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전력교재 “독도 영토분쟁” 문제 제기 뭉갰는데…4명 경고·주의

유새슬 기자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 자체 감사

2명이 독도 기술 문제 제기…“부주의” 판단

“고의성 없었다”며 4명 경고·주의…징계 안해

국방부가 이달 말 장병들에게 배포할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표지사진

국방부가 이달 말 장병들에게 배포할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표지사진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해 논란이 된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의 자문 과정에서 독도 서술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교재가 그대로 발간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교재개편 태스크포스(TF) 관계자들의 단순 부주의 때문이었다며 4명에 대해 경고 및 주의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경고·주의는 징계에 포함되지 않는 행정 처분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지난 5일까지 정신전력 교재 집필·자문·감수 과정에 대해 진행한 자체 감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지난해 말 5년 만에 발간된 이 교재에는 한반도 주변에서 중국·러시아·일본 등이 대립하고 있다며 “독도 문제 등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이라는 내용을 담아 파장이 일었다. 독도는 명백하게 한국 영토이며 영토 분쟁 지역이 아니라는 한국 정부의 오랜 입장에 배치되는 표현이다.

교재에 대한 1차 자문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수정 의견이 제시됐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정신전력원의 한 교수가 ‘독도는 영토 분쟁 지역이 아니고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이라는 표현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육군은 ‘영토 분쟁에 대한 이해를 위해 각주를 활용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TF가 너무 많은 의견을 취합하다보니 이런 지적을 미처 검토해 반영하지 못했고, 추후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에야 문제를 인지했다는 게 국방부의 주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수 천 건에 달하는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의식이 부족했다. 그래서 부주의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국방부가 5년 만에 발간한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국방부가 5년 만에 발간한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교재에 실린 11개 한반도 지도에 독도가 하나도 표기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자문·감수 과정에서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도는 과거 국·검정 교과서에 실린 사진을 원안으로 디자인 업체 등에 보정을 맡겼는데 하필 2006년 이전 버전의 교과서를 참조하는 바람에 독도가 표기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2006년 이후 국·검정 교과서는 지도에 독도가 들어가있다. 교재개편 TF가 매주 토의를 했지만 지도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개편된 정신전력교재는 집필진과 감수위원, 자문위원 모두 10명씩 참여해 만들어졌다. 국방부의 해명을 정리하면, 20명의 감수·자문위원들이 공식적인 문제 제기에도 독도 ‘영토 분쟁’ 기술을 알아채지 못했고 11개 지도 중 한 개의 오류도 포착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국방부는 감수·자문위원 20명에게 지급된 수당·비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관련자들의 고의성은 없었고 이들이 법령을 위반한 것도 아니어서 징계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독도 문구를 작성한 집필자와 교재개편TF의 장에는 서면 경고 처분을, TF 간사와 총괄 담당에게는 주의 처분을 내렸다. 경고와 주의 모두 정식 징계는 아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제작 과정 간 법령을 명백하게 위반한 사실이 없었던 점, 중대한 오류에 고의가 없었던 점, 당사자들이 본인들의 행동에 자책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경고 및 주의 처분을 했다”며 “경고를 받은 당사자들에게는 서면 경고장이 주어질 것이고 경고 처분은 인사 기록에 남는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발간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는 ‘임진왜란의 전개’ 지도에 독도 없이 울릉도만 표기했다.

국방부가 발간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는 ‘임진왜란의 전개’ 지도에 독도 없이 울릉도만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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