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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가면 특별한 디자이너가 있다…‘키뮤스튜디오’의 영업비밀
서울 성수동 공유오피스 헤이그라운드 2층에 위치한 키뮤스튜디오 사무실 입구에는 노란 스마일 아이콘이 그려진 포스터가 붙어 있다. 흔한 그림 같지만 가까이서 보니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왔다. 스마일의 검은 눈동자가 위아래로 엇갈려 있었다. “아주 작은 차이인데, 특별하죠?” 남장원 키뮤스튜디오 대표(39)가 물었다. “브랜드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 상징 이미지로 쓰고 있어요.”키뮤스튜디오는 디자인 창작물을 활용해 아트 상품과 굿즈를 선보이는 소셜임팩트(사회적 가치 추구) 기업이다. 환경, 난민, 인권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는 총 8명으로 6명이 발달장애인이다. 대표와 이사를 포함해 전 직원(17명) 중 장애인 노동자 비율이 35%에 이른다. 키뮤스튜디오 구성원들은 발달장애 디자이너들을 ‘특별한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특수성을 살릴 수 있는 업무를 나눠 맡는다... -
“직장인의 애환은 우리도 똑같아요” … ‘특별한’ 일자리의 탄생
“사시는 동안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장류진 작가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일과 삶의 균형 사이, 돈과 적성 사이에서 고민하다 그 중간 어디 처연히 발 딛고 선 사람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라’는 신종 덕담엔 돈벌이의 고단함에 대한 동시대인의 복잡미묘한 감정이 섞여 있다. 네일 관리사 박소해씨(34)도 지인들과 이런 덕담을 나눈다. 박씨는 평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1시까지 네일숍에서 근무한다. 일 욕심이 많은 박씨는 근무시간이 짧은 게 불만이지만, 금요일 퇴근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설렌다. 새로 나온 네일아트 디자인은 어떤 게 있는지, 고객들이 어떤 서비스에 특별히 만족했는지 끊임없이 체크한다. 손님이 없을 땐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왕복 3시간에 이르는 출퇴근시간 때문에 어떤 날은 침대에 누워 무단결근하는 상상을 할 때도 있다. 디자이너 이태규씨(31)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한... -
이재명 “국민 삶 개선시켜 인정받아…윤석열, 빨리 실체 보여라”
이재명 경기지사 인터뷰이재명 경기지사(57·이하 호칭 생략)는 오랫동안 “변방의 장수”(본인 표현)였다. 경기 성남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시민운동을 했다. 국회의원이 아닌 기초단체장(성남시장)으로 정치적 커리어를 시작했다. 소속 정당보다 개인적 리더십을 토대로 신뢰 자산을 쌓았다. ‘언더도그(underdog·약세 후보)’이던 그가 어느 날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1등’으로 올라섰다. 선두를 꾸준히 지키고 있지만, 딜레마는 여전하다. 도전자 이미지로 지지를 얻었으되, 1등은 그럴 수 없다. 여론조사에선 정권교체론이 정권유지론을 앞선다. 지난 14일 경기도청에서 이재명을 만났다.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국민들께서 저를 조금이나마 인정하는 까닭은 단순하다고 생각해요. 성남시장 맡긴 건 작은 텃밭에 호미로 농사짓게 한 건데 ‘성과가 나네? 내 삶에 도움이 되네?’ 하신 거죠. 조금 더 큰 밭(경기도)에 괭이를 맡겨서 해봤더니 ‘그것도 좀 ... -
혐오·욕설 NO! ‘슬기로운 초등 유튜브 생활’, 우리가 직접 만들어요
