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급급했던 청와대에서 유물 나와···“경내 정밀 조사를”

도재기 기자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한국건축역사학회의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 결과 공개

고려 기와 등 유물산포지 8곳, 각자석 3기 등 확인···“추가 정밀·시굴조사 필요” 강조

로드맵 발표 앞둔 대통령실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의 조사결과 반영 여부에 촉각

조사연구단, 호기심 위주 단순 관람방식 개선·식생 훼손 대책 마련 등도 제언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용역의뢰로 한국건축역사학회 등이 실시한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 결과 청와대 경내에서 고려~조선시대 기와와 도기 조각 등이 발견됐다. 사진은 청와대 본관(왼쪽)과 청와대 경내에서 발견된 기와 조각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문화재청 제공 사진 크게보기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용역의뢰로 한국건축역사학회 등이 실시한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 결과 청와대 경내에서 고려~조선시대 기와와 도기 조각 등이 발견됐다. 사진은 청와대 본관(왼쪽)과 청와대 경내에서 발견된 기와 조각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문화재청 제공

청와대 경내에서 고려~조선시대에 이르는 유물이 발견됐다. 호기심 위주의 단순 관람방식 개선과 관람객으로 인한 청와대 식생의 훼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향후 청와대 보존·관리·활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청와대 권역의 역사적 가치 확인과 체계적인 보존·관리 기반 마련을 위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용역 발주하고 (사)한국건축역사학회 등이 실시한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 결과가 4일 공개됐다. 연구 결과를 보면, 고려~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도기·옹기 조각 등의 유물과 유물산포지 8곳이 확인됐다. 글자가 새겨진 각자석 3기,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옹벽과 비석받침(비좌) 등도 확인됐다. 또 현재 청와대 권역의 담장이 경복궁 후원의 궁궐 담장(궁장)과 일치한다는 사실 등도 확인됐다.

기초조사를 실시한 조사연구단은 보고서에서 “(육안으로 살펴본) 지표조사에서 유물산포지 등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정밀 지표조사를 통해 시굴조사를 하기위한 범위 설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청와대 활용방식은 기초조사와 보존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채 매우 한정된 시기를 대상으로 호기심 위주의 단순 관람방식에 머무르고 있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종합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궁능유적본부는 “이번 연구 결과는 고려·조선시대의 기와·도기 조각 등이 확인돼 다양한 역사적 층위가 존재하고 있음을 입증한 점이 성과”라며 “문화·자연유산적 가치평가에서 역사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있다는 판단과 함께 체계적 보존·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청와대 권역을 학술적·체계적으로 사실상 처음 조사한 이번 조사·연구결과가 당장 용산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실이 ‘청와대의 관리·활용 로드맵’ 마련을 위해 운영 중인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의 로드맵 발표에 얼마나, 어떻게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한국건축역사학회가 조사보고서에 수록한 ‘경복궁 후원(청와대 경내) 일대 유적 분포도’. 유물들이 발견된 유물산포지, 글자가 새겨진 각석 등이 표시돼 있다. 문화재청 제공

한국건축역사학회가 조사보고서에 수록한 ‘경복궁 후원(청와대 경내) 일대 유적 분포도’. 유물들이 발견된 유물산포지, 글자가 새겨진 각석 등이 표시돼 있다. 문화재청 제공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내놓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 상춘재를 활용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청와대 소장 미술품 특별전 등 복합문화공간 활용방안은 이미 차질을 빚은 실정이다. 청와대 관리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던 문체부, 현재 관리 위탁을 맡고 있는 문화재청도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의 발표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의 로드맵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문체부나 문화재청이 사실상 무슨 말을 할 수있겠느냐”며 “대통령실만 쳐다보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과 조사연구단은 이번 조사결과가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이 향후 내놓을 청와대 관리·활용 로드맵에 적극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유물이 확인된 만큼 추가 정밀조사, 시굴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청와대의 역사성·장소적 특성·경관 등을 보존·관리하면서 적극 활용하는 장기적·체계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역사의 보고, 고려 유물까지 나와

한국건축역사학회 등 조사연구단의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는 경복궁 후원 영역(청와대 권역)에 대한 문화·자연유산적 가치 평가를 하고 이를 통해 향후 보다 나은 보존·관리·활용 방향 수립을 위해 이뤄졌다. 당초 개방에 앞서 먼저 기초조사가 이뤄지고 이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개방 일정·관람객 동선 등이 진행돼야 했다. 전문가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월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청와대는 곧바로 개방됐다. 당시 정부 부처간 행정 난맥, 청와대 역사성·경관 훼손 등 여러 논란을 빚었다.

