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점선면

우리 그래도, 정치할까요?

유경선 기자
일러스트=변희슬 기자

일러스트=변희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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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점선면] 우리 그래도, 정치할까요?
4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한가운데서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하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다음 총선이 4일 앞으로 다가왔네요.

독자님은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역대급’ 총선이라는 평가가 참 많아요. 좋은 의미로 역대급이어야 할 텐데 불행히도 ‘안 좋은’ 역대급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번 선거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유독 높아요.

그래서 외면하고 싶을 수 있지만, 이번 점선면에서는 이 ‘역대급’의 면면을 독자님들과 제대로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정치가 저절로 역대급이 된 건 아닐 테니까요. 이 역대급 선거의 생김새를 잘 알아야 4년 후에 좀 더 나은 선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하고 싶어 오늘자 점선면을 엮었습니다. 이번 총선 시간표를 쭉 돌아본다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세요. 독자님의 소중한 한 표 행사에 미약하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우리 그래도, 정치할까요?
[뉴스레터 점선면] 우리 그래도, 정치할까요?

22대 총선, 역대급 선거

· 이번 총선은 비례대표 의석이 역대급으로 줄어든 선거입니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도 다시 등장했습니다.

· 이번 총선에서는 ‘막말’이 역대급으로 많이 들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유권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 선거에서 의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역대급 정책·의제 실종 선거라는 우려가 큽니다.

투표 인증샷을 찍는 시민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투표 인증샷을 찍는 시민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 이번 4·10 총선은 비례대표 의석 축소로 인한 비례성 후퇴, 막말, 의제 실종 등 문제로 ‘역대급 선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우리 그래도, 정치할까요?
[뉴스레터 점선면] 우리 그래도, 정치할까요?

1. 그걸 또 한다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4년 전 선거에서 얼마나 뜨거운 이슈였는지 기억하시나요? 꼼수라며 엄청나게 욕을 먹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또 보게 됐어요.

지난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습니다. 이당 아니면 저당, 빨강 아니면 파랑이라는 양극 체제의 정치를 바꾸고 표를 받은 비율만큼 의석을 나누자는 취지였어요. 군소정당의 국회 진출 기회를 열어서 더 다양한 정치를 도모하려는 목적입니다.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동의할 수 없다며 비례대표 출마용 정당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위성정당’이죠. 군소정당 몫으로 돌아갈 의석을 편법을 써서 가져가겠다는 거예요. 가만히 있다간 손해를 볼 게 뻔하니 더불어민주당도 위성정당 만들기에 동참했어요.

지난해 4월 국회 전원위원회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건을 논의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4월 국회 전원위원회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건을 논의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 결과 21대 국회에서 양당이 차지하는 의석 비율은 17대 국회 이후 가장 높아졌습니다. 다시 말해 군소정당 몫은 쪼그라들었어요. 제도의 목적과 정확히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 겁니다.

국민의힘은 예전 선거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등 야권은 ‘퇴행’이라며 반대했어요. 결국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되자 국민의힘은 또 다시 위성정당을 만들었습니다. 야권도 더불어민주연합으로 맞서기로 하면서 4년 전 상황이 재연됐어요. 국민 과반이 원하지 않는 형태로 또 선거를 치르게 된 거예요. 이제 위성정당 꼼수는 ‘뉴 노멀’로 자리잡을 기세입니다.

한편 비례대표 의석수는 유불리 계산에서 한치도 물러날 수 없는 양당이 맞서는 과정에서 1석이 줄어 46석이 됐어요.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따로 투표하는 ‘1인2표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적습니다.

17~21대 국회 비례대표 의석수 변화. 변희슬 기자

17~21대 국회 비례대표 의석수 변화. 변희슬 기자

17~21대 국회 제1당과 제2당 의석수 합 변화. 변희슬 기자

17~21대 국회 제1당과 제2당 의석수 합 변화. 변희슬 기자

의석수도 줄고, 위성정당이 군소정당 몫을 가져가고. 양극 체제의 정치를 이번 국회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게 됐습니다. 제1당과 제2당이 차지한 의석 비율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된 21대 총선에서 오히려 94.3%로 역대 최고 비율로 치솟았고요.

