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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43)있이 없에 남
글: 김종길 다석철학 연구자늙은이(老子) 40월은 돌고 돌아가는 길을 깨달아 솟는 글월이다. 돌아가는 길은 ‘되돌림’이 아니다. 길은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길(道)은 가고 또 가고 늘 가는 돎의 움직임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돌아 다시 봄이 왔다고 그 길이 되돌아온 것은 아니다. 그저 그 길은 감아 돌며 오르는 길에 있을 뿐이다. 어제의 봄이 오늘의 봄은 아니다. 어제의 하루도 오늘의 하루가 아니다. 쳇바퀴 돈다고 생각하면 오늘은 오지 않는다. 이제 여기, 오! 늘이 있을 뿐이다. 굽은 것이 성하듯 길은 돌고 돌아 도는 온뿌리(本來)의 스스로 저절로를 따를 뿐이다. 그러니 처음(始原) 왔던 곳(本源)으로 되돌아간다는 말에 홀려선 안 된다. 참올(眞理)의 늘은 저절로 그러할 뿐! 길이 본받는 저절로다!25월에 “멀면... -
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40)길은 함없
늙은이(老子) 37월은 길줄(道經)의 끄트머리다. 끝머리에서 다시 속알줄(德經)이 이어진다. 길은 그 스스로 참이요 저절로이며, 있는 그대로의 늘(常)이니 도덕경(道德經)은 참길로 속알 틔워 비우는 ‘참알줄’의 글월이리라. 길(道)은 하늘이 줄줄줄 세 까닭이 내리어 닿은 얼줄(ㄱ)에 들임 받아 올바로 똑바로 꼿꼿이(ㅣ) 늘 흘러가시는(ㄹ) 빈탕 하나의 가온찍기다. 하나로 늘 하시는 하실의 님은 머리(首)를 하늘로 두고 저 없이 쉬엄쉬엄 가는(辶) 것이다. 대쪽본(竹簡本)에는 길의 다른 꼴(異體字)로 조금 걸을 척(彳), 사람 인(人), 가볍게 걸을 촉(亍)을 써서 ‘彳人亍’이라 새겼다. 쉼 없이 가고 걷고 나아가는 돌아다님(行)의 가운데에 쏙 사람(人)을 넣었으니, 길[彳人亍(道)]은 사람이 스스로 걷고 걸어서 늘 가고 가는 그 사이에 텅 비어 이름을 보여준다. 그 ... -
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39) 뭣밝음
늙은이(老子) 36월은 ‘뭣밝음’(微明)의 한 꼴 차림이다. 14월에 열쇳말 하나가 있다. 글머리를 떠올려 보자 : 보아 못 보니 일러 뭔. 들어 못 들으니 일러 뭘. 쥐어 못 잡으니 뭣. 셋은 따져 될게 아니. 온통 하나 됨 때문. 그것을 풀어 이렇게 말했다 ; 하늘 하실의 온통 하나는 보고 듣고 잡을 수 없다! 하나는 집집 우주 하늘이어서 쥐어 잡을 수 없고, 하나는 밑도 끝도 없는 하늘이어서 귀 기울여 들을 수 없고, 하나는 늘 하시는 하실이어서 눈 부릅떠도 볼 수 없다. 아무리 따지고 따져서 보고 듣고 잡으려 해도 하나는 어림없다. 하나는 한아(大我)여서 끝없이 크고 넓고 깊고, 시원하다. 결코 따져볼 수 없는 어림이다. 그러니 어림잡지 말아야 한다.늙은이가 그 말에 덧붙였다 ; 길에 오른 숨도 보고 듣고 잡지 못하지. 텅 비어 맑고 시원할 뿐이니 무엇을 보고 듣고 잡는단 말인가. 그러니 그 셋을 따져서 꼴짓 밝히는 따위는 하지마. 그저 그것들은 ... -
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38)써도 그만이 없
