동 수사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단 말이에요. 이건 할 수 있는 겁니까, 아닌 겁니까.

“당연히 검찰수사를 비판할 수는 있죠. 검찰수사가 과도·과잉하거나 불법 편파적이면. 아니 왜 이재명 수사는 하는데 김건희 여사 수사는 안 하냐, 그 이야기를 당연히 해야지요. 수사가 안 되면 특검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하면 제가, 김종민이 제일 앞장섭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라고 해서 이 사람이 돈을 받았냐 안 받았냐를 당대표나 당대변인이 이야기한다? 이건 민주당이 망하는 길이에요. 왜? 만약에 개인이 돈을 받았으면 어떡합니까. 그걸 어떻게 알아요. 모르잖아요, 우리는. 그 사람들이 받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죄를 지었으니 징역 가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르는 거예요. 우리는 모르는데 우리가 나서서 하는 것은 당대표 측근이니까 정치적으로 옹호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국민이 민주당을 믿지 않아요. 민주당이 저렇게 싸게, 저렇게 그냥 당대표 개인 측근들을 옹호하는구나, 저렇게 당이 동원되는구나, 생각하면 민주당을 떠납니다. 이렇게 되면 이재명 대표도 위험한 거예요. 다 어려워지는 겁니다. 당대표의 사법리스크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혐의를 당이 나서서 가로막거나 방어하거나 하는 건 하면 안 됩니다. 당이 하면 국민이 더 신뢰를 안 합니다. 오히려 당대표 개인이나 정진상·김용 개인 혹은 그 변호인이 사실관계를 가지고 또박또박 밝히면 됩니다. 당 대변인에게 물어보면 간단하게 대답하면 됩니다. ‘그건 검찰의 일방 주장일 뿐이고 사실은 모른다. 그건 법원 가서 재판정에서 아마 가려질 것이다.’ 이러고 끝내야 합니다. 왜 사실관계를 가지고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데 뛰어듭니까. 그거는 정말 당을 너무 헐값에 갖다 쓰는 거죠. 아무리 이재명 대표의 팬덤이 그렇게 주장해도 당이 거기에 뛰어드는 건 막아야 합니다. 그건 민주당을 위해 갈 길이 아닙니다.”

-정말 의외인 것은 과거에는 친문이었고 현재는 친명으로 분류되는 친민주당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들, 이를테면 ‘딴지’나 ‘잇싸’ 같은 게시판을 보면 의원님처럼 성찰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이 대표를 옹호하는 강성 목소리와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은 아예 없는 것 같습니다.

“그건 이렇게 보면 됩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단히 합리적입니다. 단순한 이재명 팬클럽은 아니에요. 민주주의를 위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고 민주당을 위해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거지 이재명 대표 개인 팬클럽이 아닙니다. 대부분 그래요. 그런 유튜브나 댓글을 올리는 분들은 정치적으로 이재명 대표 개인을 좋아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재명 대표 개인을 정치적으로 좀 위로 올려보려고 하는 겁니다. 경기에 이겨보려고 하는 겁니다. 우리가 관중석에서 한쪽 편이 경기에서 이기게 하려면 막 고함도 지르고, 응원도 하고 뭔가 무리한 행동을 하잖아요. 그런 정도로 보면 됩니다.”