개방 후 4개월 만인 지난해 9~12월 뒤늦게 진행된 조사는 유물 존재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지표조사, 근대 이전 역사적 문헌 등 종합 고찰, 전통 건축물과 현존 건축물 현황 등 파악, 식생·조경시설물의 종합적 확인과 분석 등으로 이뤄졌다. 지표조사는 본격적인 시굴·발굴조사에 앞서 진행되는 조사로 그 결과에 따라 시굴·발굴조사가 이뤄진다.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표조사는 청와대 경내와 칠궁, 칠궁 뒤편 영역에서 이뤄졌다. 그 결과 유물산포지는 모두 8곳이며, 이 중 7곳이 청와대 경내에 있다. 유물산포지에서 수습된 유물은 기와가 공통적이고, 도기·토기와 백자, 전돌 등도 일부 확인됐다. 시대는 조선시대 것이 상당수이지만 일부는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됐다.

청와대 경내 옛 궁궐 담장(궁장)에서 확인된 ‘영’ ‘훈’ 자 각석. 문화재청 제공 사진 크게보기

청와대 경내 옛 궁궐 담장(궁장)에서 확인된 ‘영’ ‘훈’ 자 각석. 문화재청 제공

조사단은 특히 “청와대 본관의 서남쪽에 위치한 ‘유물산포지8 지역’에서는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기와편이 나오는 등 건물지가 있던 곳으로 보인다”며 “시굴조사를 통해 유구(당시의 인공시설물 흔적)의 매장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침류각과 동쪽 궁장 영역인 ‘유물산포지3 지역’도 “조선시대 이전부터 건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시굴조사를 제안했다. 또 산책로가 개설된 ‘유물산포지6 지역’, 관저의 북쪽 뒤편 일대인 ‘유물산포지7 지역’ 등도 시굴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표조사보다 더 정확한 시굴조사를 통해 유물과 유적지의 성격을 보다 명확히 파악해야 할 만큼 이번에 수습된 유물들이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글자가 새겨진 각자석은 모두 3기가 확인됐는데 모두 궁장의 기단부에 위치했다. 화강암에 새겨진 명문은 ‘訓’(훈) 자 2기, ‘營’(영) 자 1기이다. 조사연구단은 “글자 크기가 10~17㎝로 각기 다르고, 각자석의 치석 수법이나 석재의 색깔 등도 달라 동일한 시기에 제작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밀조사를 실시해 궁장의 축조기법과 시기를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시대의 비좌는 “원래의 자리를 찾고, 비좌가 있는 만큼 무덤의 존재 여부 등도 향후 정밀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본관의 서남쪽이 위치한 “유물산포지 8 지역‘에서 수습된 기와 조각들. 고려와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가 섞여 있다. 문화재청 제공

청와대 본관의 서남쪽이 위치한 “유물산포지 8 지역‘에서 수습된 기와 조각들. 고려와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가 섞여 있다. 문화재청 제공

조사연구단은 “이번 조사결과 적지 않은 수의 유물산포지가 확인됐고, 고려시대 기와로 볼 수 있는 유물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고려시대의 남경과 관련된 건물터의 매장 가능성도 있다”며 “청와대 내부에 대한 정밀 지표조사를 실시해 정확한 시굴조사 범위를 설정하고 궁장 외부의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람객 동선 등 청와대 활용 실태를 조사·분석한 조사연구단은 현재의 청와대 활용방식이 “매우 한정된 시기를 대상으로 호기심 위주의 단순 관람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현재 관람객의 동선 체계는 단순히 개방(관람)구간과 비개방구간으로 나눴을 뿐 주동선, 부동선, 보조동선, 관리동선 등 체계가 구분되지 않아 관람에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주 관람동선 외에 3개의 보조관람 동선을 지정에 관람 목적에 따라 다양한 관람 환경의 조성을 촉구했다. 또 동선 체계에 맞춰 안내 표지판, 휴게 시설 등을 재배치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사연구단은 경복궁 후원의 수목자원 및 식생의 보전·관리를 위한 조사결과에서도 “현재 청와대 개방으로 탐방객 이용 압력 등 인위적 교란에 의한 식생의 훼손이 우려된다”며 “관리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또 “청와대 일대 수목 자원은 장소의 상징성 및 역사·문화적 가치가 뛰어나다”며 “향후 수목자원의 정밀조사를 통한 자연유산 파악 및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천연기념물 지정 등 문화경관과 조화되는 배후경관 측면의 식생 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보존·관리·활용에 어떤 영향?