늙은이(老子) 35월은 큰그림(大象)을 잡고 하늘 아래로 가는 길이다. 큰그림은 집집 우주가 저 스스로 돌아가는 저절로의 제절로다. 스스로 그러함이다. 스스로 저절로 짓고 일으키며 낳고 되고 이루는 그 모든 그러함의 그물이요, 그물코다.21월을 풀면서 이렇게 말했다. 흐릿하고 어릿어릿 빛나는 가운데에 그림(象)이 있다. 그림은 꼴 생김이다. 어릿어릿 빛나고 흐릿한 꼴 가운데에 몬(物)이 있다. 몬은 ‘있있(存在)’의 꼴몬이다. 컴하고 환한데에 있는 그림 꼴, 환하고 컴한데에 있는 꼴의 몬. 노자 늙은이 14월에서 없꼴의 꼴이요, 없몬의 그림이 환캄/얼떨(恍惚)이라 했으니 사실 그것은 보고 듣고 쥐어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보고 또 보아도 그윽하고 아득할 뿐이다. 앗, 그러나 그 꼴몬 가운데에 알짬이 있다!예부터 이제까지 그 꼴몬은 떠나가지 않아서 하늘땅 우주의 온갖 잘몬(萬物)과 꼴그림(形象)의 뭇비롯(衆甫)을 거기서 본다. 삼라만상(參羅萬像)이 거기... -
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37) 큰길이 둥 떴
늙은이(老子) 34월은 큰길이 둥 떴음이다. 둥둥 떴다 하고 둥글게 떴다고 하는 그 둥. 동그란 풍선 따위가 하늘에 가볍게 떠오른 둥이요, 가벼운 것들이 물 위를 떠다니는 꼴의 둥이요, 밝은 달이 하늘 높이 뜬 둥이다.달 하나가 둥 떠서 강 천 개를 비춘다. 그렇게 큰길이 둥 뚜렷이 떴다. 8월에서, 썩잘(上善)은 물과 같은데 물은 잘몬에게 잘 좋게 하고 다투질 않으며 뭇사람 싫어하는 데로 지내니, 거의 길이라고 했다. 거의 길이라고 했을 뿐 물이 길은 아니다. 또 이렇게 말했다 : 참알줄(道德經)의 길은 그 스스로 참이며 얼이다. 그 변화무쌍한 참얼의 길은, 동쪽 하늘로 솟은 머리 ‘ㄱ’을 꼿꼿이 들고 세운 사람 ‘ㅣ’가 하늘땅 가운데로 통하고 사무쳐서 쉬지 않고 흐르는 ‘ㄹ’이다. 랄라리 흔들고 떨면서 가고 도는 것이다. 그 길의 뜻은 도(道)를 파자 한 것과 다르지 않다. 머리는 처음이며 앞의 뜻이니 ‘ㄱ’과 같다. 쉬엄쉬엄 걸... -
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36)저 알아야 밝
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36)저 알아야 밝늙은이(老子) 33월은 저 스스로를 알아 밝(明)이 되는 글이다. 사람을 알면 슬기롭다. 남 잘 아는(知) 이가 슬기(智)다. 우리 모두는 슬기 슬기 사람들이다. 그 슬기 슬기로 제 꼴 제 맘 알아 아는 것이 밝이다. 슬기는 어짊 옳음의 삶이요, 남이 아닌 저 스스로를 저절로 깨달아 아는 앎으로 사람은 밝아진다. 그이는 저 없이 돌아가는 있는 그대로의 꼴이어서 늘 밝고 밝다. 그이가 밝달 사람이다. 노자 늙은이는 18월에서 이렇게 말했다. 큰길 버리니어짊 옳음 나앎 슬기 나오니큰거짓 뵈어린님이 왜 그럴까 물으니, 사랑이가 “큰길 하늘 길 따르지 않으니 사람살이 세상길 열어야 하니까”로 답하고, 늙은이가 “빈탕에 문 세우고 가로 막았으니 마음에 범벅이 솟아날 뿐이야. 그 범벅에서 피어 오른 것이 어짊이요 옳음이며, 앎과 슬기야”로 답하고, 깨달이가 “범벅... -
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35)스스로 고르리
늙은이(老子) 32월은 이름 없는 늘길(常道)이다. 길 옳단 길의 옳길(可道)은 늘길이 아니다. 옳이 돌아 그르고, 그름이 돌아 옳아진다. 옳고 그름은 그저 돌아갈 뿐이다. 그것은 맞섬이 아니다. 있단 없고 없단 있어 번갈며, 쉽고 어려움이 되돌고, 길고 짧음이 한 꼴 차림이요, 소리울림이 맞어우름이다. 늘길은 돌아가는 늘이요, 쉬지 않고 흐르는 길이다. 돌고 흐르는 길은 이제 예 여기에 늘 있는 ‘하실’이다. 그러니 하나로 늘 하시는 길은 이름이 없을 수밖에. 다석 류영모는 노자 늙은이의 인(人), 민(民), 애민(愛民), 백성(百姓), 중인(衆人), 충신(忠臣), 신(臣)을 바꿀 때 우리 말을 찾아 바꾸고, 없으면 새로 지었다. 인(人)은 사람이요, 남이다 : 사람의 맘이여(20월). 남 아는 것이 슬기(33월).중인(衆人)은 뭇사람이다 : 뭇사람 다 씀이 있는데 나 혼자 더럽게 굳다(20월). 민(民)은 씨알이다 : 늘 씨알, 앎없 ... -