-유권자 내지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변화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쯤부터 취재했지만, 지금처럼 당도 그렇고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다른 의견을 배척하고 깔아뭉개는 분위기가 고조된 때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민주당 역사에서 이렇게 위험한 시기는 없었다고 저도 봅니다. 그러니까 민주당은 민주적이지 않으면 문 닫게 돼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덜 민주적이어도 됩니다. 그쪽은 창당목표가 ‘잘살아보세’에요. 다시 말해 잘살게 해주겠다고 당을 만든 겁니다. 좀 비민주적으로 해도 잘 살게만 해주면 그냥 국민이 용인해줘요. 그게 국민의힘 계열 정당들의 특징입니다. 그 내부가 좀 비민주적이어도 그냥 국민이 봐줘요.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해야 잘산다고 주장해온 정당입니다. 우리도 잘살아보는 게 목적이죠. 잘 살려면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 이게 민주당의 존재의미예요. 그런데 민주주의를 안 한다? 국민에게 버림받습니다. ‘민주당? 필요없어, ‘잘살아보세’ 그 당하고 어떻게 해볼게’라고요. 그러면 역사에서 민주당은 퇴출될 수도 있습니다. 정말 위험한 거예요. 많은 분이 민주주의라는 게 우리가 다수 당원이고 당대표를 다수결로 뽑은 것 아니냐고들 하는데 민주주의 핵심은 다수결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입니다. 민주주의가 모든 사람, 국민이 주인이라는 뜻 아닙니까. 모두가 주인이 되려면 나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을 쫓아내면 주인이 됩니까 못 됩니까. 그러면 나만 주인이 되잖아요. 함께 주인이 되려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같이 가야 해요. 설득해야 해요. 최소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존중해줘야 합니다. 민주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안 나온다? 이건 민주주의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는 말입니다. 민주주의에서 탈선했다는 겁니다. 그나마 이런 분위기가 민주당 당원 전체가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서 무슨 게시판에 글 쓰는 사람들, 유튜브 영상에서 댓글 다는 분들의 제한된 목소리만 그렇지 대부분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고영인 의원과 남윤인순 정개특위 위원장, 박병석 전 국회의장 등 민주당 40여명 의원이 공동주최해 ‘한국정치,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 시즌2’는 지난 11월 28일 8회 공개토론회로 마무리되었다. / 김종민 의원실 제공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고영인 의원과 남윤인순 정개특위 위원장, 박병석 전 국회의장 등 민주당 40여명 의원이 공동주최해 ‘한국정치,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 시즌2’는 지난 11월 28일 8회 공개토론회로 마무리되었다. / 김종민 의원실 제공

-꼭 그렇다고만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지금 이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 집권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취재를 하다 보면 민주당 의원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해놓고 난 다음 ‘이거 기사로 제 이름이 나가면 곤란합니다’ 이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그때부터 부쩍 늘어났어요.

“어디 가서 댓글 달고,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하는 분들은 사실 수가 별로 안 됩니다. 그런 분들은 뭔가 의욕이 강한 거예요. 어떤 하나의 목소리로 딱 집결돼 있어요. 한목소리처럼 보이는 거죠. 대부분의 당원은 하나의 목소리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이재명 대표만 하더라도 이 대표를 찍었던 분 중 지금처럼 이 대표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수박이야 저거 나쁜 놈이야. 몰아내’ 이런 사람 많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에서 그래도 뭔가 좀 변방의 어려운 데서 서민을 알고 이런 사람이니 한번 기대해보자, 정치를 바꿔보자 이래서 지지하는 거지, 이재명 대표가 무조건 좋으니까 이재명 대표 아니면 다른 놈들을 다 쳐내자, 이런 사람들 별로 안 돼요.”

-이 대표 지지자 중엔 여러 층위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제 생각에도 의원님이 지적한 그런 분들이 더 다수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과거 친문에서 현재 친명으로 바뀐 민주당 지지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굉장히 의아스러운 것 중 하나가 이재명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낸 당 의원들을 소위 수박으로 매도하거나,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의 경쟁자였던 이낙연에 대해 ‘이낙엽’이라는 멸칭을 쓰며 ‘이낙엽 때문에 대장동이 벌어졌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 분위기에 대한 반론이나 성찰, 토론이 전혀 없어요.

“콜로세움에서 토론이 가능한가요. 아니면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되던가요.”

-아니, 예전에는 그런 데서 토론이 활발하지 않았나요.

