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과 충돌한 소행성 궤도 바뀌었다…인류 첫 ‘지구방어실험’ 성공

이정호 기자

NASA, 행성 경로 변경 확인

공전 주기 기존보다 32분 단축

대재앙 대처 발판 마련 평가

소행성에 인위적으로 인공 물체를 충돌시켜 비행 경로를 바꾸는 인류 최초의 실험이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실험으로 인류가 소행성이 지구로 날아드는 재앙에 대처할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2주간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비행 경로를 바꾸는 ‘이중 소행성 경로 변경실험(DART)’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NASA는 지난달 26일 크기는 자동판매기만 하고, 중량은 570㎏인 DART 우주선을 충돌시킨 뒤 디모르포스 궤도가 바뀌는지를 확인해 왔다.

DART 우주선과 충돌 당시 지구에서 1120만㎞ 떨어진 곳을 비행하던 디모르포스는 지름 160m에 중량 500만t인 소행성이다. 지름 780m인 또 다른 소행성 ‘디디모스’ 주변을 달처럼 공전하고 있다.

이 실험의 목적은 미래에 지구로 날아드는 소행성이 발견됐을 때 우주선처럼 질량을 가진 물체를 충돌시켜 소행성의 비행 경로를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살피는 데 있다. 소행성은 완전히 분쇄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지구를 향하는 비행 경로를 살짝 변경해 대재앙을 피할 수 있는지를 우주에서 실험했다.

NASA 관측 결과 디모르포스가 DART 우주선과 충돌한 이후 디디모스 주변을 도는 시간이 단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충돌 전에는 한 번 공전에 11시간55분이 걸렸는데, 충돌 뒤에는 11시간23분이 걸렸다. 32분이나 짧아진 것이다. 애초 NASA는 디모르포스의 공전 주기가 10분 짧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보다 궤도가 더 많이 바뀐 것으로, 충돌 시험이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NASA는 예상보다 궤도 변화가 컸던 것은 충돌 직후 소행성 표면에 있던 수천㎏의 암석이 우주 공간으로 발사하듯 뿜어져 나왔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NASA는 “소행성 표면이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소행성 ‘디모르포스’. 지난달 26일 경로 변경실험 우주선과 충돌할 때 생긴 파편으로 꼬리가 생겼다. NASA 제공

지난 8일(현지시간)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소행성 ‘디모르포스’. 지난달 26일 경로 변경실험 우주선과 충돌할 때 생긴 파편으로 꼬리가 생겼다. NASA 제공

소행성 궤도가 변경됐는지를 확인하는 데에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 있는 그린 뱅크 천문대와 전 세계 지상 관측소들이 동원됐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향후 과학계는 소행성의 내부 구조를 밝히는 연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구조에 따라 어느 정도 충격을 줄 때 얼마만큼 궤도가 변하는지를 알아내면 소행성 충돌 위기에 대처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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