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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소통을 위한 제언
사회제도·개인 상호관계 접근을조흡 동국대 교수소통문제의 핵심은 제도와 소통 주체의 상호관계로 접근하는 것이어야 할 텐데, 경향의 소통 기획은 대부분 개인의 소통역량에 집중된 듯하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소통의 문제, 즉 사회적 갈등은 얼마든지 개인의 역량에 따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오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민주적 사회제도나 개인의 소통 역량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므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불통의 문제를 이해하고 대안을 찾는 방법 또한 두 변수의 상호관계를 좀더 파헤치는 과정에서 찾아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오로지 정치영역에서만 민주적인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또는 가능해야 하는 것으로 전제하는 것은 무리다. 더딘 방법이지만 우리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든 사회적 관계의 소통구조를 더욱 쌍방향적이며 민주적인 것으로 바꿔나가도록 부단히 훈련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남녀 관... -
‘상생 모색’ 취지·노력 긍정적
경향신문이 지난 7월2일부터 연재한 ‘한국, 소통합시다’ 기획특집은 정부와 시민, 진보와 보수가 한국 사회의 주요 현안·의제에서 부딪치며 불통·분열하는 현실에서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소통 가능성을 모색하자는 취지의 기획이었다. ‘불통 대한민국’의 사회적 공감대 속에 시도된 언론사 최초의 본격 ‘소통담론’ 기획의 취지·노력 자체에 대해서 긍정하는 평가가 많았다. “소통담론의 물꼬를 텄다”는 평처럼 경향신문의 보도 이후 몇몇 언론사도 소통을 주제로 한 인터뷰·대담·토론회·기획물을 내보내기도 했다. 소통·불통 인물을 꼽은 지식인 100인 설문 결과(7월3일자 1·6·7면)는 큰 화제가 됐다. 몇몇 언론 매체는 설문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소통 문제가 매우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기획은 시점·내용 면에서 매우 적절하고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한 대학 교수는 “몇몇 유명 지식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온통 소통·불통 인물 기사 이야기였고,... -
(10) 실험! 소통 (7) 이상돈 - 윤창현
이상돈 중앙대 교수(이하 이상돈)=보수 유형을 분류해 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국가 안보를 중시하는 ‘안보 보수’가 있고요.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주창하는 ‘경제적 자유주의 보수’,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윤리 보수’로 구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회윤리 보수’는 우리나라에서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우익·우파와 보수는 구분해야 할 것 같아요. 해방 이후 공산주의와 반공주의의 좌우대립이 있었지만, 그 당시 이승만 정부는 현재 흔히 말하는 보수주의 범주로 판단하면 잘 안 맞는 게 있습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이하 윤창현)=북한에 대한 시각 때문에 더욱 분열되는 양상이 보입니다. 친북이냐 반북이냐가 보수냐 진보냐의 중요한 잣대입니다. 또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기업 엘리트들이 등장했죠.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가 출신 엘리트로서 효율성을 강조하고 경제에 방점을 둡니다. 이런 흐름을 실용보수라고 봅니다. 또한 반공적 가치를 지켜온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라... -
가깝고도 먼 ‘안보 보수’와 ‘시장 보수’
소통이 인간의 본래적 특성이자 사회를 이루는 핵심 요소임은 오래 전부터 통찰돼 왔다. 우리 인간은 소통적 이성을 가진 존재라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주장이나 소통의 수단인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주장이 그러하다. 후기 현대사회에 부여된 과제는 곤봉, 칼 또는 대포가 아니라 대화에 기반한 ‘대화 민주주의’에 있다는 앤서니 기든스의 주장도 다름아닌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소통이 갖는 의미가 이러함에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념과 세계관이 다른 개인 및 집단 사이는 물론 유사한 이념과 세계관을 갖는 개인 및 집단 사이에도 소통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정직한 자화상이며, 그만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절차 및 방법 역시 더디게 발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상돈 교수와 윤창현 교수 사이의 소통을 내가 주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생각이 유사하다고 알려... -
현 정부 경제·대북 정책 시각차 뚜렷
이상돈 중앙대 교수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 5월15일 MBC ‘보수·진보,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에 출연한 이후 100여일 만에 다시 만났다. 시간 제한 없이 진보·보수 논객 8명이 벌인 당시 ‘끝장토론’에서 두 사람은 보수쪽 패널로 나와 진보 인사들과 격론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열린 경향신문 실험소통 대담에서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대북 정책을 놓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현 정권에 대한 입장을 두고 여러 갈래로 분화한 보수진영의 한 단면을 보여준 대담이었다.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어진 사진촬영에서도 중앙대 진중권 겸임교수의 재임용 탈락 등을 두고 화제를 이어갔다. 대담 시작 이후 보수진영 분류, 신자유주의·양극화 개념 문제에 대해서는 비슷한 시각이었으나, 현 정부 이야기에 들어가면서 금세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전형적인 진보주의적... -
대중의 눈높이 못맞춘 주장들…‘진정성’ 부족했다