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34) 참꼴 싸움
늙은이(老子) 31월은 그이 그릇 깨달음이다. 그이(君子)는 큰이(大我) 품은이다. 참나로 거듭 솟아서 씨알 다스림 펴는 이다. 그런 그이의 그릇은 무엇일까? 여기 그이의 그릇으로 좋은 칼날이 있다. 좋은 칼날은 무엇일까? 좋은 칼날이란 낌새(祥) 아닌 그릇이다. 낌새 아님(不祥)은 아름답고 착하고 복될 기미가 아니란 얘기다. ‘상서로움’은 복된 일도 아니고 좋은 일도 아니다. 그저 그런 기미요 낌새일 따름이다. 그러니 그이에게 좋은 칼날은 (복된 일과 좋은 일로서의) 낌새가 아니란 얘기다. 온갖 잘몬의 씨알인 몬(物)과 숨(氣)이 그것을 미워한다. 길가진이(有道者)는 그리 가지 않는다. 그러니 그것은 그이의 좋은 칼날이 아니다. 그이는 해밝은 밝달 사람이니 해 뜨는 왼쪽을 높여 앉힌다. 하고잡이 많은 제나는 해 지는 오른쪽을 옳다고 바르다고 좋아한다. 군사를 쓸 때도 오른쪽이 옳다고 높인다. 군사는 낌새 아닌 그릇이다. 그이의 그릇이 아니다. 그저 ... -
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33)열맺고 자랑 마
늙은이(老子) 30월은 길의 열매 맺음이다. 길을 가지고 하늘땅 뚫어 솟난이(人主) 돕는 이는 결코 군사를 가지고 세상 힘세게 할라 하지 않는다. 군사를 가지고 세상 힘세게 할라치면 잘도 앙갚음으로 되돌아오니, 군사 치른 데는 가시덤불이 되고 큰 싸움 뒤에는 반드시 굶주린 해(凶年)가 든다. 앙갚음으로 되돌아 온 자리가 세상 힘센 자리 아닌 가시덤불이요, 굶주림이란 걸 잊지 않아야 한다. 24월에서 길가진이(有道者)의 제 꼴다움을 말했다. 길가진이는 그 스스로가 올발라 똑바른 길이요, 속알 속 알짬이 숨 돌리는 짓이며, 제소리로 바른 소리 울리는 울림이라고. 그가 곧 바른 길이요, 속알 돎의 짓이며, 바른 소리울림이란 이야기. 텅 빈 빈탕은 눈짓 하나 없듯이 길가진이의 삶도 돋을새김 없이 스스로 저절로 여물어가는 늘이라고 했었다. 길(道)은 머리(首:ㄱ)를 하늘로 두고 저 없이 쉬엄쉬엄(ㅣ) 가는(辶:ㄹ) 것이다. 노자 늙은이 말씀을... -
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32) 검님 그릇
늙은이(老子) 29월은 끊고 버리고 잃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의 가장 큰 하고잡(欲望)은 세상을 다 갖겠다는 비틀린 마음이다. 꼬여서 말린 마음이니 ‘맒’이다. 사람이 살아온 긴긴 삶에서 과연 세상을 다 가져본 이가 있을까? 갖겠다고, 세상 다 집을라고 했던 이들의 짓거리는 어땠는가? 그것은 아주 못돼 먹은 마음이리라. 맒을 끊고 버리고 깨끗이 잃어 비워야 한다. 세상은 검님의 그릇이다. 검님은 하나 하실의 하늘이다. 검님(神)은 여기저기 두루두루 스스로 저절로 계시는 하늘 하나다(大自在天). 날벼락 된서리(禍)도 퍼붓고 복도 내리는 검님이다. 그러니 사람이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세상을 어찌어찌하겠다고 덤비면 반드시 깨진다. 집어 가져서 잡았다고 떠들썩하게 소리 높여도 반드시 잃는다. 우크라이나에 평화를!하늘은 맨꼭대기다. 높높이 위없어 하나와 큼을 좇는다.天顚也 至高無上 從一大 한검이 잘몬을 솟게 하시는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