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50여 일 앞 ‘도로 윤 vs 도로 명 vs 이종결합’ 희망보다 리스크만 산재
[주간경향] 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사생결단’에 나선 후보들이 속속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다. ‘설 연휴’를 전후로 본격 등판하거나 전력 정비를 마치고 정치적 ‘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모양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등판이나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를 앞세운 제3지대 정치세력의 합당이 대표적이다. 여론 반응과 별개로 이들의 행보는 지난 설 연휴 동안 발생한 가장 큰 정치적 움직임 중 하나가 됐다.
‘총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던 인물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며 22대 국회의원선거도 윤곽을 갖춰가고 있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첫 번째는 거대 정당 두 개가 의석 대부분을 분점한 ‘양당제’ 구도에 균열이 생길 것이냐 하는 점이다. 양당제에 도전하는 제3지대의 출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 선거 이후 거대 정당에 흡수되거나 내부 분열로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적 구성, 무게감 측면에서 기존과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제3지대를 선도하는 ‘개혁신당’을 이끄는 두 인물이 각각 전임 민주당, 국민의힘 대표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후보로 평가받는다. 이들이 이끄는 신당이 총선 이후로도 존속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의석 확보가 필요하다. 지난 2월 13일 국회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연 개혁신당은 목표를 ‘최소 30석’으로 제시했다. 해당 수치는 신당의 존속 가능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두 번째는 정치권의 ‘극한 대립’이 어디까지 확장하느냐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때부터 이어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립은 파생 구도까지 낳았다. 윤석열 대통령 대 여당 이탈 세력, 친이재명 세력 대 반이재명 세력 간 대결이 대표적이다. 독특한 점은 윤석열·이재명이라는 각기 다른 두 사람에 대한 반감을 매개로 이들 세력이 한데 뭉쳤다는 점이다. ‘왜 결집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지지 않는다면 맹목적인 선거 연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외에도 윤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우는 조 전 장관,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이 또 다른 대립축을 구성하는 중이다.
실제로 이들은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 타격을 줄 대상과 이와 관련한 의정 활동 방향까지 대놓고 밝히고 있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로 시작하는 정치에서 ‘반드시 저들을 심판하겠다’는 정치로의 이행이다. 이는 한국 정치를 드라마나 예능 방송 정도로 인식하는 이들에겐 볼 만한 ‘싸움구경’을 제공하겠지만, 정치가 일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수단이라고 인식하는 이들에겐 무엇 하나 기대할 것 없는 절망감만 제공할 뿐이다.
‘누가 더 싫은가’로 한 번 더
36% vs 37%. 38% vs 37%. 설 직전 실시된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각각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이 얻은 지지율이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1%포인트 차로 앞선 전자는 연합뉴스/연합뉴스TV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가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월 4일부터 5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다. 반대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1%포인트 차로 앞선 후자는 YTN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6일부터 7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비슷한 시기 각기 다른 기관에서 벌인 조사 결과가 유사한 만큼 두 정당 지지율은 실제로 박빙 상황에 있으리라 추론해볼 수 있다.
