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체 부실·저질 체력도 산에서 뛰어다닌다

이정호 기자

중국 민간 기업 하이퍼셸, 웨어러블 ‘외골격 로봇’ 9월 출시

하이퍼셸이 만든 외골격 로봇 모습. 전반적으로 말발굽 형태이며 허리와 두 다리에 장착한다. 무게는 1.8㎏이며, 등에 메는 가방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도 작다. 하이퍼셸 제공

하이퍼셸이 만든 외골격 로봇 모습. 전반적으로 말발굽 형태이며 허리와 두 다리에 장착한다. 무게는 1.8㎏이며, 등에 메는 가방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도 작다. 하이퍼셸 제공

허리·다리에 착용, 하중 30㎏ 떠받쳐…한 번 충전 8시간 작동
AI 기술 접목, 미세한 신체 움직임 감지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뒤인 2154년의 지구, 이곳에선 사회 기반 시설이 붕괴되고 범죄까지 극심해 온전한 삶을 꾸리기가 어렵다. 돈 많고 권력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이런 지구에서 살지 않는다. 우주에 떠 있는 초대형 인공 거주지인 ‘엘리시움’으로 집단 이주했기 때문이다. 엘리시움에선 잘 가꾼 자연과 높은 생활 수준, 특히 어떤 질병이라도 고칠 수 있는 특수 의료기기가 제공된다.

이 시대에는 몸통과 사지를 갖춘, 인간처럼 생긴 로봇이 널리 이용된다. 가사 보조와 치안 유지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로봇도 지구에 남은 궁핍한 사람들이 공장에서 고단하게 일해 만든다. 로봇 생산공장에 다니는 맥스(맷 데이먼)는 어느 날 공정 중에 당한 사고로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남은 생존 기간은 단 5일, 엘리시움에 있는 특수 의료기기에서 치료를 받는 게 유일한 희망이다.

엘리시움으로 숨어들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맥스는 쇠약해지는 신체를 지탱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외골격 로봇’을 연결한다. 근육과 뼈의 기능을 대신하는 외골격 로봇은 강력한 힘과 민첩성을 제공한다. 2013년 개봉한 미국 공상과학영화 <엘리시움>의 줄거리다.

맥스가 장착한 외골격 로봇은 상상의 산물이다. 현실 세계에서 국내외 과학자들이 활발히 탐구하고 있지만, 연구 단계에 머물러 왔다. 그런데 중국의 한 민간기업이 최근 외골격 로봇을 올가을 시장에 내놓겠다고 나섰다. 체력이 약한 사람도 거뜬히 장시간 작업과 등산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일상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 기업이 개발한 ‘외골격 로봇’을 다리에 장착한 사람이 산길을 전력 질주하고 있다. 외골격 로봇은 신체 능력을 보강해 몸무게가 30㎏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 하이퍼셸 제공

최근 중국 기업이 개발한 ‘외골격 로봇’을 다리에 장착한 사람이 산길을 전력 질주하고 있다. 외골격 로봇은 신체 능력을 보강해 몸무게가 30㎏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 하이퍼셸 제공

■ 30㎏ 중량 거뜬히 떠받쳐

과학매체 뉴아틀라스는 최근 중국 기업인 하이퍼셸이 외골격 로봇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외골격 로봇이란 사람의 몸 외부에 부착하는 신체 보조 기구다. 원래 있는 뼈와 근육에 더해 힘을 추가로 제공한다.

이번에 개발된 외골격 로봇은 말발굽처럼 생겼다. 동그랗게 구부러진 발굽 안쪽 부위를 사람 허리에, 발굽의 양쪽 끝에 해당하는 부위를 두 다리에 벨트로 연결한다. 관절이 총 9개 들어가 있어 몸에 차도 불편하지 않다.

무게는 가볍다. 1.8㎏인데, 물이 꽉 찬 큰 플라스틱 생수병 하나 수준이다. 등에 메는 등산용 가방에 접어서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크기도 작다. 하이퍼셸은 설명자료를 통해 “외골격 로봇을 착용하는 데에는 1분, 벗는 데에는 20초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외골격 로봇은 가볍고 작지만, 힘은 세다. 30㎏의 중량을 떠받친다. 몸무게가 70㎏인 사람은 40㎏이 된 것 같은 효과를 얻는다. 발걸음이 가뿐해진다는 얘기다. 무거운 배낭도 메지 않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강한 체력이 필요한 시점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등산이나 장거리 여행, 험지 순찰, 우주 탐사 등에 두루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력은 전기 배터리에서 나온다. 완전히 충전하면 8시간 동안 작동한다. 거리로 따지면 약 25㎞를 걸을 수 있게 한다. 800W(와트)의 힘을 내는 모터가 장착되는데, 좋은 성능의 전동 킥보드와 출력이 비슷하다.

■ 인공지능으로 민첩히 작동

이번 외골격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AI)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AI는 외골격 로봇을 장착한 사람의 미세한 신체 움직임을 감지해 다리를 언제, 어느 방향으로 뻗거나 구부릴지 재빠르게 예측한다. 무릎이나 허벅지를 들거나 내려놓으려는 찰나에 AI가 해당 행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채 외골격 로봇에 적절한 수준의 동력을 공급하라고 즉시 지시한다는 뜻이다.

사람은 자신의 의도에 따라 외골격 로봇이 정확히 움직인다고 느끼게 된다. 특정 동작을 감지한 뒤 외골격 로봇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AI가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0.001초다.

하이퍼셸은 설명자료를 통해 “방수 능력이 있으며, 여분의 배터리로 전원을 교체해가면서 오랜 시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당 가격은 799달러(106만원)이다. 출력을 800W에서 400W로 낮춘 보급형 제품 가격은 299달러(39만원)까지 내려간다. 시판 예정 시점은 올해 9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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