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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존 줄여 인도·베트남을 K반도체 생태계로 끌어들여야”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으로한국, 중국 시장을 잃겠지만차세대 반도체 새판 짜기 기회“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한국엔 가장 큰 시장인 중국 시장의 상실을 의미하지만 어차피 그건 ‘상수’였습니다. 미·중 갈등이 아니더라도 중국은 이미 반도체 자급을 추진하고 해외 업체 의존을 줄이고 있었기 때문이죠. 오히려 중국에서 빠져나와 디커플링(탈동조화)하며 반도체 전략을 짜기에 좋은 기회가 된 겁니다.”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사진)는 지난 5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 동안 차세대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신소재와 차세대 반도체용 나노 소자 등의 분야를 연구한 권 교수는 올 9월 <반도체 삼국지>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한국의 활로’라는 부제가 붙었다. ‘21세기의 페르시아만’이라고 할 만한 한·중·일 동아시아 반도체 산업 지형을 분석하고, 한... -
차세대 메모리칩 다변화 이뤄야 산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DDR이냐, 속도 빠른 램버스냐.’ 2000년대 초 차세대 D램 방식을 두고 메모리 업체들이 양쪽으로 갈렸다.업계 1위 삼성전자는 DDR D램을 주력으로 내세운 반면, 2~4위 엘피다(일본), 마이크론(미국), 인피니언(독일) 등은 램버스 D램 투자를 대폭 늘렸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인 당시만 해도 PC용 D램이 중요했다. 인텔이 2001년 램버스 D램을 탑재한 ‘펜티엄4(1세대)’를 내놓았다가 높은 가격과 기대 이하 성능 탓에 판매 부진을 겪었다. 인텔은 2003년 램버스 D램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램버스 D램으로 삼성전자를 제치려던 업체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이후 인피니언에서 분리된 독일 키몬다는 대만 업체들이 주도한 ‘치킨게임(저가경쟁)’으로 2009년 결국 파산했다. 적자로 허덕이던 엘피다 역시 2012년 마이크론에 인수됐다.기술·가격 경쟁이 치열한 메모리 업계에 최근 다시 ‘한파’가 몰아쳤다. 7년 만... -
차세대 반도체 핵심 경쟁력, ‘패키징 기술’에 달렸다
기판·구리선 없앤 ‘팬아웃 WLP’여러 칩 하나로 포장 ‘SiP’까지고성능 반도체 수요 맞출 기술력삼성전자 등 글로벌 업체들도고급 패키징 기술에 투자 확대초미세공정 차이 극복할 기술지난해 6월 미국 백악관은 반도체·배터리·희귀 광물·의약품 등의 글로벌 공급망을 조사한 뒤 ‘100일 공급망 리뷰’ 보고서를 만들어 공개했다. 주요 산업에서 중국의 ‘굴기’를 막고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 보고서는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정책의 근간이 됐다.이 보고서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반도체 제조를 담당하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당연히 언급됐다. 그런데 여기에 ‘네패스’라는 한국의 반도체 패키징(포장) 업체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공급망 보고서는 네패스를 “고급 패키징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패키징 10대 기업”으로 꼽았다. 네패스는 직원 1000여명 수준으로, 국내 동종업계에서도 규모가 작은 편... -
반도체 수급 안정성 높이려면…‘K소부장’을 키워라
