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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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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일의 문장]엄마 아버지는 이제, 흙의 슬하에서 잘 슬고 계신다
    엄마 아버지는 이제, 흙의 슬하에서 잘 슬고 계신다

    “초가을 아버지를 묻을 때 호랑나비 한 마리 날아들더니/ 초여름 엄마를 묻을 때도 흰나비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 엄마 아버지는 이제 아무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는 흙의 슬하에서 잘 슬고 계신다 인간을 버리고서야”정끝별의 <반려 별자리> 수록작 ‘한식의 슬하’ 중, 문학동네시인 정끝별이 여전히 탁월한 언어 감각이 담긴 신작 시집으로 돌아왔다. 특유의 유머와 말놀이가 담긴 시집은 ‘엄마’ 그리고 ‘이별’이라는 정서에 집중한다. ‘엄마 집을 다녀오다’라는 시로 시작해, 죽음이 오기 전 작별의 길에 먼저 들어가 “누가 뭐래도 그건 끝내주는 생이었다고” 말하는 시 ‘사전 장례식’으로 끝난다. 시집은 이렇게 떠나버린 엄마를 비롯해 상실의 아픔을 노래하는 것을 넘어서 인생 전체를 아우른다. 시인은 신작에서 유독 ‘엄마’와 관련된 시편이 여럿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출판사 인터뷰에서 “시는 모어, 자신을 낳아준 엄마의 언어로 쓰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엄마는 시간이고 ...

    2026.08.06 21:03

  • [금요일의 문장]비 내리는 여름날도 그런 소중한 하루입니다
    비 내리는 여름날도 그런 소중한 하루입니다

    “이 세계는 정말 광활합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 세계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또 다가올 미래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바다의 파도처럼,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날이 지나갔고, 또 수없이 많은 날이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는 그중에서 단 하루씩을 살아가지요. 비 내리는 여름날도 그런 소중한 하루입니다.” <계절 쓰기> 수록작 ‘세화, 여름의 이름’ 중, 물결점소설가 김연수에게 여름은 제주 세화의 바닷가를 떠올리게 한다. 해가 저물 무렵 바닷가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바라보는 세상, 수평선에 뜬 한치잡이 배의 불빛까지. 그는 여름 안에 머물면서도 그 여름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자신이 머문 여름날 바닷가에서의 하루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소중한 한 번의 경험임을 다시금 깨닫는다.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에 대한 기억을 담아 기록한 작가들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시인 김소연은 해마다 겨울이 오면 텅 빈 방에 머무는데 이...

    2026.07.16 20:53

  • [금요일의 문장]사람을 파괴하는 자는 하느님도 파괴한다네
    사람을 파괴하는 자는 하느님도 파괴한다네

    “유대인에게도 기독교인에게도 중심에 있는 것은 신이 아니라 사람이네.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지. 사람 안에서 하느님을 봐야 해. … 나는 사람을 파괴하는 진리는 필요하지 않다네. 더욱이 사람을 파괴하는 자는 하느님도 파괴한다네.”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 중, 문학과지성사게슈타포의 통역사로 일하며 그 지위를 이용해 게토에 갇힌 유대인 수백 명을 구하기도 한 폴란드계 유대인 소년 다니엘이 주인공인 소설. 다니엘은 이후 이스라엘에서 가톨릭 사제가 되는데, 종교 때문에 배척당한다. 민족과 종교, 이념과 역사 등 다양한 조건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소설은 인간의 가능성을 묻는다. 저자는 매년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힌다. 책은 대산세계문화총서 200권째 도서로 출간됐다. 상업성과 관계없이 문학적 가치가 뛰어난 세계 문학의 걸작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계획된 대산세계문화총서는 2001년 로렌스 스턴의 <트리스트럼 샌디>를 시작으로 ...

