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 저널클럽

뇌가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한경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신경과학 저널클럽]뇌가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두뇌 무게는 우리 체중의 2%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뇌는 우리 몸이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20%를 쓴다. 뇌가 생존에 필수적인 여러 기능을 담당하기에 이 정도 에너지는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식량이 부족해서 에너지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두뇌에 20%의 에너지를 할당할 수 있을까.

포유동물에서는 에너지가 부족할 때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에너지를 아껴쓰며 대응하는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최근 영국 에든버러대 내털리 로체포트 교수팀에서는 장기간 강도 높은 다이어트를 한 생쥐의 대뇌 피질 영역에서 신경세포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뉴런’에 게재했다.

두뇌는 왜 다른 기관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는 걸까. 바로 정보처리 때문이다.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신경세포는 전기적·화학적 신호로 정보를 전달한다. 전기적 신호는 세포막 안팎에서 소듐(나트륨)과 포타슘(칼륨) 이온의 농도 차이로 형성되는 전압차를 기초로 작동한다. 화학적 관점에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이 신경세포에 닿으면, 이들 이온이 세포막을 통과하며 전류를 형성해 세포막 안팎의 전압 차이를 변화시킨다. 이 변화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활동 전위가 생겨 다른 신경세포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경세포가 그다음 정보를 처리하려면 이온 농도를 복구해야 한다. 이때 ‘ATP’라는 물질이 사용된다. 뇌에는 정보가 끊임없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활성화 신호가 망가뜨린 이온 농도 차이를 복구하는 데에만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절반 이상이 소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체포트 교수팀은 고강도 다이어트를 한 생쥐에서 이런 과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했다. 분석 결과, 생쥐는 신경전달물질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변화시켜 활성화 신호가 생성하는 전류를 줄이는 방법으로 ATP 사용을 30% 정도 아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유하자면 휘발유 가격이 ℓ당 1800원에서 1260원으로 인하된 것 같은 상황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두뇌 본연의 임무인 정보 전달 자체를 30%나 줄일 수는 없는 일이다. 다이어트를 한 생쥐의 신경세포는 신호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대처했다. 활성화 신호에 반응해 생긴 전류의 크기가 줄어들더라도 활동 전위의 생성 개수를 동일하게 유지한 것이다.

그렇다면 평소에도 굳이 큰 전류를 사용하지 않고 민감도만 높이면 뇌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연구 결과의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뇌가 에너지 사용을 아끼는 일이 뇌 기능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알아내기 위해 생쥐가 두 개의 다른 시각적 표시를 잘 구분할 수 있는지 검사했다. 그 결과, 다이어트를 한 생쥐는 확연히 다른 두 표시는 잘 구분했지만, 표시가 비슷해질수록 성적이 나빠졌다. 신경세포의 활성 검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신경세포가 반응하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참지 못하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이 관찰됐다. 에너지를 아끼려고 전류 크기를 줄이고 민감도를 올렸더니 반응하지 않아야 할 때 오작동하는 일도 많아졌다. 한마디로 굵직한 문제는 맞히고, 어려운 문제는 버리는 식으로 뇌의 정보처리 방식이 조정된 것이다.

반대로 바라보면 민감도를 낮추고 전류의 크기를 충분히 강화함으로써 오답을 걸러내고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뇌가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써온 것이다. 며칠 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충분한 영양 섭취를 통해 오답을 방지하는 두뇌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수험생활 전략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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