“예전엔 민주적 공론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콜로세움화된 거죠. 어떤 한목소리가 함성이 돼 커지면 다른 목소리는 안 들립니다. 그 함성이 커질수록 다른 사람들은 그냥 이야기를 안 하는 거죠. 그래서 이거는 민주적으로 더 힘을 잃게 됩니다. 민주주의에서 더 탈선하는 거죠. 이런 커뮤니티 댓글 같은 것을 볼 때 우리의 목소리가 같다는 데서 더 위험신호를 느낍니다. 이른바 ‘수박론’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수박론은 간단히 이야기하면 색깔론이에요. 민주주의는 그 사람의 주장이나 행동을 비판하는 거지, 사람 자체를 배척하면 안 돼요. 인종차별, 색깔론, 이념차별 이런 것은 역사에서 다 망했습니다. ‘너 빨갱이지?’, 이 사람이 하는 어떤 주장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 자체를 몰아내는 거예요. 이 사람 자체를 낙인찍어 이 공동체에서 없애버리는 겁니다. 이게 민주주의입니까. 폭력이잖아요. 이 폭력을 누가 했습니까. 제국주의자들과 독재자들이 한 거예요. 그다음으로 사회주의 독재자들이 뭐라고 했습니까. 인민독재. ‘동무는 반동이오.’ 반동으로 찍어 다 몰아냈잖아요. 빨갱이와 반동의 역사. 이게 색깔론의 역사입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이 폭력과 싸워온 당이에요. 민주당의 역사를 배신하면 안 됩니다. 수박론은 정말 민주당에서만은 해서는 안 될 반민주적 폭력행위입니다. 그런데 이걸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민주당이 정말 위험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열정적인 지지자나 당원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열정적인 지지자는 어느 시대에나 있을 수 있어요. 문제는 이중 아주 일부에서 나타나는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나 행태입니다. 열성 지지자의 이름을 빌려 증오나 혐오, 언어폭력, 색깔론 등을 자아내는 행태에 반대합니다. 당도 이런 비민주적 행태와는 결별해야 해요.”

-유권자들이 양극화된 팬덤정치에 오염된 것 아닙니까.

“유권자들의 문제가 아니에요. 정치지도자들의 책임입니다. 수박론과 관련해 정치지도자들은 ‘그건 민주주의에서 탈선한 것이며, 반민주적 폭력행위다, 민주당의 길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여기에 편승하지 말고 막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낙엽론’이에요. 실제 이낙연 대표 때문에 대선에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중도층 중에서는 ‘이낙연이 나왔으면 윤석열을 이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이낙연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졌다’, 이건 양심 불량이잖아요. 이건 부도덕한 겁니다. 특히 어느 대선주자보다 이낙연 전 대표가 열심히 도왔어요. 그건 이재명 대표도 알 겁니다. 물론 이 대표나 지지하는 분들의 성에는 안 찰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이게 정치 도의적으로나 그냥 인간의 도리상이라고 해야 할까, ‘열심히 해줬지만, 고맙지만 안 돼서 미안하다. 앞으로도 같이 가자. 우리 함께 다시 민주당을 살리자’ 이게 맞는 이야기 아닙니까. 대선 끝나자마자 이낙연 때문에 졌다, 이걸 가지고 유튜브하고 댓글을 올리는 것이, 이걸 무슨 작전이나 아니면 뭔가 메시지라고 생각했다면 그 정치는 정말 오래 못 갑니다. 왜냐하면 그런 부도덕한 정치에 누가 가담하겠어요. 나는 이재명 대표가 그 말에 동의하지는 않았다고 봐요. 수박론이나 색깔론, 동지들을 제물을 삼아서 정치하려고 하는 것, 어디 뒷골목 장사도 그렇게 안 합니다. 이렇게 장사하는 가게? 손님 안 가요, 절대. 하물며 국가 예산을 수백억씩 쓰는 정당을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누가 여기다 표를 찍어주겠습니까.”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정권 평가도 해보죠. 당시에도 기사를 썼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무적 감각은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총장 당시 출마설에 대해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말 한마디로 ‘윤석열 지지율’이 10% 넘게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왔죠. 그런데 이건 양가적입니다. 반대로 저 사람은 노골적이고 일관되게 검찰주의자 행보를 보였는데 문 전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이 전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합니다. 자신도 율사 출신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예컨대 추-윤 갈등 국면 등에서 정치적인 판단을 해야 할 시점에 하질 않았다는 등의 비판입니다. 지금 윤석열 정부를 향한 가장 큰 우려는,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무슨 전근대 왕조국가로 퇴행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그걸 초래한 것도, 그러니까 윤석열 정부를 만들어낸 것도 결국은 문재인 정부라는 비판이 실제로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건 유통기한이 다한 이야기 아닙니까.”

