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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장철수 감독
아마 이토록 데뷔가 화려한 감독은 없었으리라. 장철수 감독(37)은 영화 로 2010년을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섹션’에 초청되어 황금카메라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고, 부천국제영화제에서는 장편부문 작품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대종상영화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대한민국 영화대상과 디렉터스컷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여주인공을 맡은 서영희가 이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의 꿈을 이뤄, 영화계에서는 ‘철수와 영희가 일냈다’는 말도 돌았다. 데뷔가 화려한 장철수 감독은 ‘할리우드 키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여섯살 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영월의 산골에서 살았다. 중학교 때 코믹한 귀신이 등장하는 시리즈로 영화를 처음 접했다. 그리고 “영화라는 건 절대 돈 주고 보면 안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어려서 살던 데는 KBS1밖에 안나와서 만 봤어요. 고전이라 재미와는 거리가 멀죠. 영화란 재미없는 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
(18)전자책 ‘소방서’ 시리즈 시동 건 연두세상
“레이와 소방대원들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Ray’s Fire Station(레이의 소방서)’ 시리즈는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된 전자책이다. 지난해 12월16일 첫 권을 선보인 이 책은 한달여 만에 국내 아이패드 전자책 다운횟수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또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영어권 국가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이탈리아·멕시코·스위스·홍콩·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통합지휘차인 레이 소방대장을 중심으로 구급차 앰비, 고가사다리차 래드, 굴절사다리차 부머, 조명차 비콘 등 11대의 소방차가 등장해 맹활약을 펼친다. 어린이책 분야에서 종이책에 앞서 전자책이 개발된 것은 이 시리즈가 처음이다.“지난해 4월 아이패드 출시 소식을 듣고 앱 콘텐츠 시장 진출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전문가들의 그래픽이나 개발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어린이 전자책 분야에 뛰어들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도서출판 연두세상을 설립한 마케팅·기획 이사 조건... -
(17) 해남 미황사 주지 금 강 스님
해마다 약 10만여명이 미황사를 찾는다. 템플스테이 등 사찰 내 수행프로그램에 참가해 몸과 마음을 기대는 사람들만 해도 국내외에서 연 5000명이 넘게 찾아온다. 가을날 열리는 괘불재에는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이 기꺼이 나서고, 2000여명이나 경내를 가득 채운다. 각 분야 문화예술인들도 미황사를 찾아와 자신의 창작 작업에 몰입한다. 방학 때 진행되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한문학당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해야 하고, 기초적인 수행프로그램을 거친 일반인들은 좀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다며 다시 이 절을 찾는다. 미황사와 한번 인연을 맺은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이 주지 스님의 법문을 듣고 싶다며 요청, 서울에서는 매월 한번씩 법회가 마련되기도 한다.규모가 크거나,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인근의 사찰 이야기가 아니다. 자칭 타칭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로 불리는 미황사(전남 해남군 송지면 서정리) 이야기다. 서울에서 가려면 자동차로 적어도 5~6시간 달려야 하는 곳이 미황사다... -
(16) 미디어아티스트 겸 영화 감독 박찬경
박찬경은 유망한 미디어아티스트, 사진작가, 평론가였다. 2007년부터는 영화로 손을 뻗쳐 3편의 중·단편과 1편의 장편을 만들었다. 그는 왜 익숙한 비엔날레의 세계에서 낯선 영화제의 세계로 넘어왔을까. “한국 사회에서 미술이라는 제도가 갖는 한계가 있어요. 관객이 절대적으로 적고, 비평과 저널리즘도 취약해요. 미술은 가족과 친구만 본다는 말도 농담삼아 하죠. 미술은 물리적 공간을 필요로 하지만 영화는 DVD나 인터넷, 케이블 등 대중이 접할 기회가 훨씬 많습니다.”전 세계적으로 영화와 미술의 경계는 차츰 흐려지고 있다. 박찬경의 말대로 미술계는 대중의 관심을 필요로 하고, 영화계는 예술적 가치에 우선 관심을 두는 미술계의 분위기가 그립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위라세타쿤 아피차퐁의 작품은 갤러리에서 인스톨레이션 형식으로도 자주 전시된다. 박찬경은 그 한국적 흐름의 최전방에 있다. 박찬경은 최근 장편 와 단편 을 새로 선보였다. 이 작품은 각각 로... -
(15)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왼쪽 TV 화면에 있던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가 오른쪽 TV 속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다. 다른 모니터에선 겸재 정선의 1741년 풍경화 ‘장안연월’과 세잔의 1904년작 ‘생 빅투아르 산’이 서서히 겹친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42)의 작품이다. 그의 화두는 다른 시대에 살던 작가들이 다른 재료로 표현한 생각을 현대인의 마음에 담는 작업이다. 액자나 병풍에 갇혀 있던 옛 그림들이 LED TV 모니터 속에서 2~11분 길이의 미디어아트로 환생했다.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이이남의 작품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회의장과 정상들의 숙소에 비치된 TV와 아이패드·갤럭시탭 등을 통해 전시됐다. 특히 서울 강남 파크하얏트의 경우 정상들이 객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켜진 TV에 김홍도의 ‘묵죽도’와 모네의 ‘수련’이 오버랩되는 이이남의 작품이 펼쳐졌다. 반응은 뜨거웠다. 즉석에서 작품을 구입하겠다고 청한 이도 있다.지난달 15일엔 컨버전스 예... -
