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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모르는 일본
  • [한국이 모르는 일본] (14) 피분 송크람의 ‘타이 민족주의’…그 뒤엔 제국주의 일본이 있었다
    (14) 피분 송크람의 ‘타이 민족주의’…그 뒤엔 제국주의 일본이 있었다

    이제까지 세 차례에 걸쳐 ‘주사위놀이 대동아공영권 일주’ 놀이판을 돌아다니면서, 제국주의 시기 일본과 북동유라시아 각 지역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오늘은 놀이판 이야기의 마지막으로 타일랜드와 일본의 관계를 살핀다. 실은 주사위 놀이판을 통해 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미얀마 등과 일본,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이 연재에서 일본의 대외관계사만 다루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신문지상에서는 이 정도로 접기로 하고 남은 이야기는 이 연재를 단행본으로 펴낼 때 담으려 한다.놀이판으로 돌아가자.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사이공을 거쳐 타이국으로 들어간 여행자는 버마에서 밀림을 헤매다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로 되돌아가게 되어 있다. 타이국이라고 적힌 원은 빗금으로 둘로 나뉘어 있다. 빗금 오른쪽 아래에는 방콕의 왓프라깨오 사원이 그려져 있다. 방콕의 왕궁 주변에 있는 이 사원은 타이에서 가장 영험하다고 일컬어지며, 에메랄드 부처를 ...

    2017.04.07 20:45

  • [한국이 모르는 일본] (13) 갑신정변처럼…일본인들 강대국 견제하려 필리핀 정치개입
    (13) 갑신정변처럼…일본인들 강대국 견제하려 필리핀 정치개입

    1899년 7월21일. 무기를 가득 싣고 필리핀으로 향하던 일본의 누노비키마루 배가 상하이 먼바다에서 침몰했다. 이 배에 실린 무기는 일본이 동부 유라시아 일대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누카이 쓰요시와 미야자키 도텐, 그리고 일본에 망명 중이던 중국의 손문 등의 도움을 얻어 필리핀 정치가 마리아노 폰세가 입수한 것이었다.같은 해 1월 필리핀에는 에밀리오 아기날도가 대통령인 필리핀 공화국이 수립됐다. 이 신생 공화국을 무너뜨리려 한 세력은 에스파냐와 미국이었다. 1565년부터 필리핀에서 본격적인 식민지 경영을 시작한 에스파냐는 미국-에스파냐 전쟁에서 패하자 1898년에 2000만달러를 받고 필리핀을 미국에 넘겼다. 당초 에스파냐에 대한 독립전쟁에서 미국의 힘을 빌리는 것이라 생각했던 아기날도의 필리핀 독립세력은 이에 반발했다. 그리하여 신생 필리핀 공화국은 미국이라는 떠오르는 열강과 전쟁을 벌였고, 거의 20여만명의 사망자를 낸 게릴라전 끝에 결국 항복...

    2017.02.17 21:01

  • [한국이 모르는 일본] (12) 일본 제국주의·중화주의 틈바구니서 농락당한 ‘독립의 꿈’
    (12) 일본 제국주의·중화주의 틈바구니서 농락당한 ‘독립의 꿈’

    오늘도 1944년에 만들어진 주사위 놀이판 ‘대동아공영권 일주(雙六大東亞共榮圈めぐり)’를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 놀이판은 일본이 서구 제국주의 세력으로부터 아시아 각지를 해방시키고, 이들 해방된 아시아 국가들이 “대동아공영권”을 구성했다는 제국주의 일본 지배집단의 주장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프로파간다이다. 지난 회에는 놀이판 왼쪽 위에 그려져 있는 수바스 찬드라 보스의 자유 인도 임시정부에 대해 살폈다. 오늘은 놀이판 가운데 위쪽 부분을 본다.도쿄역에서 출발한 플레이어들은 5칸을 나아가서 한반도 경성에 도착하고, 여기서 두 칸을 더 나아가 만주국에 도착한다. 만주국 다음에는 1940년대에 난징에 수립된 왕징웨이(汪精衛)의 난징 국민정부가 있다. 만주국에서 난징 국민정부로 가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비행기를 타고 곧장 남쪽으로 향하는 길과, 베이징과 장자커우(張家口)를 거치는 길이다. 만주국에서 3칸 나아가면 삼각형 칸이 있다. 이 지점에는 “...