-왜죠? 윤석열 정권 출범 6개월이 지나서인가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이르는 그런 과정에 여러 가지 정치적으로든 행정적으로든 잘못된 판단이 여럿 있었죠. 그래서 그 문제는 사실인데 그건 출범할 때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국정운영 과정의 책임은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져야 합니다. 그걸 문재인 정부 너희가 책임져라, 그것은 호사가들의 이야기이고요. 정말 냉정하게 봤을 때 지금 윤석열 정부가 민주공화국에서 많이 탈선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점이 상당히 걱정됩니다. 이걸 빨리 돌이키지 않으면 이건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에요. 국가적으로 또 엄청난 위기, 그리고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정부든 과거를 비판하거나 과거 청산을 요구하는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권을 잡으면, 정부를 담당하면 과거를 청산하는 식의 국정운영은 하면 안 됩니다. 그건 국정운영의 목표가 아닙니다. 국정운영은 늘 미래를 향해 있어야 해요. 문재인 정부 때 ‘적폐청산’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도 실수 중 하나였다고 봅니다. 과거 DJ 정부가, 그리고 참여정부가 이름을 바꾼 것이 진실과 화해입니다. 미래를 봐야 합니다.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된 후 목표가 ‘아파르트헤이트 청산’이 아니라 진실과 화해였어요. 지금 윤석열 정부가 서해, 동해, 남해에 있는 원전까지 삼면바다에서 옛날 일을 끄집어내 국정 최대 이슈로 끌고 가잖아요. 이렇게 하면 윤석열 정부는 성공 못 합니다. 미래가 없어요. 그 사람들의 시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했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 그래서 그것 하지 말자고 정권교체 한 것 아닙니까.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걸 또 원했던 것 아닐까요. 그런 요구에 부응해 자기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이는데요.

“단견이죠. 그렇게 해서 과연 이분들, 지지하는 분들의 속이 시원해질까요. 당장 그냥 초콜릿 주고 사탕 주는 거예요. 정말 이분들에게 좋은 보약은 뭘까요. 결과적으로 보수정권이 국정을 잘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거죠. 그런데 그 선물은 못 줍니다. 실제로 시간 지나봐요. 옛날 일 뒤지다가 결국 미래를 위해서 아무 일도 못 하고 ‘어어~’ 하다가 옛날 IMF 같은 환란이나 경제위기를 맞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역시 이거, 아마추어 정권 뽑아놨더니 안 되겠네’라는 소리를 들을 겁니다. 과연 그게 지지자들, 보수유권자들에게 보답하는 길일까요. 진보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당장 윤석열 나쁜 사람이라고 막 싸우기만 하면 국민이 평가해줄까요. ‘민주당 쟤네들은 맨날 쌈박질만 해서 안 되겠다’고 국민에게 버림받으면 그게 과연 우리 지지자들에게 옳은 길입니까. 지지자들을 위한 길이고 대변하는 길일까요.”

-지금 이 정국에 해법이 있어 보입니까. 결국 검찰이 이재명 당대표를 사법처리하려는 것도 ‘이재명 대표의 방탄 사당화’를 유도하려는 전략 아닐까요. 검찰이 쥐고 있는 패를 알 수 없으니 거의 외통수인 것 같은데 민주당으로선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요.

“‘민주당은 발목잡기 정당이다, 민주당 때문에 도저히 못 해 먹겠다. 이재명 비리투성이인데 이재명 당대표 방어하느라고 당이 만장일치로 동원되고 있지 않나, 저런 당 찍어주지 마라’ 이 두 가지가 지금 정부·여당의 기본전략입니다. 그 전략이 이미 다 보이잖아요. 국민이 똑똑합니다. 이렇게 노출된 전략은 안 먹힙니다. 당장은 그 전략이 먹힐 수 있습니다. 그 전략으로 덫을 놓고 늪을 파놨습니다. 민주당이 계속 빠져들어가면 성공하겠죠. 결국 민주당도 처음 한두 번은 들어가도 늪인 줄 알면 빠져나오지 않겠어요? 발목잡기 정당, 방탄정당, 이 늪으로 민주당이 안 빠질 것이라고 봅니다. 빠지다가도 다시 나올 거예요. 그래서 윤석열 정부 여당의 그 정치기획은 실패할 겁니다. 어차피 실패할 것이니까 그 길로 가지 마라, 이렇게 충고하고 싶어요. 대한민국 정치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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