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인 대통령 일정이 ‘건희사랑’ 댓글 통해 장소·시간 공개

유정인 기자

“윤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8월26일 12시 방문” 공지 올라와

황당한 유출에 대통령실 진화 나섰지만 야당 “국기문란 사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외비 일정이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앞서 보안시설인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힌 윤 대통령 부부 사진이 김 여사 팬클럽을 통해 공개된 데 이어 유사한 방식으로 보안 사고가 났다. 대통령실은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하겠다”며 “거듭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최근 한 이용자는 댓글에 “공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8월26일 12시 방문입니다”라며 “많은 참석, 홍보 부탁드립니다. 공용 주차장으로 오세요”라고 썼다.

대통령 외부 일정은 경호상의 이유로 통상 행사 종료 시점까지 일정 자체가 기밀이다. 대통령실은 앞서 출입기자단에 비보도(경호엠바고) 조건으로 지역 일정 중 ‘현장 방문’이 이뤄진다고 공지했으나 장소를 특정하지 않았다. 경호를 위해 비공개에 부쳐진 일정이 김 여사 팬클럽을 통해 구체적 일시와 장소까지 공개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일이 재차 벌어지지 않도록 더 긴장하며 살피겠다”고 말했다. 경호처를 통한 경위 파악에도 나섰다. 김 여사 팬클럽이 정보 유출 진원지로 지목된 데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국민의힘) 대구시당 차원에서 참석하려는 당원이 적지 않아 일정이 알음알음으로 알려졌던 상황”이라며 “당원, 국회의원, 보좌관 등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특정 의도보다 당 행사로서 마음을 보태주시려다 나온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역에서 여당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 방문 소식이 이미 퍼져 있었고, 그 정보가 ‘건희사랑’에 올라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팬클럽이 주어가 아니다. 당원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의 설명에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팬클럽이 보안정보 유출 논란에 휩싸인 게 처음이 아닌 데다 여당 관계자들을 통해 정보가 퍼졌다 해도 대통령 동선이 사전 노출되는 등 대통령 경호 관련 정보를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5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다음날 ‘건희사랑’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의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부속실 직원이 촬영한 사진으로 보안 규정 위반은 아니라며 해당 사진을 외부에 제공한 주체는 “여사님일 것 같다”고 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국기문란 사고”라며 “대통령실이 대통령 일정을 도대체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 것인지 참담하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 “많은 대통령을 거쳤어도 영부인 팬카페가 있다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그만하시고 이젠 해산하세요”라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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