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 못 갚는 채무자가 ‘먹튀’라고?
월급쟁이의 절반인 비정규직, 유통 대기업에 상권을 빼앗기고 있는 지역의 소상공인들, 등록금 대출을 끼고 졸업했으나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들….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만 열심히 일할 수 없는 사회구조가 문제이다. 일할 권리마저 돈벌이에 혈안이 된 대기업들에 전부 빼앗기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서민금융제도는 애초에 소득창출 능력을 빼앗긴 취약계층에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 전부다. 안정된 소득을 원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는커녕, 급전이라도 빌려 쓰라고 신용카드를 쥐여주고 고금리 대부업체에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허용해온 것이다. 본질적으로 돈을 벌 수 없는 사회 배경하에서 돈을 빌려주는 건 도대체 무슨 심보일까. 당연히 그들은 연체자가 될 운명이다. 마치 서민을 위한다는 듯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겠다는 서민금융. 하지만 저금리라는 것도 상대적이다. 카드사와 대부업체에게 물던 25~39% 이자가 10% 전후로 줄더라... -
“사채 횡포, 내 잘못이라 당연한 줄 알았죠”
‘목돈 빌리고 푼돈으로 갚자’는 광고 문구를 보면 기분이 어떨까. 당장 돈이 급한 사람에게 이만큼 자극적인 말은 없을 것이다. 이 말은 불법 일수 대출 광고지에 실린 것이다. 이 광고지를 보고 희망이 솟았다는 대부업 피해자가 있다. 자영업자인 이 피해자는 매출이 감소해 카드 여러 장을 돌려막고 있었다.(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실 민생연대 상담 사례자)대부분의 대부업 이용자는 카드빚 돌려막기 끝에 대부업 대출을 선택한 경우다. 특히 자영업자는 소득 불안정이라는 위험과 그 위험으로 인해 금융권 접근이 어렵다는 두 가지 요소 때문에 카드 대출에서 금세 대부업 대출까지 빚이 빠른 속도로 악성화된다. 이 피해자는 카드사의 연체 독촉 전화에 시달리던 중 목돈 빌리고 푼돈으로 갚으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일수 사채를 이용하게 됐다. 500만원 원금에 이자 100만원, 금액만 놓고 보면 연 20%라는 대부업자의 말이 맞는 듯하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그들이 노리는 수법이다. 대부분의 평... -
소멸시효 지난 채권까지 거래, 채무자에겐 끝없는 상환 공포
최근 서울시 자치구 공무원들의 대부업체 단속 과정에서 대부업체가 부실 채권시장에서 유통되는 카드 대출 채권을 사들인 뒤 수년이 지난 채무에 대해 추심을 한 사례가 확인됐다. 다중 채무자들은 과거의 채권 추심 악몽 속에서 그 채권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채 당황한다. 추심행위 자체도 그들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추심의 정도는 은행보다 추심 전문업체가 더욱 노골적이고 추심 전문업체보다 대부업체가 더 지독한 경향이 있다. 대부업 대출을 쓴 적이 없음에도 ‘당신의 카드 채권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말 앞에서 과거의 흔적이 대부업으로까지 흘러갔음에 당황함은 물론이고 공포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부실 채권을 대부업자가 양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때문에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일이다.금융기관이 회수를 하지 못하는 채권을 추심회사와 대부업체 등에 매각을 하는데, 이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까지 거래가 되기... -
은행수수료·월세·대출이자…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비용’
<노동의 배신>의 저자 에런 라이크는 웨이트리스, 청소부, 판매원 등으로 직접 노동을 체험해 저임금 노동현장 실태를 고발한다. 책의 원제는 ‘Nickel and Dimed’. 번역하면 ‘야금야금 빼앗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녀는 저소득 계층을 향한 따가운 시선에 대해 구체적으로7 반박한다.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가난하고, 절약하지 않기 때문에 빚을 지면서, 정부가 제공하는 공짜 복지만 낭비한다’는 인식에 대해서 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한 현실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죽도록 일하지만 늘 가난하고, 절약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절약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환경이다. 이는 한국도 다르지 않다. 가난은 삶의 기본적인 요소들에서 소외돼 있는 사람들의 현실이다. 전세 보증금이 없어 턱없이 높은 월세를 부담해야 하고 육체노동을 하거나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료비용이 많이 든다. 보일러 시설이 열악한... -
대부업법을 뜯어고쳐야
지난 23일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실에서 대부업법 제정 10년을 평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대부업 대출을 받았다가 중산층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두 사람이 참석했다. 피해사례를 발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례자들은 눈물을 억지로 삼켜가며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토로했다.대부업자들은 이자를 일수로 받으며 실제 이자율이 80~100%라는 것을 속인 것은 물론이고 저축은행 이름을 빌려 대출중개를 하면서 엄청난 수수료를 뜯어갔다. 장사를 했던 사례자들은 가게 매출이 감소해 이자를 연체하게 됐고, 연체된 이자를 갚기 위해 더 높은 금리의 또 다른 사채를 강요받았다. 그러는 사이 갖고 있는 자동차도 빼앗기고 종국에는 가게와 집, 부모님의 집까지 빼앗기게 됐다. 순식간에 고리의 사채가 중산층 가정을 파괴하고 멀쩡한 사람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범죄행위였다.이러한 범죄행위는 거슬러 올라가면 1998년 1월 이자제한법이 폐지되면서 시작됐다. ... -
“고리사채 필요성 있다?” 황당한 논리는 이제 접자