    2017.01.06 21:14

  • [한국이 모르는 일본] (11) 일제와 손잡고 독립운동···불운한 인도 영웅 ‘찬드라 보스’
    (11) 일제와 손잡고 독립운동···불운한 인도 영웅 ‘찬드라 보스’

    지난 회에서는 한국의 부루마불 게임과 비슷한 형태의 ‘대동아’ 말판놀이를 살펴봤다. 1940년대 당시 이 놀이를 만든 사람들은 이른바 ‘대동아전쟁’의 진행상황을 일본의 어린아이들에게 소개한다는 계몽적 목적을 표방했다. 현지에서 전개되고 있던 비참한 실상을 알지 못한 일본의 어린아이들은 이 놀이를 하면서, 서구 세력의 독무대였던 동남아시아의 영토를 빼앗으며 국력을 키워 나가는 조국 일본을 자랑스러워했을 터이다. 물론,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조국이 연합군 포로에 대한 식인 행위에 이르기까지 온갖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음은 알지 못한 채.아무튼 ‘대동아공영권’은 서구 세력에 맞서 일본이 국력을 키워 나간 결과로 인식되었고, ‘대동아’ 말판놀이를 위시해서 이를 소재로 한 놀이가 숱하게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필자는 ‘주사위놀이 대동아공영권 일주(雙六大亞共榮圈めぐり)’라는 주사위놀이 말판을 소장하고 있다. 전쟁 중에 만화가로 활동했고, 패전 후에는 동화의 삽화를 그...

    2016.11.25 20:38

  • [한국이 모르는 일본] (10) “대동아 보드게임, 지혜 완구”…죽음의 전쟁을 ‘신나는 놀이’ 미화
    (10) “대동아 보드게임, 지혜 완구”…죽음의 전쟁을 ‘신나는 놀이’ 미화

    사람은 누구나 놀이를 한다. 심지어는 전쟁할 때도 놀이를 한다. 아니,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기 때문에 죽음의 공포를 잊기 위해 ‘필사적(必死的)으로’ 논다. 유럽 동부전선 참호 속에서 카드게임하는 병사들의 사진은 애잔함을 느끼게 한다.후방에서도 사람들은 놀이를 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내 옆집에 살던 이웃이 전방으로 징용되어 죽어 나가고 있다는 현실을 후방에 머무는 사람들은 잘 몰랐다. 각국 정부는 전쟁을 숭고하고 신나는 게임인 것처럼 선전했고, 어린아이들은 빨리 군인이 되고 싶어 했다. 아직 어려서 징용되지 못하는 아이들은 장군과 병사들이 그려진 딱지놀이를 하고, ‘우리나라 군대’가 점령한 땅을 그린 보드게임을 했다. 20세기 초에 일본 어린아이들이 놀던 멘코(面子)라고 하는 딱지에는 전근대의 유명한 장군들이나 근대 전쟁의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이런 멘코는 원형이나 사각형 등 여러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이 중 한반도에서는 둥근 딱지가 주로 유행했...

    2016.10.28 20:50

  • [한국이 모르는 일본] (9) 만들어진 영웅의 전설…역사로 만들려는 슬픈 열망
    (9) 만들어진 영웅의 전설…역사로 만들려는 슬픈 열망

    지난 회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사람들이 일본열도로 건너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는 일부 한국인들의 주장을 살폈다. 대륙과 일본열도가 연결돼 있던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 한반도 사람들이 일본열도로 건너가는 일은 계속됐다. 하지만 고대 한반도의 세 나라가 일본열도에 식민지를 만들었다는 ‘일본열도 분국설(日本列島 分國說)’이나, 유라시아 대륙 북부의 기마민족이 한반도를 거쳐 일본열도를 정복했다는 ‘기마민족 정복 왕조설(騎馬民族 征服 王朝說)’ 같은 주장에 대해 필자는 납득할 만한 증거가 아직까지 제시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주장은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화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 이후 한반도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자가 치유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들 중 하나다.집단이나 개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역사를 재구성하는 일은 동서고금에 숱하게 일어났다. 그 상처를 치유해줄 만한 역사가 없을 때는 만들어내기도 한다. 위서(僞書)의 탄생이다. ...