■혐오·가짜정보 NO! 새싹 유튜버 키워요“300만 구독자를 둔 유튜버 되기와 서울대 가기 중 하나를 고른다면?” 지난달 25일 유튜브 크리에이터(유튜버) ‘빨간토마토’ 이승재씨의 질문에 초등학생 7명이 앞다퉈 외쳤다. “300만이요!” “대학은 아예 안 갈 거예요” “유튜버요. 돈도 많이 벌고, (구독자가 일정 수를 넘으면 주는) 골드버튼, 실버버튼 다 얻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론 ‘유튜버 되기’를 택한 학생이 적었지만, 유튜버는 초등학생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였다.2021년 한국 초등학생의 시간은 유튜브를 타고 흐른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 일상의 한 축이 됐다. ‘초등 ○학년 ○학기’를 검색해 학습 영상을 보고, 실험 과제를 유튜브에서 미리 살핀다. 게임이나 음악, 애니메이션 등 좋아하는 영상을 찾고, 친구들과 공유한다. 초등학생들은 “이제 그만보고 숙제하자”고 말하는 보호자도 유튜브 영상을 본다는 걸 잘 알고 있다.유튜브 시청을 무... -
이렇게 밝은 비혼모 처음 보세요? 힘든 거지 불행한 건 아니니까
지난해 12월 한국미혼모가족협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를 통해 여성 14명이 모였다. 글쓰기를 위한 모임에 지원한 이들이었다. 참여 조건은 단 하나. 비혼모일 것. ‘몇은 처음부터, 누군가는 어느 날부터 각자의 이유로 비혼모가 됐다.’ 인원수만큼 비혼모가 된 이유도, 삶의 모습도 14가지로 제각각이었다. 4개월의 글쓰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육아 퇴근’ 후 밤을 새우며 완성한 글 31편을 모아 출판을 위한 펀딩을 진행했다. 책 이름은 <결혼은 모르겠고, 아무튼 아이는 있어요>다.더한나(30대), 정나라(30대), 수페(40대)씨 등 세 사람은 프로젝트에 참가한 ‘비혼모 작가’다. 지난 18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이들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실명을 밝힐지 여부를 두고 논의했다. 더한나씨가 말했다. “비혼모라는 단어 자체가 많은 걸 노출하잖아요. 여자, 결혼 안 함, 남편 없음, 아이 있음. 그 자체로 사생활 노출이죠. 신상을 밝히지 않아도, 저... -
자식이라는 ‘희망’ 잃고 ‘유가족’으로 다시 서다
이재훈씨(59)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들 이름은 ‘삶의 희망’이었다. 대학생이던 아들은 지난달 22일 경기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300㎏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스물세 살, 이선호씨다.김혜영씨(63)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들 이름은 ‘나의 희망’이었다. tvN PD이던 아들은 2016년 10월 드라마 제작 현장의 장시간 노동과 부당한 업무 강요를 고발하며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스물일곱, 이한빛씨다.‘희망’을 빼앗긴 아비와 어미들은 투사가 된다. 초등학교 교사의 딸로 자라 중·고교 교사로 평생을 살아온 김혜영씨도 그랬다.김씨가 대학 4학년이던 해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재학 중이던 충북대 캠퍼스에서도 집회가 열렸지만 “전두환 타도” 구호가 무섭기만 했다. 교사이던 남편 이용관씨(65)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됐을 때도 ‘노동’이란 말이 낯설었다. ‘근로라는 말도 있는데 왜 굳이 노동을 쓰지’ 생각했다.... -
‘이상한’ 3월 벚꽃이 우울했던 당신에게, ‘재연결’을 처방합니다
꽃을 보는 게 슬픈 일이 될 줄 몰랐다. 4월에 피던 동네 벚꽃이 3월에 피었다. 서울에선 지난 100년 사이 가장 개화가 빨랐다고 했다. ‘봄의 전령’이 언젠가부터 ‘기후위기의 전령’이 됐다. “아름다운 장면인데 기쁘지가 않고, 우울했습니다. 사람들이 사진 찍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더 힘들고요. 꽃을 보며 이런 마음을 느껴야 한다는 게 슬펐어요.”하모씨는 지역에서 생태적 삶을 모색하는 활동가다. 포장재 없는 채소와 중고 물품을 사고, 친구들과 밭을 가꾼다. 무력감은 시시때때로 덮친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텃밭 토마토가 쩍쩍 갈라졌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변화는 더디다. 노년의 세상은 상상이 안 간다. ‘나는, 그리고 사랑하는 존재들은 무사할까.’ 미래를 내다보는 게 의미 없는 일 같다.기후위기는 해롭다. 지구 생명체들의 물리적인 면을 무너뜨리는 것과 함께 인간의 정신을 마모시킨다. 일회용품 안 쓰기를 실천하다가 ‘이런다고 뭐가 바뀔까’ 회의감에 빠져본 사... -