‘샤프(기계식 연필), 포클레인(굴삭기), 바바리코트(트렌치코트), 호치키스(스테이플러)…’. 대표적인 제조사의 브랜드 이름이 보통명사처럼 통용되는 경우가 있다. 반도체의 불량을 검사할 때 사용하는 소모품인 테스트핀도 업계에서는 일명 ‘리노핀’으로 불린다. 시장 점유율 1위(약 70%)인 리노공업이 만든 테스트핀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을 만드는 삼성전자나 TSMC 등 반도체 기업들은 800~1000개의 리노핀으로 구성된 IC 소켓에 AP를 장착한 뒤 테스트 장비를 이용해 전기 신호가 잘 통하는지 확인한다. 리노공업이 생산하는 테스트핀과 소켓은 일본 기업 제품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수명이 훨씬 길다. 특히 높은 품질의 제품을 빠르게 생산해 납품하면서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랐다. 반도체가 소형화하면서 테스트핀도 작아졌는데 리노공업은 현재 머리카락 굵기인 80~12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75㎛ 크기의 테스트핀을 제조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
직원 10명 중 8명이 설계 담당…‘한국의 ARM’ 꿈꾸는 오픈엣지
지난달 24일 서울 역삼동 오픈엣지테크놀로지(오픈엣지) 본사. 기자가 사무실 한쪽에 설치된 인공지능(AI) 카메라 앞에 서자 AI가 기자의 몸통과 팔다리를 직선으로 단순화해 모니터에 띄웠다. 팔을 흔들자 화면 속 막대 인간도 팔을 움직였다. 사람의 움직임을 AI가 자동으로 추적하는 ‘보디 트래킹’ 기술이다. AI 업계에서는 보안 카메라 등에 이를 활용한다. 유사한 기술로는 AI 카메라가 사용자의 얼굴을 스캔해 표정이나 나이, 음주 여부 등을 판별하는 ‘페이스 트래킹’이 있다.중요한 것은 데이터 처리 속도다. 중앙처리장치(CPU)는 복잡한 계산에는 강하지만 연산을 순차적으로 처리하기에 속도가 느리다. 이는 AI 알고리즘에는 적합하지 않은 반도체다. 이날 오픈엣지가 선보인 보디 트래킹은 CPU가 아닌 신경망처리장치(NPU)에서 작동했다. NPU는 연산을 병렬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AI 알고리즘 처리에 적합한 반도체로 꼽힌다.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칩 ‘엑시노... -
설계 인력 7000명, 메모리 집중…정보 얻기는 ‘하늘의 별 따기’
전 세계 설계 엔지니어 18만7000명 경쟁 국가 대만도 1만명이나 돼 스마트폰 등장 이후 ‘칩 통합’으로 한국 유망 기업들은 설 자리 잃어 수도권 대학 전자공학과 4학년생 이경훈씨(25)는 올해 9월 반도체 설계회사인 팹리스에 설계(RTL회로 설계)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전자회로에 쓰이는 하드웨어 언어인 ‘베릴로그(Verilog)’를 이용해 반도체 작동 방식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 이씨의 대학에서는 설계 강의가 많지 않았다. 대학 선배 중 설계 엔지니어로 취업한 이들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는 인도의 설계 엔지니어가 만든 유튜브 강의를 보며 독학으로 공부해야 했다. 영상 속 설계 프로젝트 하나 하는 데만 2~3개월이 걸렸다. 그는 “인도와 달리 국내에선 설계 관련 정보를 얻는 게 쉽지 않다”며 “대학교수진 중에도 설계 실무를 아는 분이 없다보니 답답해도 물어볼 곳이 없었다”고 털어놨다.19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 -
시련의 한국 반도체, ‘반쪽 우등생’ 틀 깨라
산업 부문에서 올해는 ‘반도체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출 급감과 국제적 위상 부각에 울고 웃은 것은 거의 다 반도체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정보기술(IT) 부품 차원을 넘어선다. 미국·중국 간 갈등의 중심에 반도체가 놓여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올 5월 방한 당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으로 달려간 장면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일본이 2019년 7월 대한국 수출통제를 가한 것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관련 3대 핵심소재였다.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를 보유한 한국의 위상이 남다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반도체 업계는 설계부터 소재, 장비, 생산까지 국제 분업체계로 짜여 있다.‘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반도체를 만드는 데 5~6개 지역이 참여한다.예컨대 내년 상반기 나올 삼성전자 갤럭시S23에는 미국의 퀄컴이 설계한 ‘스냅드래곤8 2세대’가 탑재된다. 퀄컴은 설계도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