    2016.10.07 21:00

  • [한국이 모르는 일본] (8) 열도로 건너간 고대 한민족…일본은 왜 신사에 새겼을까
    (8) 열도로 건너간 고대 한민족…일본은 왜 신사에 새겼을까

    오늘은 고대 일본열도에 흔적을 남긴 고구려와 신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많은 독자분들이 예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일 것이다.지난 회에 88영장 순례에 대해 알아보았다. 원래는 시코쿠 지역에 존재하는 88영장을 본떠, 일본 전국 그리고 식민지 조선에까지 소규모 88영장이 많이 조성되었다. 필자가 일본 유학 당시 살던 히노시(日野市)의 다카하타 후도(高幡不動)라는 절의 뒷산에도 88영장이 있었다. 히노시는 도쿄도(東京都) 중간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흔히 도쿄라고 하면 신주쿠, 긴자, 시나가와 같은 도심을 떠올리지만, 사실 도쿄는 서쪽으로는 험준한 산지를 접하고, 남쪽으로는 태평양의 섬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지역이다. 필자가 살던 아파트 창밖으로는 눈 쌓인 산맥과 후지산, 그리고 다마가와(多摩川)라고 하는 큰 강의 지류가 보였다. 그 풍경을 바라보면서 남산과 한강이 보이는 서울을 떠올리고는 했다.언덕 위의 아파트에서 20분쯤 걸어 내려가면 다카하타...

    2016.09.09 20:42

  • [한국이 모르는 일본] (7) 바다를 숭배하던 민초들, 불교를 만나 ‘구원의 순례길’ 찾다
    (7) 바다를 숭배하던 민초들, 불교를 만나 ‘구원의 순례길’ 찾다

    오늘은 기독교와 불교의 경전을 한 대목씩 읽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우선은 <마태오의 복음서> 9장.“예수께서 마태오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실 때에 세리와 죄인들도 많이 와서 예수와 그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먹게 되었다. 이것을 본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의 제자들에게 ‘어찌하여 당신네 선생은 세리와 죄인들과 어울려 음식을 나누는 것이오?’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자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선한 사람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고 말씀하셨다.”다음은 아미타여래를 믿어 정토(淨土)로 왕생하고자 하는 정토진종(淨土眞宗)의 고승 신란(親鸞·1173~1263)이 남긴 <탄이초(歎異抄)> 제3장.“선한 사람은 아미타여래의 힘에 전적으로 기대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아미타여래의 구원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자기가 선하므로 왕생할 것이라는 마음을 고쳐먹어서 아미...

    2016.08.26 20:35

  • [한국이 모르는 일본] (6) 러·영·아이누 등 ‘북방’과의 충돌·교섭 속 ‘군국주의’ 싹트다
    (6) 러·영·아이누 등 ‘북방’과의 충돌·교섭 속 ‘군국주의’ 싹트다

    1800년, 정조가 사망했다. 이듬해 1801년에는 신유박해라 불리는 가톨릭 탄압 사건이 일어나 주문모 신부, 이승훈, 정약용의 형 정약종 등이 처형되었다. 가톨릭교도 황사영은, 서양의 크리스트교 국가들이 무력으로 조선 정부를 무너뜨리고 조선의 가톨릭교도들을 구해달라고 교황에게 탄원하는 편지를 썼다가 발각되어 처형당했다. 이로부터 10년 뒤인 1811년에는 홍경래가 평안도에서 봉기했다. 봉기군은 예언서 <정감록>에 보이는 정도령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바다를 건너와 조선 정부를 무너뜨리고 백성을 구원한다는 정도령. 19세기 초의 조선에는, 서양세력이든 정도령이든 그 누구든 바다를 건너와서 조선 정부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이처럼 조선 백성들은 외부세력이 세상을 뒤집는 꿈을 꾸었다. 같은 시기, 일본인들은 실제로 외부세력과 접촉하고 군사적으로 충돌해서 패배를 경험한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를 통해 유...

    2016.08.05 20:55

  • [한국이 모르는 일본] (5) 바바 사주로, 에도시대 일본이 낳은 천재
    (5) 바바 사주로, 에도시대 일본이 낳은 천재

    한국 사회에 떠도는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왜 19세기에 서구권이 아닌 국가들 가운데 일본만 근대화에 성공했을까?”어떤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질문의 내용이 정확해야 한다. 이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면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첫째, ‘근대화’란 과연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고도의 공업화가 이루어지면 근대를 맞이한 것일까?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확립되면 근대적 국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또는 식민지를 차지한 제국이 되어야 근대국가일까? 이처럼 근대화라는 개념에 대해 사람들은 서로 다른 정의를 내린다.둘째, 근대화가 ‘성공’했다는 건 어느 시점까지를 보고 내리는 결론인가? 흔히 서구권이 아닌 국가들 가운데 근대화에 성공한 국가가 일본뿐이라고 하는 건, 20세기 전기에 일본이 영국, 프랑스, 독일 등과 나란히 식민지를 거느린 열강이 되었다는 뜻인 것 같다. 그러나 시간 단위를 20세기 후기까지로 보면, 대만과 한국이 이른바 근대...

    2016.07.0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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