정당 지지율이 딱 붙은 상황은 추세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은 매주 정기 여론조사를 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통해 공표된 해당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2주차부터 2월 1주차까지 진행한 총 4번의 여론조사에서 두 정당 지지율은 모두 오차범위 내에 있었다. 마지막 2월 1주차(1월 30일~2월 1일 조사) 조사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35%, 국민의힘 34%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누가 더 앞선다’고 판가름하기 어려운 결과만 반복되는 상황은 여론조사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모이는 ‘설 연휴’ 기간에 이뤄진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JTBC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메타보이스㈜가 지난 2월 11일~12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그 결과 국민의힘 39%, 더불어민주당 35% 지지율을 각각 획득했다. 해당 조사에서 ‘내일 당장 총선이라면 어느 당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민주당 35%, 국민의힘 34%의 결과가 나왔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 같은 상황이 독특한 건 양당 지지율이 30~40% 범위에 머물며 한쪽이 일시적으로 튀어오르는 현상조차 관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현안 대응, 정책 개발 등을 통해 ‘누가 더 잘하냐’가 아닌 콘크리트 지지율을 끌어안고 ‘누가 더 못하냐’ 경쟁을 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양당 모두 유의미한 지지율 반등을 이끌어낼 상황 자체를 만들지 못했거나,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양쪽 모두 도로 윤석열, 도로 이재명의 이름으로 살얼음판 건너듯 선거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민주당의 한계
지지율만 보면, 양당이 힘의 균형을 이루며 교착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초래한 각각의 사정은 다르다. 몇몇 변수를 더하면 이를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다. 하나는 이번 총선이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진다는 사실이다. 5년 임기의 대통령제에서 집권 3년차는 정부가 확실한 색깔을 정립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시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딱 이 시기에 와 있다. 그런데 한국갤럽 정기조사에 따르면 집권 3년차인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최근 20주 기준, 최고치가 36%였다. 반면 최저치는 가장 최근 조사인 2월 1주, 29%다. 시간이 갈수록 지지율이 우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같은 조사에서 확인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보다 낮은 수치다.
문제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더욱 동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가장 선명한 명분이기 때문이다. 선거를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성공적으로 치환하면 대통령과 여당이 동일시된다. 이에 맞서 여당이 사용하는 전략은 이른바 ‘정권지원론’이다.
흥미로운 건 대통령 임기 중 치러진 총선에서는 의외로 정권심판론이 잘 먹혀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 경우로 실증된다. 하나는 4년 전인 21대 총선이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차지했다. 이때는 2017년에 집권한 문재인 정부 4년차였다. 한국갤럽 정기조사 기준, 당시 문 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 응답률은 60%에 달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치러진 제19대 총선 때다. 당시 한국갤럽 정기조사 기준, 이 전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비율은 20~30%대를 오갔다. 그럼에도 19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152석 과반수를 얻었다. 당시 선거를 이끈 것은 이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다고 평가받은 박근혜 당시 의원이다. 18대 총선 과정에서 친박계 공천 탈락을 두고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대립각을 세운 박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승리했다. 지지율이 바닥인 대통령과의 과감한 분리, 친이계로 불린 대통령 측근 세력의 공천학살 등이 승리의 원동력으로 꼽혔다.
결국, 대통령 임기 중 치러지는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대통령 지지율이 높거나 적어도 대통령과 별개로 활동할 수 있는 리더십이 존재해야 한다. 문제는 국민의힘은 현 상황에서 어느 쪽도 충족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오랜 기간 지지율 30%대에 갇혀 있다. ‘정권지원론’이 먹혀들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과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도 기대하기 어렵다. 총선 지휘를 위해 등판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윤 대통령과 분리해 보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등과 관련해 양측이 잠시 대립각을 세운 것을 두고도 ‘약속대련’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한 위원장에게 독립적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건, 그에 대한 지지와 당 지지율이 분리되는 상황을 통해서도 추론해볼 수 있다. 한 위원장은 2월 1주차 한국갤럽 정기조사에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항목에 이름을 올렸다. 결과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3%포인트 뒤진 2위다. 2022년 6월 2주차에 4% 지지율로 등장했을 때와 비교하면 큰 상승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전히 30%대에서 동조화됐다. 한 위원장 행보로 오르는 것은 그의 지지율뿐이다. 당 지지율의 추세 변화를 이끌지는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윤석열·이재명 대립구도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한 위원장이 주는 신선함이 개인 지지율에 반영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윤 대통령과 맺어온 특수관계가 한 위원장이 자기 식대로 공천을 하거나 당을 이끄는 데 한계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40%를 상단으로 야금야금 흘러내리기만 하는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이 동조화한 사이 민주당도 똑같이 정체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 집권 후 발생한 숱한 호재 속에서도 제대로 된 반사이익을 챙기지 못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유권자가 윤 대통령, 국민의힘이 싫다고 민주당을 선택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이는 또 하나의 변수인 ‘이재명 리스크’의 존재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를 두고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각종 사법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민주당은 혁신적인 공약을 내거나 공천을 하는 등의 모습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무엇을 하려고 하든 이 대표에게 제기된 혐의와 엮여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대선 이후 이 대표의 행보는 이른바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를 나누는 시작점이 됐다. ‘방탄 논란’을 무릅쓰며 대선 직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을 했다가 이를 뒤집고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당대표직에서 물러나 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거부했다. 그 결과, 민주당 출신 현역 의원들이 신당으로 이탈했다. 개혁신당을 구성하고 있는 5명의 현역 의원이 모두 민주당 출신이다. 이들 중 비명계로 명확히 구분되는 이는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이다.
