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메모리칩 다변화 이뤄야 산다

이재덕 기자

D램·낸드 중심서 벗어나

데이터 지워지지 않는 P램

연산 더한 PIM 등 개발해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DDR이냐, 속도 빠른 램버스냐.’ 2000년대 초 차세대 D램 방식을 두고 메모리 업체들이 양쪽으로 갈렸다.

업계 1위 삼성전자는 DDR D램을 주력으로 내세운 반면, 2~4위 엘피다(일본), 마이크론(미국), 인피니언(독일) 등은 램버스 D램 투자를 대폭 늘렸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인 당시만 해도 PC용 D램이 중요했다. 인텔이 2001년 램버스 D램을 탑재한 ‘펜티엄4(1세대)’를 내놓았다가 높은 가격과 기대 이하 성능 탓에 판매 부진을 겪었다. 인텔은 2003년 램버스 D램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램버스 D램으로 삼성전자를 제치려던 업체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이후 인피니언에서 분리된 독일 키몬다는 대만 업체들이 주도한 ‘치킨게임(저가경쟁)’으로 2009년 결국 파산했다. 적자로 허덕이던 엘피다 역시 2012년 마이크론에 인수됐다.

기술·가격 경쟁이 치열한 메모리 업계에 최근 다시 ‘한파’가 몰아쳤다. 7년 만에 분기 영업 적자를 낸 마이크론은 내년에 생산량을 감축하고, 직원의 10%를 줄이기로 했다.

반면 떠오르는 업체도 있다. 중국의 낸드 메모리 제조사 YMTC는 최근 200단 이상 쌓아올린 낸드를 개발하는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지난 16일 미국 상무부가 YMTC에 미국 기업의 제품·장비 등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한국 업체들은 겨우 한숨을 돌리고 시간을 벌게 됐다. 메모리는 언제든 불황기를 맞을 수 있을뿐더러 YMTC 같은 후발 업체의 추격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앞으로도 계속 메모리 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이른바 ‘황의 법칙’은 유효하지만, 앞으로는 집적 경쟁을 넘어서야 할 때라는 시각이 많다. 성패 열쇠는 ‘누가 차세대 메모리를 선점하느냐’에 달렸다. 메모리에 연산기능까지 더해 처리 속도를 높이는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이나, 속도가 빠르면서도 데이터는 지워지지 않는 ‘P램’ 등이 차세대 메모리로 꼽힌다. 대형 언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AI)에서는 과거 D램에 밀렸지만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른 ‘S램’이 더욱 유리할 수도 있다. DDR과 램버스를 두고 메모리 업계가 나뉘었던 것처럼 차세대 반도체 경쟁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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