원내 진출을 노린 군소정당이 난립하면서 웃지 못할 당명들이 생겨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가가호호, 히시태그 같은 이름을 써서 가나다순으로 기호가 정렬되는 투표용지 맨 윗줄이나 아랫줄을 차지하려는 건데요.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은 ‘가가’ 덕분에 원외정당 중 맨 앞줄을 차지하는 줄 알고 기뻐했지만 ‘가가국민참여신당’이 끼어들며 둘째줄로 밀려났습니다. ‘해시태그’ 대신 ‘히시태그’를 정당명에 써서 눈에 잘 띄는 맨 뒷줄을 차지하려는 전략도 있어요. 이 기사에서 잠시 웃고 가셔도 좋겠어요.

22대 국회는 우스워진 지금의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만 합니다. 국회가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다 또 4년 후에 불완전한 선거제도를 들고 나타나지 않게 사회가 감시해야 하고요.

22대 총선 비례대표 투표용지. 신문지 세로 규격에 맞먹는 51.7㎝ 길이다. 연합뉴스

22대 총선 비례대표 투표용지. 신문지 세로 규격에 맞먹는 51.7㎝ 길이다. 연합뉴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선거 결과와 연동해 배분하는 제도. 21대 국회 이전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보다 비례성이 보완된 방식이다.


2. 아이고, 시끄러워

참 소음이 많은 선거입니다. 후보자들과 양당 선거 지휘자들의 험한 말들을 다채롭게 보고 들으셨을 거예요. 투기, 변호 이력, 부모찬스 등 후보자들이 살아온 궤적이나 가치관이 일반 국민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막말에 자질 논란으로 후보가 2번이나 바뀐 지역구가 나오기에 이르렀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후보자의 문제적 발언을 ‘다양성’을 들어 감싸려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공천을 취소한 장면도 있었어요.

양당 모두 공정한 선발 원칙이 작동하는 ‘시스템 공천’을 자랑했는데, 정작 후보자의 과거 SNS 글만 검색해도 나오는 문제적 발언들조차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치 유튜브 등에서 인지도를 높인 인물이 점점 정치권에 발탁되면서 생기는 현상이기도 해요. 공적인 언어를 구사할 필요가 없던 이들이 공인으로 살겠다고 나서면서 과거 발언에 발목을 잡히는 거죠.

사실상 양당 체제로 선거가 치러지다 보니 ‘너만 꺾으면 돼’ 식의 극단적인 네거티브 발언이 유발되기도 합니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색깔론도 다시 등장했고요.

22대 총선 중 정치권에서 나온 막말들. 변희슬 기자

22대 총선 중 정치권에서 나온 막말들. 변희슬 기자

막말, 부적절한 변호 이력, 부동산 투기, 골프 접대 등으로 여러 명의 후보가 날아갔지만 선거를 8일 남겨둔 지금까지도 후보자 자질이나 막말로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각 정당이 더 꼼꼼하고 엄격하게 후보자들을 검증해야 해요. 유튜브와 SNS 시대의 검증법도 새로 고민할 때입니다.

3. 복수혈전, 언제 끝나?

복수의 서사가 선거판을 뒤덮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이끌었습니다. 한동훈 부장은 한직으로 여러 차례 좌천됐고, 윤석열 총장은 감찰과 징계의 대상이 됐어요.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한동훈 부장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복수에 성공합니다. 한동훈 장관은 여당 대표(비상대책위원장)가 되기에 이르렀어요. 이제 다음 복수의 차례입니다. 조국 전 장관이 정당 대표가 되어 반(反) 윤석열-한동훈 인사들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검찰 수사 후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설욕을 다짐하고 있어요.

복수는 짜릿하고 통쾌하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와 그 복수에 깊이 이입한 이들에게만 해당됩니다. 복수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그 서사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소외시켜요. 복수 말고, 세상사의 다른 걱정거리와 현안들을 궁금해 하는 유권자들도 많습니다.

일러스트=김상민 기자

일러스트=김상민 기자

4. 이토록 이타적인 선거판

이번 총선 흐름은 ‘내가 잘해서’ 주도하는 판이 아니라 ‘상대방이 잘못해서’ 주도하는 판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는 듯했어요. 2월 중순 이후 민주당이 공천으로 진통을 겪으면서 국민의힘이 낙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경향신문 칼럼들도 ‘민주당의 앞길이 캄캄하다’ ‘민주당의 추락이 놀랍다’ 등 민주당의 패배를 예상했어요.