경향신문의 소통실험이 거듭되면서 소통에 관한 일종의 경향성이 감지된다. 총론에서는 상대와 충분히 합의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을 제시하며 열린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각론에서는 결국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의견대립의 긴장을 높이고 우월적 위치를 차지하는 담론의 기술이 거의 모든 대담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를 두고 총론에서만이라도 합의에 이르는 공감대를 마련했으니 소통의 첫걸음을 뗀 ‘발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통한 것이냐는 본질적인 질문에 비춰보면 소통에 관한 다양한 테크닉만 동원됐을 뿐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 또한 가능해진다. 이번 대담도 이런 일반적인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토론자들이 총론에서 상호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각론에서는 견해 차이를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는 촛불집회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연관된 매우 구체적이고 특정한 사례를 논의할 때 뚜렷한 대립각을... -
‘차이’ 존중했지만 ‘솔직함’ 아쉬웠다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과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의 실험소통 대담은 지난달 20일 경향신문 인터뷰실에서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두 사람 모두 1980년대 운동권 출신. 노동운동을 하다 시민운동으로 전환한 하 위원장과 통일운동을 하다 북한민주화운동으로 전향한 홍 이사 간 대담은 예전 각자가 몸담았던 PD(민중민주)와 NL(민족해방) 노선 못지않은 간극을 드러내며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해 촛불집회로 말문을 연 두 사람은 정권 교체 이후 제기된 민주주의 후퇴 문제를 두고 오랜 시간 격론을 벌였다. 홍 이사는 ‘시대정신’에서 출간한 을 거론하며 촛불집회는 허위에 기초해 벌어진 일이라고 공격했다. 하 위원장은 정부의 예방의 원칙과 민주주의 소통 문제를 거론하며 반박했다. 한 주제에 대해 한 대담자의 말이 끝나면 이어받아 견해를 밝혔던 여느 대담과 달리 대담 중간 단답형의 치고받기식 질문·반론이 잦았다. 홍 이사가 촛불집회 참가자 구속 등 법 집행 문제를... -
(10) 실험! 소통 (6)홍진표 - 하승창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 = 요즘 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고 하는데, 민주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 핵심은 국민에 의해 정권을 견제하는 장치이고, 곧 직선제로 대표되는 1987년 개헌입니다. 자의적으로 임기를 연장할 수 없고, 5년 하면 내려와야 하는 거죠. 제도 변화 없이 어떻게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두번째, 미네르바 사건을 민주주의 후퇴의 증거로 많이 거론하는데, 검찰의 과잉수사일 수는 있지만, 이를 가지고 정권 전체의 행위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지나친 비약입니다. 쉽게 말해서 대통령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또한 검찰의 기소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라는 결론을 내려 삼권분립에 따른 견제가 작동했고, 이를 사회적으로 존중하잖아요.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 권력을 구성하는 방식과 절차에 관한 민주주의 제도는 후퇴하지 않았죠. 권력 운영 방식이 문제입니다. 시민들은 이전보다 민주주의가 제한받고... -
(10)실험! 소통 (5)노회찬 - 정두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국민소통위원장(이하 정두언)=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이로니컬하게 서로를 필요로 했던 것 같아요. 김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있어서 진가를 발휘하고, 정치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도 김 전 대통령의 견제가 있었기 때문에 더 험악한 독재로 가는 데 제동이 걸렸다고 봐요. 두 분이 역사적으로 화해하는 게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이하 노회찬)=역사의 화해는 진실이 가려진 토대 위에서 가능하죠.정두언=동의합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공(功)을 더 인정하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지난 정부 10년의 이야기도 해보죠. 우리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화두를 써서 재미를 좀 봤어요. 그만큼 과(過)가 많았다고 봅니다. 물론 공도 있고요. 김대중 정부는 수평적인 정권 교체를 이루었고, 노무현 정부는 권위주의를 파괴했죠.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도 미숙한 점이 많았어요. 좌우 양날개로 국가를 끌고가는 게... -
‘차이’ 존중했지만 ‘솔직함’ 아쉬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향신문 소통 특집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확장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소통을 우리 시대의 화두로 만들고 있을 정도다. 경향신문의 기획 의도가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한 것이다. 일차적으로 소통은 당사자들의 합의나 동의를 반드시 의미하는 건 아니며, 어떤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되 접점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만나고 차이점에 대해서는 서로 존중하는 태도로 정의할 수 있다. 노회찬·정두언 좌담은 이런 소통의 기본정신에 비교적 충실한 토론이었다고 생각된다. 둘 다 자기 진영에서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좌담의 생산성을 높였다. 좌담이 순조롭게 진행된 다른 요인은 두 사람 모두 민심의 흐름을 민감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직업정치인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사회 현안에 대한 정치인의 공식적 견해는 지지층의 견해를 반영하게 마련이며 두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국민여론이라는 큰 틀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