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미래 찾는 기술의 여정

피할 수 없는 이산화탄소 배출, ‘땅속 저장’으로 감축할 수 있다

황세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황세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황세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화석연료를 이용하게 되면서 이산화탄소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한 기온 상승이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를 처음에는 기후온난화라고 했지만, 그 영향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커지면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용어로 대체됐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심각한 문제들이 더 많이 발생하면서 최근에는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고 표현하는 학자들도 많아졌다.

최근 50년 이래 세 번째로 많은 강수량을 기록한 이번 장마는 집중호우는 물론 산사태를 동반해 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가져왔다. 그런 문제를 일으킨 주범으로는 모두 한목소리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간 활동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만큼을 다시 흡수하는 ‘(탄소)배출량 제로(0)’ 노력이 추진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인류의 도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가 주인공이 된 전기차 지원정책 강화, 그리고 화력 발전과 철강·시멘트 산업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일이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산화탄소를 대상으로 한 ‘굴뚝 포집’ 기술 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각종 산업활동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한편,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원자력 발전, 수소 에너지,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 등이 탄소중립의 대표적인 총아가 됐다.

하지만 혁신적인 탄소중립 기술조차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인간의 활동 영역에서 격리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 기술’이다. 이는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지층은 균열이 많거나, 스펀지같이 매우 작은 공간이 있거나, 균열이나 작은 공간이 없는 유형으로 구분된다. 공통적인 특징은 깊이 들어갈수록 온도와 압력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는 특정한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 부피가 크게 감소한다. 해당 조건은 바로 온도 31도, 압력 7.4㎫(메가파스칼)이다. 7.4㎫은 수심 약 740m에서 나타나는 압력이다. 학술적인 용어로는 ‘초임계 상태’에 이르는 조건이다.

땅속 깊은 곳에 이런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만한 공간을 지닌 지층이 있고, 그 위쪽에는 매우 치밀한 지층이 있다면 하부에 저장된 이산화탄소는 빠져나가지 않게 된다.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좋은 조건이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조사 결과, 아직 육상에서는 적합한 이산화탄소 저장 장소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산유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 동해 가스전과 함께 서해 군산 앞바다의 군산 분지가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유력하다.

군산 분지는 군산에서 약 150㎞ 거리 해저에 있으며, 대규모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 후보지이다. 연구원이 보유한 국내 유일의 물리탐사선 탐해 2호를 이용해 찾았다. 정밀 탐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실제 이산화탄소 주입도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내년 4월에 취항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6000t급 최첨단 물리탐사 연구선 ‘탐해 3호’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제 대규모 저장 후보지를 찾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겨우 첫 단추를 끼운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 많은 과정이 남아 있고 실패의 반복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이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앞당기는 기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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