하지만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 국면이 장기화되고 대통령실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및 ‘도둑 출국’ 건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에 문제 없다는 태도로 버티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선거 흐름의 주요 변곡점마다 정책이나 비전 대신 누군가의 실책이 존재하는 형국인 거예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독특한 화법도 눈에 띕니다. ‘우리가 잘해서 이길 테니 선택해 달라’가 아니라 ‘우리가 이만큼 참패할지 모르니 결집해달라’는 구걸의 언어가 보여요. ‘전략적 엄살’이라는 참신한 표현도 등장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안을 고수하겠다는 대국민 담화를 한 1일 처음으로 대통령 탈당 요구가 나왔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워장(오른쪽).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워장(오른쪽). 경향신문 자료사진

🔷 비례성이 크게 후퇴하고, 막말이 역대급으로 많이 관찰된 총선입니다. 끊이지 않는 복수의 서사에 피로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있어요. 선거 국면에서 희비가 엇갈릴 때는 누군가 잘할 때가 아닌, 누군가 실수할 때였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우리 그래도, 정치할까요?
[뉴스레터 점선면] 우리 그래도, 정치할까요?

1. 정치, 과잉인가 부족인가

정치에 피로한 장면들이 많아서, 우리는 대체로 정치가 ‘과도하다’고 느낍니다. 정치가 과잉인 사회에 살고 있다고 느끼는 거예요. 확실히 정치가 넘실대는 시대인 것처럼 보입니다.

권혁범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이것이 피로감이 주는 착시일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정치 부족’이 한국 사회의 문제라고 말해요.

특히 “정치를 시장경제 영역으로부터 되도록 제거하려는 세력이 어느 민주적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존재한다”며, 이것저것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하고 싶은 자본이 정치의 개입을 뭔가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할 가능성을 경계합니다.

“‘정치 과잉’은 표피적 현실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시민의 정치 참여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독재 및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오랫동안 억압당한 집단적 기억이 남아 있어서일까. 당시에 ‘행정’은 강했지만 ‘정치’는 거의 부재했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은 정치를 살려야 한다. 또 다시 반정치 시대로 회귀할 수는 없다. 한마디로 말한다. 정치가 부족하다.”

[정동칼럼] 정치 과잉과 정치 부족 中 - 권혁범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일러스트=김상민 기자

일러스트=김상민 기자

실제로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4점 만점에 평균 2.4점으로 ‘보통’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 단체에 참여하는 정도는 동창회·향우회나 종교단체에서 높았지만 정당·시민단체에서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어요. 특히 정당에 참여하는 정도는 2021년 8.0%에서 2022년 3.5%, 2023년 2.1%로 하락 추세였습니다.

22대 국회에서는 정치의 부재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정치는 토론과 타협을 바탕으로 작동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복수’의 모멘텀이 더 압도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당은 선거 과정에서 서로를 숱하게 고소·고발하기도 했어요.

정치가 실종된 공간을 사법이 파고듭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한국 정치는 이제 거의 모든 정치 의제와 사안, 절차와 과정이 사법화와 검찰화하고 있다”며 “민주공화국의 정치와 정부, 의회와 정당으로서 중대한 직무유기이자 궤도 이탈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나라정치에서 법률가 출신 정치인들이 양쪽 모두에서 정치 양극화의 선두에 서 있다는 점은, 정치의 사법화가 초래하는 대화와 타협의 실종, 곧 정치 붕괴와 악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략) 국정의 중심 의제와 논란, 심지어 개인 선호와 증오감조차 법무 영역을 맡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크게 잘못된 것이다. 앞 정부에서 가장 논란이 된 영역과 인물들은 거의 전부 법무·민정·검찰 부문이었다. 지금도 같다.”

정치의 사법화와 검찰화, 민주주의의 근간을 잠식한다 中 - 박명림 교수


정치의 사법화와 검찰화. 경향신문 DB

정치의 사법화와 검찰화. 경향신문 DB

제3정당이라는 완충지대의 실종도 정치의 가능성을 제한합니다. 제3정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면 제1당과 제2당은 이들을 끌어오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22대 국회는 21대 국회만큼이나 양당이 질서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2. 기후정치가 희망?