이번 조사는 조선시대 경복궁 중건 당시 조성된 후원을 중심으로 고려시대부터 청와대 개방 이전까지 시대적 변천, 역사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첫 학술조사연구다. 문화재청도 “그동안 청와대 접근성의 한계적 특성으로 인해 문헌·회화 등 기록물 중심의 연구만 간헐적으로 이뤄진 상황에서 새로운 학술연구의 길을 열었다는데 의미가 크다”며 “향후 청와대의 역사보존 및 활용이라는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연구단의 전문가들과 학계에서는 이번 조사결과가 대통령실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을 중심으로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청와대 관리·활용 방안에 적극 수용돼야한다고 주장한다. 한 문화재위원(고고학자)은 “원래 이런 기초조사를 거친 후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의 개방과 활용방안이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이뤄졌어야 하는데 정부는 그저 개방 효과만 노려 혼란과 논란을 낳았다”며 “이제라도 대통령실의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은 이를 적극 반영해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내놓야한다”고 강조했다. 중진의 역사학·건축사학자들도 “초기 개방효과는 사실상 누린만큼 이번 조사결과를 수용해 개방 정도가 조금 늦어지고 관람이 일정 부분 제한되더라도 정상적·상식적인 청와대 관리와 활용·보존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경복궁 후원 모습으로 융문당과 융무당 건물 등이 확인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문화재청 제공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경복궁 후원 모습으로 융문당과 융무당 건물 등이 확인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문화재청 제공

정부는 기초조사도 없이 지난해 5월 출범에 맞춰 청와대를 개방해 경관 훼손과 위락공간화의 우려를 낳고, 활용 방안을 둘러싼 정부 내 혼선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더욱이 지난해 문체부가 복합문화공간 등으로의 활용방안을 발표하자 학계에서는 청와대가 지닌 역사성과 장소적 특성을 무시하고, 활용을 위한 조사·연구와 여론 수렴 등 기본절차마저 지키지 않는 ‘전근대적 밀어붙이기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미술계 단체들은 시각문화 중심의 활용방안을 적극 환영·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이번 조사결과를 적극 수용할 경우 청와대 경내 일대에 대한 추가적인 정밀조사나 시굴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시굴조사가 진행될 경우 시굴조사 현장은 관람객 통제가 일정부분 필요할 수밖에 없어 관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시굴조사에서 유물, 유구가 추가적으로 확인될 경우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불가피하다. 발굴조사는 조사 결과가 나올때 상당 기간을 필요로 한다.

조사연구단 관계자는 “전문가로서 보고서에서 밝혔듯 청와대의 역사성 등을 길이 제대로 살리자면 당연히 추가조사와 시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도 전문가들의 조사연구 결과를 무시하기보다는 적극 수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대통령실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의 방안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사실상 문화재청이 향후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다만 자문단의 의견 개진요구 등이 있으면 적극 의견을 내는 등 보다 세밀한 관리·활용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굴조사에서 중요 유물·유구 등이 확인될 경우 본격적 발굴조사가 이뤄지고 그 결과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지정이나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등록될 수도 있다. 사적으로 지정되면 역사문화 유적으로서의 보존이 우선돼 사적지 내의 현상을 변경할 경우 문화재위원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 정부의 활용 방안이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등록되면 사적보다는 활용이 쉽다.