    2026.07.02 20:56

  • [금요일의 문장]번역은 ‘독서를 통한 심호흡’
    번역은 ‘독서를 통한 심호흡’

    “저에게 번역을 향한 집중은 다른 일들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입니다. 자신에게로 의식이 향하는 걸 막고,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독일어 번역가이기도 한 배수아 작가가 ‘번역은 가장 내밀한 독서’라고 말했는데 저는 거기에 더해 번역은 ‘독서를 통한 심호흡’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장을 건너뛰거나 흘려 읽지 않고, 그 옆에 밀착해 함께 걷다 보면 호흡이 안정됩니다. 그건 누군가가 써놓은 문장으로 제 몸을 쓰는 감각이자, 제 몸이 누군가의 언어를 들이쉬고 내쉬며 단단해지는 감각입니다.” 사이토 마리코·정수윤의 <말과 말의 술래잡기> 중, 돌베개한강, 황정은, 정세랑을 일본에 소개한 번역가 사이토 마리코와 다자이 오사무, 미야자와 겐지, 다와다 요코를 한국어로 번역한 정수윤이 편지를 주고받았다. 기획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출판인이 협력했고, 돌베개와 이와나미쇼텐에서 공동 출간했다. 이 세심한 번역가들은 다른 언어권의 단어에 담긴 ...

    2026.06.25 21:06

  • [금요일의 문장]작가는 뇌를 쓰는 운동선수와 유사하다
    작가는 뇌를 쓰는 운동선수와 유사하다

    “발표하지 않은 작품도 되도록 자기 머릿속에서 꺼내는 게 좋지 않은지 생각이 되는 이유는, 작가가 뇌를 쓰는 운동선수와 유사하다고 할 때 머릿속에 흥미로운 시냅스를 많이 만들어둔 사람이 유리해서이다. 초반부터 AI에 의지한다면 시냅스가 생길 리가 없다. 창작자들은 뇌라는 놀라운 기관을 수명 안에 얼마나 재밌게 굴릴 수 있는지를 겨루는 긴 스포츠 게임에 속해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으니, 훈련하듯 부러 불편한 쪽을 택하는 것이 외려 효과적이겠다.” 정세랑의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중, 마음산책“오늘 들은 내용, 책으로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강연에서 소설가 정세랑을 만난 한 독자가 건넨 이 같은 제안이 단초가 되어 나온 산문집이다. 주제와 소재 찾기, 표절을 피하는 방법 같은 창작론부터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한 작가로서의 마음가짐까지 쓰는 사람으로서 고민해야 할 여러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글쓰기에는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며 “삶...

    2026.06.18 20:44

  • [금요일의 문장]고독한 우리를 제발 구원해달라는 인류의 애원
    고독한 우리를 제발 구원해달라는 인류의 애원

    “보이저호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아마도 인류의 종말을 넘어서까지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 작은 우주탐사선에는 지구와 지구 생명체들의 소리와 노래, 우연히라도 만나게 될 외계 존재에게 건네는 인사말, 고독한 우리를 제발 구원해달라는 인류의 애원을 담은 황금 레코드가 실려 있다. 작고 연약한 생명체인 인간이 끝없이 확장되는 거대한 우주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보이저호는 앞으로 뻗은 손과 위를 바라보는 눈앞에 무엇이 더 기다리고 있는지를 궁금해했던 초기 인류의 끝나지 않을 유산을 풀어나가고 있다.” 닐 디그래스 타이슨·린지 닉스 워커의 <무한 그 너머로> 중, 현암사광고문구는 “양자역학은 멀미 나지만 SF는 좋아하는 문과들을 위한 첫 번째 천체물리 입문서”다. 지구의 대기에서 출발해 태양계를 돌아 우주 외곽까지 여행을 떠나는 구성이다. 4만년 전 동굴벽화의 유성과 혜성에서도 보이는 ‘그 너머’에 대한 호기심은 양자물리학의 시...

    2026.06.11 21:10

  • [금요일의 문장]내가 당신의 유적이니까
    내가 당신의 유적이니까

    “만약 정보가 인격일 수 있다면, 내 기억 속의 당신도 인격일 수 있는 거야. 그게 사실이라면 당신은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거야. 내가 당신을 기억하니까. 나와 함께, 나라는 이 생체 컴퓨터 안의 정보 데이터로서. 그러니까 내가 살아 있는 한 당신은 살아 있는 거야. 그래서 나는 계속 살고자 해. 당신을 살게 하기 위해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당신을 살게 하기 위해서. 당신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명이자 흔적이 바로 나니까. 내가 당신의 유적이니까.”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수록작 ‘당신에게 가고 있어’ 중, 래빗홀김보영 작가의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로 불리는 세 단편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당신에게 가고 있어’ ‘미래로 가는 사람들’을 엮은 개정합본판이다. 각각 남자, 여자, 미래세대의 시점으로 쓰였다. 결혼을 앞둔 여자는 지구에서 알파 센타우리에 다녀와야 한다. 항성계를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여자에겐 8개월여의 시간이지만, 지...

