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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대한민국]‘눈·바람아 멈춰다오’
정상 공격이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눈이 내리기 때문. 로체샤르를 품고 있는 히말라야의 일기는 ‘오전=맑음, 오후=눈’이 마치 외우기 쉬운 수학공식처럼 대원들의 머리 속에 굳어져 버렸다. 바람과 눈을 멈추게 해달라고 매일 속으로 빌고 있지만 늘 하늘은 묵묵부답이다. 설상가상으로 8일 캠프 구축에 지친 2명의 셰르파가 결국 산을 내려가고 말았다. 다행히 9일 새벽, 악천후 속에서도 끈질기게 캠프 구축을 하고 있던 남영모 대원과 안치영 대원으로부터 반가운 무전이 베이스캠프로 날아왔다. 해발 8,000m 지점에 마지막 캠프를 설치했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이제 남은 일은 일기예보를 지켜보면서 정상 공격에 가장 좋은 날을 기다리는 것. 한국에서 전해주는 기상정보를 위성으로 받아 분석, 13일로 정상 공격 날짜를 잡았다. 셰르파들은 아침에 일어나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 냄새만 맡아도 날씨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 있을지 ... -
[함께가는 대한민국]셰르파族 ‘히말라야의 영웅’을 낳다
1953년 5월29일 에베레스트에서 타전된 한장의 사진은 전세계를 열광케 했다. 세계 최초로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날. 나부끼는 깃발을 들고 정상을 밟은 사진 속 인물은 힐러리가 아닌 텐징 노르가이였다. 그는 자신을 “셰르파족 출신”이라고 했다. 히말라야 한 부족의 이름이었던 셰르파는 이제 히말라야 등반 가이드를 뜻하는 보통 명사가 됐다. ▲히말라야 가이드 셰르파=히말라야 자락엔 셰르파족만 사는 것이 아니다. 라이족, 타망족, 마가르족 등이 히말라야에 거주하며 네팔 전체로는 70개 이상의 부족이 있다. 셰르파족은 약 7만명. 총 2천4백만명인 네팔 인구의 1%에도 못미치는 숫자다. 셰르파란 ‘동쪽에서 온 사람’이란 뜻. 셰르파족은 16세기 티베트 동부 캄 지방에서 에베레스트 남쪽으로 넘어왔다. 언어, 복장, 종교, 생활풍습이 티베트와 비슷하다. 이들이 고산 가이드로 인기를 얻은 것은 20세기초. 셰르파족 일부가 인도 다르질링 ... -
소규모·속공 등정 ‘알파인 스타일’로 진화
히말라야 정상까지 가는 길은 멀다. 그 멀고 험한 길을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극지법과 알파인 스타일. 이번 2006 한국 로체샤르 원정대처럼 엄홍길 등반대장을 포함해 대원 6명, 등반가이드인 셰르파 9명, 산악 짐꾼인 포터 15명에 야크 217마리가 동원된 대규모 원정대로 출발해 이 중 2~3명이 정상에 오르는 방식이 극지법이다. 히말라야 고봉 등정에 흔히 사용되는 방법으로 마치 정상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가듯 차츰 물량과 인원을 줄여나가는 식이다. 정상 등정에 효과적이나 대규모 물량과 인원이 동원된다. 최근 세계 등반계에서는 최소한의 인원과 물량으로 가장 짧은 시간에 등반하는 알파인 스타일이 주류를 이룬다. ▲극지법 VS 알파인 스타일=1953년 에베레스트를 세계 최초로 오른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 77년 우리나라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등정한 고상돈도 2006 로체샤르 원정대와 같은 방식을 택했다. 초기 히말라야 고봉 등정은 대부분 극지법으로... -
악천후로 D데이 넘겨…중순께 정상공격
에베레스트 남동쪽 봉우리 로체샤르(8,400m)가 그 정상을 밟으려고 자신을 찾아온 한국 산사나이들을 애태우고 있다. 엄홍길 대장(46)을 비롯한 6명의 한국 히말라야 로체샤르 남벽 원정대원들은 악천후 속에서 캠프 설치작업을 하느라 지친 상태다. 해발 5,200m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한 지도 꼬박 한달. 1차 정상공격을 위한 D데이로 정했던 5월1일이 사흘이나 지났지만 날마다 구름과 눈보라를 몰고 오는 변덕스러운 날씨 앞에 원정대원들은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다. 다음은 엄대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진행 상황은. “해발 7,200m 지점에 캠프 3을 설치하고 대원들과 셰르파 모두 베이스캠프로 철수한 상태다. 캠프 3에 정상공격과 다음 캠프설치에 필요한 80% 정도의 짐을 옮겨 놓았다. 나머지도 캠프 2에 모두 옮겨 놓은 상태다. 해발 6,000m가 넘는 지점부터는 매일 눈보라를 동반한 강한 돌풍이 불고 있어 캠프 설치작업이 생각보다 순조... -
정상공격 1주일 앞으로
