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마마·바바리맨·파틀막·개같이···‘말’로 짚어본 22대 총선

김상범 기자

이번 선거엔 사자성어 유독 돋보여

‘지민비조’ 등 네 글자 구호도 주목

남미 국가들도 자주 입길에 올라

4·10 총선 유세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4·10 총선 유세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치의 요체는 ‘말(言)’이다. 선거철에는 유독 상대편을 비방하고 같은 편을 결집시키며 복잡한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꼬집는 말들로 넘쳐 흐른다. 4·10 총선 또한 다르지 않다. 비명횡사·지민비조·범죄자·바바리맨·팥쥐엄마….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각종 ‘말말말’ 위주로 22대 총선을 짚어봤다.

이번 총선에서는 사자성어가 유독 돋보였다. ‘비명횡사·친명횡재’는 친이재명(친명)계 인사를 대거 밀어올린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요약한 줄임말로 널리 회자됐다. 국민의힘은 ‘잡음 없는 공천’, ‘시스템 공천’을 자부했으나 결국 결과를 놓고 보니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은 대부분 공천을 받아 ‘찐윤불패’라는 말이 나왔다.

유권자 귀를 사로잡기 위한 네 글자 구호도 많았다. 2020년 21대 총선부터 실시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기존 정당에는 지역구 후보들이, 위성정당에는 비례 후보들이 배치되면서, ‘본체와 위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사자성어 스타일의 슬로건이 다수 생겨났다. 조국혁신당의 ‘지민비조’가 대표적이다. 사자성어를 연상케 하는 이 단어는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이라는 뜻의 선거 구호다. 이를 두고 여당 측에서는 “요즘은 지국비조(지역구는 국민의힘, 비례는 조국혁신당)가 유행”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이판사판(지역구는 2번 국민의힘, 비례는 4번 국민의미래)’이라는 구호로 대응하고 있다.

선거의 총사령관인 정당 대표들의 말버릇도 눈길을 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우리는 왕을 뽑은 게 아니다”“이 정부는 국민을 지배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대통령은 왕처럼, 영부인은 중전마마처럼 군림하는 것 아닌가” 등 윤석열 정부의 전근대성·권위주의적 성격을 강조하는 말을 즐겨 썼다. 김건희 여사를 두고는 “영부인에게 여사 호칭 안 붙였다고 징계까지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인가”라고 했다. 마리 앙투아네트 비유는 김경율 국민의힘 선대위 부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비판하며 처음 사용했다.

이 대표는 나경원 국민의힘 동작을 후보에게 친일 프레임을 덧씌우기 위해 ‘나베(나경원+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라는 말도 썼다. 이 대표는 “자식 사랑하는 부모(국민)가 귀한 자식(정권) 엄하게 훈계하듯” 같은 가족관계 용어도 유세 중에 자주 썼는데, 그러다가 “정부가 의붓아버지 같다. 계모 같다. 팥쥐 엄마 같다”고 발언했다가 재혼 가정 비하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랑한 낱말은 단연 ‘범죄자’다. “줄줄이 엮여서 감옥에 가야 할 사람들”“우린 지켜야 할 범죄자 없다”“범죄자에 대한민국 맡길 거냐” “파렴치 잡범 조국”“민주당 찍으면 범죄 집단에 면허증 주는 것” 같은 말을 즐겨 썼다. 현재 대장동 사건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2심 유죄 판결을 받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한 위원장은 “김준혁(민주당 수원정 후보) 같은 사람을 유지할 거면 차라리 바바리맨을 국회로 보내라” “(민주당의) 쓰레기 같은 성평등의식” “정치 개 같이 하는 사람” 등 상대 정당의 성·윤리의식을 비판하는 단어도 자주 사용했다.

민주당은 카이스트 졸업생 강제퇴장 사건에서 비롯된 ‘입틀막(입을 틀어막다)’에서 시작해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에서 파생된 ‘칼틀막’,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에서 생겨난 ‘파틀막’ 등의 단어를 선거운동 내내 요긴하게 썼다.

조국 대표는 “무도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라며 ‘3무(無) 정권’이라는 말을 만들어 썼는데, 이는 민주당 지원유세에 동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칠십 평생 이렇게 못 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 정말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도하다”는 방식으로 변형해서 쓰기도 했다.

남미 국가들도 자주 입길에 올랐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다른 나라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자칫 잘못하면 아르헨티나가 될 수 있다”고 했으며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은 “로맨틱한 사람들이 사회주의를 좋아한다. 그쪽으로 가면 베네수엘라처럼 된다”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과 경제난에 시달리는 남미 국가들은 한국 정치권이 상대 정당을 비방하기 위해 소환하는 단골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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