꼰대? 응 아니야! 우린 ‘유아들의 아이돌’ 이야기할머니란다
“자, 오늘의 이야기는 <사랑의 통장>이에요. 이야기 속으로 출발! 모두 신나게 잘 들어보아요. 귀는 쫑긋, 눈은 반짝, 준비됐나요, 출발합니다, 빵빵!” 짙은 자줏빛 옷고름의 색동저고리 한복을 입은 김봉희씨(69·서울 구로구)가 선창하자 20명 남짓 되는 다섯 살 어린이들이 목청 높여 노래를 따라 부른다. 옆자리 친구와 장난을 치던 아이도, 바닥을 보며 손가락을 빙빙 돌리던 아이도 이내 고개를 들어 김씨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김씨는 10년차 ‘이야기할머니’다. 이야기할머니는 60여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여성 노인들의 자원봉사 활동으로, 주 2~3회 유아교육 기관에서 아동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역할을 한다. 2009년 시작해 지난 3월 기준 3305명이 전국 8500여개 기관에서 활동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던 김씨는 올해 활동을 재개했다. ‘○린이’ 등 아이들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 남발되고, 어린이의 입장... -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우리가 1번도 2번도 안 찍은 이유
김유진씨(가명)는 1994년생이다. 여대 졸업 후 마케팅 분야에서 일해왔다. 계약직으로 근무하다 최근 정규직 일자리를 얻었다. 서울에서 혼자 산다. 본가는 다른 지역에 있다. 대학 입학 전엔 성차별 문제를 실감한 적이 없다. 집에서 장녀로 ‘대우’받으며 자랐다. 중·고교도 남녀공학에 합반이었다.학보사에서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후배를 만나며 젠더 이슈에 눈을 떴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맞닥뜨렸다. ‘여성이란 이유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피부로 느꼈다.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고 공부를 시작했다. 2018년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혜화역 시위에 참여했다. 그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위력 성폭력’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젠더·인권감수성을 갖춘 정치인으로 여겨 마음속으로 지지해왔기 때문이다.그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우선 아웃”시켰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으로 선거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선택지에... -
박성민 전 최고위원 “정치권은 ‘젠더 이슈’가 더 이상 사이드 메뉴가 아니란 것 깨달아야”
민주당 ‘내로남불’ 위선과 오만성비위 제 식구 감싸다…결국 참패스스로 세운 원칙을 깨버린 결과지도부였던 매 순간 후회만 남아1996년생 박성민씨의 정체성은 다층적이다. 20대 여성이자, 대학교 4학년생이자, 정치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유일한 20대 최고위원이던 그는 4·7 재·보궐 선거 직후 사퇴했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원인은 뭐라고 생각합니까.“무능, 위선, 오만이라고 봐요. 무능은 정책적으로 잘하지 못한 것이죠. 특히 부동산 문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집값을 잡겠다고 여러 차례 공표했음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까요.”- 위선과 오만은 어떤 의미인가요.“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들, 여권 인사(김상조·박주민 등)발 부동산 문제 등은 ‘내로남불’로 보이기에 충분했습니다. 박원순·오거돈 성추행을 다룰 때도,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