    2026.06.04 20:38

  • [금요일의 문장]부드러우면 “자질 부족”, 적극 나서면 “독한 여자”
    부드러우면 “자질 부족”, 적극 나서면 “독한 여자”

    “여성들이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하면, 즉 팀 내에서 합의를 이끌고, 부드럽게 조율하고, 팀 전체를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심성이 나약하니까 우리 업계의 공격적인 문화에서 성공할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요. 반대로 투자은행 업계 사람답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면, 독한 여자라는 소리를 듣게 되죠.” <왜 여성은 일할수록 불리해질까?> 중, 이콘조직 내 젠더 문제를 연구해온 학자 조앤 C 윌리엄스와 변호사 레이첼 뎀시는 직장 여성들이 겪는 편견 패턴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남성은 일단 신뢰받지만, 여성은 능력을 반복해 증명해야 한다(증명 요구). 너무 남성적이어도, 너무 여성적이어도 안 된다(외줄타기). 자녀가 있는 여성은 직업 세계 주변부로 밀려나기 쉽다(모성 장벽). 이런 모든 압력 때문에 여성끼리 서로에게 올바른 여성스러움의 기준을 들이대고 평가한다(힘겨루기). 위에 인용된 인터뷰이의 말은 ‘외줄타기’에 해당한다....

    2026.05.28 20:03

  • [금요일의 문장]진정한 듣기는 자신의 기억, 욕망, 판단을 내려놓는 것
    진정한 듣기는 자신의 기억, 욕망, 판단을 내려놓는 것

    “진정한 듣기는 자신의 기억, 욕망, 판단을 내려놓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동안 상대방을 위해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말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기 때문이다. 잘 들으려면 반박하고 싶거나, 조언하고 싶거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해야 한다. 경청은 잠시나마 일방적인 관계이다.” <대화한다는 착각> 중, 교양인누군가를 만나기 전 자신이 할 얘기를 미리 골라놓는 경우가 있다.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 가족에 대한 불만 등 상대방의 이해와 동의를 바라는 이야깃거리를 한껏 안고 약속 장소로 나가지만 오히려 답답함만 커져서 온다면, 그날의 대화는 불쾌한 기억으로 남을 뿐이다. 왜일까. 임상심리학자인 마이클 니콜스와 마사 스트라우스는 그 이유를 “우리가 서로의 말을 진심으로 듣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잘 듣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기보다는 자기 편한 대로 해석하...

    2026.05.21 20:07

  • [금요일의 문장]영화에는 사도들이 있다, 마치 종교처럼
    영화에는 사도들이 있다, 마치 종교처럼

    “어쩌면 끝나버린 것은 영화가 아니라 ‘시네필리아’일지 모른다. 영화가 불러일으켰던 독특한 사랑은 끝이 났다. 어떤 예술이든 열광적 애호가를 만들어내지만, 영화가 불러일으킨 애정은 더욱 절대적이었다. 시네필리아는 영화는 여느 예술과 다르다는 확신에서 태어났다. 영화는 본질적으로 현대적이고 접근성이 뚜렷이 높고 시적이고 신비하며 관능적이고 도덕적이고, 동시에 이 모든 것일 수 있다는 확신. 영화에는 사도들이 있다(마치 종교처럼). 영화는 성전(聖戰)이었다. 영화는 세계관이었다.” <영화에 관하여> 중. 윌북에세이스트, 소설가, 비평가이자 감독이기도 했던 수전 손택이 영화의 쇠퇴를 애도한다. 영화의 100년 역사를 아우르며, 탄생하고 번성해 영광을 누린 뒤 불가역적으로 쇠퇴하는 영화를 슬퍼한다. 고다르, 트뤼포, 베르톨루치의 시대가 지나고, “평범한 영화” “뻔뻔스러운 조합과 재조합 예술”이 판치는 세태에 한탄한다. 그런데 이 글이 발표된 건 1996년 뉴욕타임스...

    2026.05.1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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