정부가 이번 조사결과를 수용하지 않으면 청와대 권역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는다. 조사연구단의 전문가들이나 역사·고고학·미술사 등 그동안 기초조사를 요구해온 학계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의 소통 부재도 비판의 도마에 오를 수있다. 정부 관계자는 “조사결과가 나온 만큼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도 수용 여부를 고심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자문단 단원들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있는만큼 얼마나, 어떻게 수용할 지는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같은 개방과 활용을 하면서도 이번 조사결과를 반영하는 묘책도 충분히 있을 수있다”며 “예를 들어 시굴조사를 하더라도 관람 동선을 변경하는 등의 대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청와대 관리권을 임시가 아니라 영구확정하고 그에 따른 예산과 인력을 재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의 유구한 역사성 확인, “예견된 결과”

학계에서는 이번 기초조사 결과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고려시대 유물의 발견 등 역사적·학술적으로 귀중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기 때문이다. 이미 문헌기록상 청와대 일대는 고려시대 ‘삼경제도’ 아래 궁궐이 세워지는 등 지방 운영의 핵심적 지역이었다.

1929년 경복궁과 후원 일대에서 열린 일제의 조선박람회 전경 사진 엽서. 경복궁 후원 숲속에 여러 건물 등이 들어서 역사성을 훼손하고 있다. 개인소장. 문화재청 제공

1929년 경복궁과 후원 일대에서 열린 일제의 조선박람회 전경 사진 엽서. 경복궁 후원 숲속에 여러 건물 등이 들어서 역사성을 훼손하고 있다. 개인소장. 문화재청 제공

고려는 수도 개경(중경)을 중심으로 지방에 서경(현 평양), 남경(서울), 동경(경주)을 운영했고, 이들 삼경은 지방 행정기관 중 최고의 지위였다. 조사연구단은 보고서에서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의 기사 내용과 기존 연구성과 등을 종합할 때, 남경으로의 수도 이전 논의가 고려시대에 수차례 있었고, 결국 남경에 궁궐이 완성되고 실제 고려 왕실의 남경 행차도 빈번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조사연구단은 “다만 고려사와 관련된 사료의 부족 등으로 현재 고려시대나 남경을 둘러싼 연구는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라고도 덧붙였다.

고려시대 이후 청와대 일대는 조선 건국과 더불어 태조가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고 정궁인 경복궁을 세우면서 경복궁에 인접한 후면 역할을 했다. 조사연구단은 “경복궁이 중건되기 이전까지는 정식 후원 역할을 하지 않았지만 군신이 충성을 맹세하는 회맹제를 지내는 회맹단이 있어 회맹제가 치러졌고, 임진왜란 이후에는 회맹제 뿐아니라 각종 의식과 의례, 군대 관련 행사 등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청와대 일대가 경복궁의 본격적인 후원으로 조성된 것은 경복궁 중건 때다. 경복궁 중건은 1865년(고종 2년)부터 1868년까지 흥선대원군이 이끌었고, 융무당·융문당 등 다양한 건축물과 각종 시설, 조경 등이 이뤄졌다. 특히 조사연구단은 “융무당·융문당 일대는 다수의 조선시대 기록에서 ‘경무대’로 불렸다”며 “경무대라는 명칭이 확인되는 가장 이른 시기는 1868년의 기록물”이라고 밝혔다.

이후 대한제국기를 거쳐 일제 강점기에 청와대 일대는 박람회·운동회 등 각종 행사 장소로 사용돼 조선 정궁인 경복궁의 가치, 의미가 크게 훼손됐다. 특히 1939년 일제의 조선총독부 총독관저가 건립되고 1945년 해방 때까지 3명의 총독이 머무르면서 경복궁 후원 일대는 그 역사적 명맥이 사실상 묻혔다. 광복 이후에도 1945년 9월~1948년 8월까지 미군정청의 최고사령관인 하지 중장이 머물렀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는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까지 모두 12명의 대통령이 집무실 겸 관저로 청와대를 사용했다.

조사연구단 관계자는 “경복궁 후원, 청와대 일대는 고려시대부터 조선, 대한제국기와 일제강점기·미군정청 통치 등 격동의 시기를 거쳐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가 머물며 격동의 현대사가 녹아든 역사성, 장소적 특성이 깊에 밴 곳”이라며 “이번 조사연구는 이를 학술적으로 재확인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