로체샤르 남벽원정대는 요즘 바람과 싸우고 있다. 26일 캠프3(7,100m) 설치작업을 겨우 끝낸 엄홍길 원정대장을 포함한 6명의 원정대는 거센 바람 때문에 애를 먹었다. 중국 쪽에서 시도 때도 없이 불어오는 돌풍 때문에 캠프 설치가 순조롭지 않았다. 다행히 캠프2와 캠프3 사이에 있는 두 곳의 크레바스는 예상보다 깊고 크지가 않아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70도가 넘는 급경사 구간이라 일일이 로프를 설치하면서 전진해 나가야만 했다. 정상 공격을 위한 루트 개척을 하고 있는 남영모 대원(40·포스코산악회)과 안치영 대원(30·봔트클럽)은 지난 26일 캠프3에 4동의 텐트를 설치했다. 28일쯤에는 캠프4 설치작업이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공격까지는 앞으로 일주일 남짓. 엄대장은 정상공격 D데이를 5월1일로 잡고 있다. 당초 정상공격을 위해 캠프5까지 설치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바꿔 7,500m 지점에 설치할 캠프4에서 정상에 오르기로 계획을 ... -
엄홍길, 불굴의 山사나이 ‘마지막 승부’
한국 산악계의 계보를 따지면 고상돈과 허영호에 이은 스타로 누구나 엄홍길을 꼽을 것이다. 아시아 최초로 14좌 등정기록을 세운 산악인. 하지만 그는 히말라야 14좌에 오르기까지 거의 절반이나 실패했다. 안나푸르나의 경우는 다섯 번 도전 만에 성공했을 정도다. 지금은 엄홍길이 세계적인 산악인으로 인정받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엄홍길은 그리 대단한 존재는 아니었다. 엄홍길이란 이름이 뉴스에 처음 나온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다. 올림픽에 맞춰 기획한 이벤트 중 하나가 바로 에베레스트(8,848m)와 로체(8,516m) 동시등정. 대한산악연맹이 주도한 이 원정대에서 엄홍길은 에베레스트를 처음 밟았다. 이때가 그의 첫 8,000m 등정이었다. 하지만 첫번째 도전은 아니었다. 85년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참여했다가 8,000m고지에도 오르지 못한 채 7,500m지점에서 발길을 돌렸고, 이듬해엔 8,600m지점에서 좌절했다. 엄홍길은 산악계에선 엘리트 코스를 밟지... -
[함께 가는 대한민국]한국의 히말라야 등반가들
“여기는 정상, 더 오를 곳이 없다.” 1977년 9월15일. 에베레스트(8,848m) 정상에서 온 고상돈의 메시지는 전 국민을 열광에 빠뜨렸다. 한국 최초로 ‘세계의 지붕’에 올라선 순간이었다.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첫 등정이기도 했다. 히말라야 등반 15년 만의 쾌거였다. 1962년 경희대 산악부의 다울라기리2봉 정찰 등반이 시작이었다. 월간 ‘마운틴’ 남선우 편집장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한국의 히말라야 원정대는 457개팀 3,421명. 8,000m급 고봉 14좌 완등자 3명을 배출했고, 86명(2003년 기준)을 산에 묻었다.▲에베레스트 등정과 마나슬루 비극=고상돈의 에베레스트 등정은 세계 산악인으로 58번째. 한국은 이로써 8번째로 에베레스트에 등정한 국가가 됐다. 그러나 고상돈은 2년 뒤 북미주 최고봉인 매킨리(6,194m) 하산길에 빙벽으로 추락했다. 당시 나이 31세. 그의 유해는 고향인 제주 한라산 1,100m 고지에 묻혔다. 19... -
로체샤르 등반대 캠프3 구축작업
히말라야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아무리 빙벽이 높아도 오르고 또 오르면 정상에 오를 수 있겠지만 폭설이나 바람이라도 불면 앞뒤조차 분간하기 힘들다. 게다가 한낮에는 영상의 기온을 유지했다가 밤이면 곤두박질치는 기온. 심한 일교차가 등반대원들의 심신을 뒤흔들 뿐 아니라 등정 의지까지 흔들어놓는다. 또 하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은 투지와 의욕을 꺾어버리는 고소증. 고소증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가장 답답하고 괴롭다. 엄홍길 원정대장과 6명의 한국 로체샤르 남벽 원정대원들은 최근 캠프2(6,300m) 설치 작업을 마치고 현재 캠프3(6,800m) 구축 작업을 하고 있다. 캠프2를 설치할 때 몸을 가누기도 힘든 강한 바람 때문에 대원들은 조바심을 냈다. 수천m 낭떠러지에서 불어오는 돌풍에 휘감기기라도 하면 텐트는 물론 사람도 날아갈 수 있다. 이런 눈보라는 지형의 변화를 주기도 한다. 절벽과도 같은 깊은 계곡인... -
“빙봉끝 희망의 별을 따겠다” 사나이들 달빛맹세
해발 5,200m 지점에 설치된 베이스캠프는 정상을 오르려는 로체샤르 원정대원 6명의 보금자리다. 그러나 실제 베이스캠프의 생활은 ‘보금자리’라는 말처럼 포근하지는 않다. 텐트 밖의 추위는 살을 에이고, 공기는 희박하다. 먹고 씻는 일상생활도 ‘긴축’이다. 세숫대야 절반의 물로 세수는 물론 머리까지 감아야 한다. 그러나 대원들의 생활은 힘들어도, 외롭지는 않아 보인다. ‘정상을 오르겠다’는 목숨과도 같은 목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히말라야의 빙봉을 오르는 걸음은 조심스럽다. 한걸음이라도 서두르거나 허투로 디뎌서는 안된다. 등반은 때로 지루할 만큼 더디다. 히말라야 등반대의 전체 등반 기간은 70여일. 실제 정상 공격은 열흘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 60여일은 정상으로 가는 길을 닦고, 캠프를 치고, 고소에 적응하는 기간이다. 2006 한국 로체샤르 원정대는 지난 7일 해발 5,800m 지점에 제1캠프 설치를 끝냈다. 당초 예정(5,50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