대부업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되었다. 당시 법 제정의 취지는 제도 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다수의 서민들이 그나마 사금융에서 자금을 융통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데, 이왕이면 이를 양성화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0년 전과 달리 지금은 저신용 저소득 서민들에게 신용이 오히려 과다 공급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지경이다. 소득이 불규칙한 비정규직임에도 신용카드 5장을 발급받고 카드 한도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자주 접한다. 여러 발급 규제가 있지만 편법을 동원해 카드를 무분별하게 발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소득과 신용이 불안정한 계층이 카드를 발급받게 되면 그 카드는 대게의 경우 사고가 난다. 카드를 통한 저소득 저신용 서민들의 급전 융통은 상환불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여기서 카드사의 채무 독촉이 이뤄지고 그를 피하기 위해 대부업체 대출과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린다. 이미 과잉신용공급 상태인데 39%의 고리의... -
금융 소비자, 이젠 까칠해져야 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유독 금융에 대해서만은 관대하다. 학력이라는 차별적 요소로 신용등급을 평가해도 여전히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 불가피하다는 논리에 설득당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항변 또한 지나치게 당당하다. 공짜로 영업할 수 없지 않으냐고 한다. 그러나 그런 당당한 논리 어디에도 학력이 부채 상환능력을 결정할 수 있는 준거로서 의미가 있다는 객관적 증거는 없다.신용등급을 나누는 것 자체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등급 산정 기준에 부채 상환 능력과 무관할 수 있는 차별적 요소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외면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일부 시민단체에서 금리 담합 의혹과 황당한 신용등급 산정으로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챙겨온 금융권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차분하다. 소비자들의 금융에 대한 관대함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고리대금업을 활성화시키는 데 일조한다.선진국들은 일반적으로 연 20% 이상의 이... -
신용등급, 공적관리체제로 가자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일의 선행단계는 상식과 비상식을 구분하는 것이다. 비상식적인 일은 하지 못하도록 하고, 그런 일을 하면 준엄하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나는 ‘상식파’다.”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이다. 그의 말은 지금의 현실을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라는 거창한 잣대로 평가하기에는 너무 저급한 일들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최근 금융권에 대한 공정위 조사와 감사원 감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바로 비상식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시중은행의 학력차별은 그중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성별에 의해, 인종에 의해, 직업에 의해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차별적으로 신용등급이 산정돼 있을지 알 수 없다. 신용등급이 같은데도 불구하고 개인별로 주어지는 대출 한도는 다르다. 가령 의사, 변호사의 경우 우수 등급 소유자는 한때 신용 대출이 최고 5억원까지 주어진 적도 있다. 반면 자영업자의 경우 우수... -
공정위·금융위, 더 싸워라
고래싸움에 금융소비자 알권리 늘어난다지난 한 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눈부신 활약’으로 인한 은행·증권사의 수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약관의 문제가 터졌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들의 약관은 한마디로 깡패 수준이다. 무려 36개 조항이 불공정한 것으로 드러났고 40개 조항 또한 공정위 권고에 따라 자진 시정했다고 한다. 특히 불공정하다는 표현도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은 ‘전산 장애 혹은 자동이체 업무와 관련해 은행의 고의, 중과실이 없으면 고객의 이의제기를 금지한’ 조항이다. 고객의 이의제기를 금지한다는 표현에서 황당함을 금할 수가 없다. 이의제기라는 것이 은행의 의지로 제기할 수도 혹은 금지할 수도 있는 성질의 것인가. 은행이 소비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명확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은행 거래에서 약관을 받은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번 조사결과에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지적받은 약관 조항 중 ‘저축예금 ... -
‘채무자 연대’ 필요하다
주택시장 하락세로 인한 법원 경매 건수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법원 경매전문업체에 따르면 지난달 법원 경매에 부쳐진 수도권 소재 주거용 부동산이 총 3232건으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빚에 시달리는 가구들이 점차 금융권에 의해 주택을 빼앗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상 우리나라 파산제도와 개인회생 제도, 개인 워크아웃 제도 등 개인 부채 사후 구제제도로는 ‘하우스 푸어’에 대한 대책이 불가능하다. 이는 향후 집값의 추가 하락 시 중산층의 주거 안정이 심각할 정도로 위협받게 될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금융권의 채권 회수 태도는 대단히 가혹해서 수년간 꼬박꼬박 이자를 납입했음에도 담보 자산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부채 원금을 돌려달라고 하거나 원금 회수가 되지 않으면 바로 주택을 강제 집행해 버리는 잔인함으로 이어진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건 채권자는 채권 회수의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고, 채무자는 무조건 그에 따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