(14) KBS 국악관현악단 피리 부수석 최명화
‘피리’는 크게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로 나뉜다. 그중 향피리는 우리의 전승음악을 연주하는 고유의 피리를 말한다. 한 자(尺) 남짓한 대나무에 앞에 7개, 뒤에 1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리드’(reed·악기에서 소리를 내는 진동판)에 해당하는 겹서를 끼워 입에 물고 소리를 낸다. 시인 윤곤강은 ‘피리’라는 제목의 시에서 “다섯 손가락 사뿐 감아 쥐고/살포시 혀를 대어 한가락 불면/은쟁반에 구슬 굴리는 소리/슬피 울어 예는 여울물 소리/왕대숲에 금바람 이는 소리…”라고 노래한다. 현 KBS 국악관현악단 피리 부수석, 제46호 무형문화재 대취타 및 피리정악 이수자 최명화(36·사진)가 ‘금바람 이는 소리’를 앨범에 담았다. 20년 가까운 그의 연주 인생을 결산하는 첫 피리 연주앨범 (Fair Wind)는 가히 ‘피리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국악계에 불고 있는 퓨전 형식을 띠고 있지만, 피리가 주인이 되는 몇 안되는 앨범 중 하나로 의미가 크다.“원래 고2때... -
(13) 건축디자이너 황준규
‘건축디자이너 황준규’란 이름은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다. 건축가 가우디나 아이엠 페이, 혹은 안도 다다오처럼 대형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백화점, 호텔, 병원 등 상업공간을 보다 더 아름답고 쾌적하게 디자인하는 일이 주업무라 그의 이름이 대중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황준규씨(47)가 참여했던 프로젝트의 목록을 보면 “아! 정말 이걸 한국 사람이 했다고?”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미국 삭스핍스 애비뉴백화점·블루밍데일 백화점(뉴욕), 일본의 세이부·다카시마야 백화점(도쿄), 호주의 마이어, 영국의 하우스오프 프레이저 등이 그의 손길이 닿은 프로젝트들이다. 국내에선 부산 센텀시티, 63빌딩 63스퀘어,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하얏트호텔 로비와 레스토랑, 삼성제일병원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요즘에도 한국은 물론 미국 역시 불경기로 건축경기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그에게는 수많은 제안이 쏟아져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바... -
(12) LDP무용단 대표 신창호
신창호(33·LDP무용단 대표)의 안무작 ‘No Comment’는 우리나라 무용사의 한 부분이다. 2002년 초연 후 지금까지 국내외 공연 횟수만 57회. 한두 번 공연으로 수명을 다하는 대부분의 무용작품과 달리 지난 8년간 가장 많이 공연된 창작춤으로 기록된다. ‘No Comment’는 어떤 작품이기에 ‘신창호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춤’으로 사랑받고 있을까. 독일·영국·포르투갈·네덜란드·스웨덴·이스라엘·미국·이탈리아·스위스·중국 등 세계에서 이 춤을 초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뿐인가. 울산·김해·대구·포항·인천·거제도까지 국내 공연장에서도 ‘No Comment’에 열광하는 이유는? 신창호는 TV 뉴스에서 이라크전 당시 가족을 잃은 한 남자가 자신의 얼굴을 마구 때리며 우는 장면을 보고 ‘No Comment’를 안무했다. 무용원 출신으로 구성된 LDP무용단의 대표작인 이 춤은 신창호를 비롯해 14명의 남성 무용수들이 바지와 셔츠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무대 위를 역동적인 움... -
(11) 미디어 아티스트 양아치
대체 이 사람을 무어라 규정해야 옳을까. 세계 최고급 명품브랜드 에르메스 재단이 2010년 미술상 수상자로 선택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는 아티스트. 그러나 그 작가의 이름은 예술가의 아우라와는 거리가 먼 ‘양아치’(40)다.그는 주로 자신이 쓴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비디오, 컴퓨터, CCTV, 박제된 비둘기, 사진 등 온갖 것들을 오브제로 쓴다. 이로써 ‘미술’이라면 그저 근사한 풍경이나 아름다운 여인을 그린다고 알고 있는 이들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게다가 프로젝트라 부르는 작품 제목도 등 난해하고, 엉뚱하다.서울 평창동, 예술에 무한애정을 갖고 있는 후원자가 제공한 작업실에서 만난 양아치씨는 마흔 살 답지 않게 귀여운 외모에 조리 있는 말솜씨, 공손한 태도로 기대(?)를 저버렸다. 그리고 그 어느 정치인보다 더 국민들을 사랑했고, 심리치유자처럼 인생을 관조하며 평화롭게 사는 법에 대한 사고가 깊었다.“저는 미술이... -
(10)소리극 ‘황진이’로 스타탄생 서진희
‘스타탄생’. 서진희(27·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원)는 아직도 지난 9월7일의 떨림과 감흥을 잊지 못한다. 서울 국립국악원의 국가브랜드 공연인 소리극 주인공으로 서울 무대에 신고식을 치렀기 때문이다. 2007년 1월부터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단원으로 활동해왔지만 단숨에 서울 무대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사건’은 본인은 물론 국악계에서도 파격적이었다.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9월16일까지 이어진 서울 데뷔 공연은 흥행에서도 ‘대박’이었다. 1951년 설립된 국립국악원 사상 처음 시도된 10일간의 장기공연은 매회 매진을 기록했다. 뮤지컬처럼 대중적인 가락으로 작곡된 노래를 부르는 서진희의 음색은 젊은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지족선사를 유혹하는 요염한 보살춤을 비롯해 다양한 춤을 유연하게 연출하는 자태는 황진이 그 자체였다. 국립국악원이 마련한 황진이 배역 공개 오디션에서 1등으로 합격해 신고식 무대를 성공으로 이끈 서진희는 차세대 스타로 자신의 앞날을 확실히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