신당에는 역시 민주당 출신이자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온 이낙연 대표가 있다. 비명계 의원의 추가 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공천이 진행되며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어떤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되든 ‘비명계라서 당했다’는 잡음에서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추가 탈당의 명분이 될 수 있다. 안 대표는 “콘크리트 지지층을 자랑하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대선 경선 과정부터 불거진 당 내 갈등, 지지층 갈등이 아직도 봉합이 안 된 만큼 제3지대가 외연을 확장할수록 민주당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지대, 개혁신당의 길을 민주당이 열어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세는 불렸지만 정체성을 알 수 없는 개혁신당
제3지대가 개혁신당이란 이름으로 뭉친 것은 설날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9일이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새로운미래와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원칙과상식,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등 주요 4개 세력이 합당해 총선을 치른다고 밝혔다. 2월 15일 기준, 개혁신당의 지지도를 확인할 수 있는 여론조사는 2월 11~12일 진행한 메타보이스㈜의 조사가 유일하다. 해당 조사에서 개혁신당은 5% 지지를 받았다. ‘지지 정당 없음(12%)’, ‘무당층(17%)’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문제는 이들이 왜 뭉쳤는가와 유권자가 이를 납득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개혁신당의 첫 최고위 회의에서 이준석 대표는 ‘양당제 타파’를 강조했다. “국민이 바라는 가장 적극적인 개혁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윤석열과 이재명의 의미 없는 경쟁의 종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방식이 윤석열·이재명과 싸우던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점은 의문을 낳는다. 즉 개혁신당에 모이기 전 각 소속 정당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우던 인물들이 ‘싸움의 종말’을 외치고 있는 셈이다. 서로 다른 세력들이 합쳐진 까닭에 당의 방향성 역시 종잡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당원 탈당 행렬을 만들고 있는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의 영입이다. 류 전 의원은 페미니즘 활동을 적극 펼쳐온 반면, 이준석 대표는 ‘젠더갈등’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만큼 둘은 대척점에 서 있다. 이로 인해 당원들이 비판이 거세지자 이준석 대표는 “새로운선택과의 합당 과정에서 류호정 의원을 영입한 것이지, 사상과 정책이 좋아서 영입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기에 따라 당대표가 총선을 위한 물리적 결합을 했음을 시인한 발언으로 읽힐 수도 있다.
전문가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이 교수는 “이준석 대표 혼자서도 최고 15%의 지지를 받아 갈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는데 합당 후 여론조사 결과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며 “아직까지 중도, 무당파, 유동층이 개혁신당을 대안이나 희망이라고 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세력이 완전히 융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천, 공약 발표 등이 진행되면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분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한국 정치사에 있었던 제3정당의 출발을 보면, 5% 지지율을 받은 것도 대단히 선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결국 개혁신당이 총선에서 어떤 이슈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느냐가 안착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 남성이 개혁신당에서 빠져나간다고들 하는데 류호정이란 존재 때문에 새롭게 유입될 사람들에 대한 고려는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누구도 선거의 주도권을 잡거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안갯속인 정국에 조금씩 총선 투표율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또다시 비호감 피하기 선거가 되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