새 정치의 영토는 기후정치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기후위기는 진영 간 이견 없이 현존하는 위협이고 되돌려야 할 과제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기후 유권자’의 등장이 중요한 장면이자 성과로 꼽히기도 합니다. 출구 없이 대립하지 않고, 현실 문제를 해결한다는 정치의 기능을 기대할 수 있는 공간이 기후정치라고 하겠습니다.

기후위기 포천시민행동 활동가들이 지난달 24일 경기 포천 시내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나는 기후유권자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기후위기 포천시민행동 제공.

기후위기 포천시민행동 활동가들이 지난달 24일 경기 포천 시내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나는 기후유권자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기후위기 포천시민행동 제공.

경제학자 우석훈은 민주당 1호 영입인재 박지혜 기후·환경 전문 변호사가 의정부갑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것이 기후 문제를 최우선순위에 두고 투표할 세대의 등장을 암시할 수 있다고 봤어요.

이 같은 흐름은 시민사회계와 학계가 주도하고 정치권이 응답하는 형태로 형성됐습니다. 기후정치가 처음부터 총선의 전면에 등장한 건 아니었지만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총선에서 주요하게 고려하겠다는 유권자들이 발견되자 뒤늦게나마 원내 모든 정당이 주요 공약에 기후를 반영한 거예요.

박지혜 후보는 “기후위기 대응은 모든 정당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을 만큼 시급하다”며 22대 국회 1호 기후법안으로 ‘탈석탄법’을 제안했어요. 허승규 녹색정의당 녹색부대표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 가운데서도 특히 기후는 여러 정당이 논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가고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의제”라고 했습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국회의사당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회의사당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우리는 정치를 혐오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치 혐오론자들이 상상하는 ‘탈정치’가 아니라 ‘작동하는 정치’이다.”

“신성한 한 표를 허비하지 않겠다는 다수의 작은 단심이 모여, 차라리 차악을 선택하더라도 제일 나쁜 최악의 후보나 정당은 심판할 수 있다.”

결국 이 얘기가 필요해서 먼 길 돌아온 것 같습니다.

최태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정치를 혐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어요. 정치를 혐오하는 것은 손쉬운 선택이지만 정치가 작동해야 뭐라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최 교수는 “대한민국 시민사회는 약하지 않다”며 결정적인 때마다 정치를 작동하게 한 사례들을 다시 짚었어요.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도 ‘심판’의 기능만큼은 확실하다는 데 주목합니다. “승자독식의 이 선거제에 따르면 소수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최악의 정치세력은 확실하게 심판할 수 있다”는 것이죠.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정치할 거냐’는 주변의 물음에 손사래를 쳐왔습니다. 정치보다는 운동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정치와 운동이 칼로 무 자르듯 구분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필요한 것은 “운동이자 정치”였다고요. 그는 “정치에 한계를 짓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세계”라며 “우리, 정치할래요?”라고 손짓합니다.

모두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정치를 끝까지 쳐다봐야 하는지를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지겹고 신물날 때, 지겹고 신물나게 하는 것들에게 지지 말자는 다짐을 해보려고 합니다. 어쨌든 정치는 중요하고,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니까요.

🔷 정치가 과잉인 사회라고 느껴지지만 이는 정치에서 파생되는 소음이 만들어낸 착시입니다. 오히려 정치를 어떻게 더 확장할 수 있을지 지치지 않고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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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10 총선은 비례대표 의석 축소로 인한 비례성 후퇴, 막말, 의제 실종 등 문제로 ‘역대급 선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비례성이 크게 후퇴하고, 막말이 역대급으로 많이 관찰된 총선입니다. 끊이지 않는 복수의 서사에 피로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있어요. 선거 국면에서 희비가 엇갈릴 때는 누군가 잘할 때가 아닌, 누군가 실수할 때였습니다.

정치가 과잉인 사회라고 느껴지지만 이는 정치에서 파생되는 소음이 만들어낸 착시입니다. 오히려 정치를 어떻게 더 확장할 수 있을지 지치지 않고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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