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해외축구 돋보기
  • [해외축구 돋보기]축구장의 문이 닫힌 날, 우리 슬픔의 날이 열렸다
    축구장의 문이 닫힌 날, 우리 슬픔의 날이 열렸다

    함성도, 인적도 사라진 ‘스트렛퍼드 엔드’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올드 트래퍼드의 서쪽 스탠드인 스트렛퍼드 엔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가장 열정적인 서포터스들에겐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사랑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30일로 벌써 축구 없는 세 번째 주말이 지나갔다. 눈앞에 있는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에서 흙덩이가 무너져 내릴 때 축구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피터 드루리의 격정적인 코멘터리는 또 어떤가. 드루리는 ‘축구 중계의 시인’으로 불리는 영국의 축구 해설자. 2018년 4월 AS로마가 홈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를 3-0으로 격파하고 역전 4강에 올랐을 때 “로마가 폐허에서 일어났다”고 숨 넘어갈 듯이 외치고, 올 시즌 맨유 래쉬퍼드가 첼시와의 개막전에서 마르시알이 골을 넣은 지 2분 만에 추가골을 터뜨리자 “순식간에(in a flash), 래쉬의 섬광(rash flash)”이라고 외쳤던, 그래서 축구를 더욱 흥분되게 만들었던 드루리의 코멘터리가 그...

    2020.03.30 21:17

  • [해외축구 돋보기]매주 1억6천만원 손해보며 맨유 임대 수락한 오디온 이갈로
    매주 1억6천만원 손해보며 맨유 임대 수락한 오디온 이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잡이 오디온 이갈로는 속 썩이다가 나중에 효도한다는 말썽쟁이 자식과 같은 선수다.지난 1월 중국 상하이 선화에서 뛰던 그를 맨유가 임대 영입할 때만 해도 맨유 팬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어야 했다. 정상급 골잡이들은 외면하고 31세에 중국 리그에서 뛰던 그저 그런 선수나 오는 팀으로 전락했다는 자조의 글이 소셜미디어에서 넘쳐났다. 2개월 만에 이갈로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3번의 선발 출장에서 4골 1도움. 말썽쟁이 자식이 알고 보니 부모를 해외여행 시켜주는 ‘효자’였다.맨유 팬들이 그를 더욱 사랑하는 것은 맨유에 대한 충성심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갈로에게 맨유는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꿈의 구단이었다. 이갈로는 맨유 유니폼을 입기 위해 11만파운드의 주급 손실을 감수하면서 맨유 임대를 받아들였다. 현재 맨유에서 받는 주급은 13만파운드(약 1억9300만원)로 상하이에서 받던 주급 24만파운드(약 3억5700만원)보다 11만파운드 ...

    2020.03.27 20:53

  • [해외축구 돋보기]맨유가 레드카펫 깔아주며 대접한 17세…“루니가 우상” 발언에 팬들 “어서 데려오라”
    맨유가 레드카펫 깔아주며 대접한 17세…“루니가 우상” 발언에 팬들 “어서 데려오라”

    ‘burst onto the scene.’ 영어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 선수를 소개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버밍엄 시티의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은 올 시즌 이 표현에 잘 어울리는 선수 중의 한 명이다.벨링엄은 올 시즌 챔피언십 29경기에 출장해 4골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17세로 고등학교 2학년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활약이다. 어린 선수들은 아무리 기량이 좋아도 육체적인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인 무대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다.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하더라도 지속적인 경기 출장이 어려운 이유다. 벨링엄은 그 한계를 넘어섰다. 한두 경기 뛰는 데 그치지 않고 버밍엄의 핵심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펩 클로테트 버밍엄 감독은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를 할 때마다 그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벨링엄은 1m82로 키가 크고 발재간이 좋다. 부드러운 터치 역시 특별한 재능이다. 벨링엄은 버밍엄에서 ‘미스터 만능’으로 불린...

    2020.03.26 21:00

  • [해외축구 돋보기]거리 두자, 손 씻자, 뭉치자…달라진 엠블럼이 말을 하네
    거리 두자, 손 씻자, 뭉치자…달라진 엠블럼이 말을 하네

    축구 구단의 엠블럼은 구단의 역사와 정체성, 지향점이 담겨 있는 상징이다. 구단의 과거와 현재, 미래뿐만 아니라 구단과 팬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한번 정해지면 웬만해선 바꾸지 않는 이유다.구단이나 선수, 팬들에게 모두 소중한 엠블럼을 재치 있게 변경해 코로나19 극복에 활용하는 구단들이 등장했다.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신생팀인 인터 마이애미는 “물리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장려하기 위해 구단 엠블럼을 일부 수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기존 마이애미의 엠블럼에선 백로 두 마리의 다리가 얽혀 있었다. 마이애미의 국제적 성향과 다양성, 포용성, 통합과 결속을 상징하는 문장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 극복을 위해 물리적 거리 두기가 중요해지면서 마이애미는 기존 엠블럼을 수정, 얽혀 있던 백로 두 마리를 따로 떨어뜨려 놓았다. 물리적 거리 두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일시적으로 문장을 변경한 것이다.물리적 거리 두기는 코로나19의...

    2020.03.24 21:10

  • [해외축구 돋보기]이탈리아의 슬픔에 슬픔 더한 축구 저널리즘의 ‘미켈란젤로’
    이탈리아의 슬픔에 슬픔 더한 축구 저널리즘의 ‘미켈란젤로’

    이탈리아에서 죽음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 매일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로베르토 만치니 이탈리아 축구대표팀 감독은 “군 차량이 관을 운반하는 것을 보는 것은 지옥”이라고 말했다. 죽음이 일상이 되고 있는 터무니없는 순간이다. 지난 주말 이탈리아 축구계를 큰 슬픔에 빠뜨린 죽음이 있었다. 축구 기자 잔니 무라가 지난 21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향년 75세. 세리에A와 투르 드 프랑스 등 스포츠계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질 만큼 그는 특별한 기자였다. 선배이자 멘토였던 잔니 브레라가 ‘리베로’ 같은 수많은 신조어를 만들어낸 ‘스포츠 저널리즘의 다빈치’였다면 그는 열정과 스토리텔링 능력, 간결한 문체, 스포츠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스포츠 기사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끈 ‘스포츠 저널리즘의 미켈란젤로’였다.풋볼이탈리아의 칼럼니스트 안드레아 탈라리타가 “그의 기사를 읽는 것보다 이탈리아의 축구 문화를 이...

    2020.03.23 21:20

  • [해외축구 돋보기]4월30일까지 시간 번 토트넘, 4강 불씨 살리나
    4월30일까지 시간 번 토트넘, 4강 불씨 살리나

    프리미어리그 중단이 4월30일까지 연장된 것은 모든 구단들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2승만 더 올리면 30년 만의 리그 우승이 확정되는 리버풀은 그만큼 축배를 들 시간이 미뤄졌다. 최근 11경기 연속 무패의 상승세를 탔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바람 불 때 연을 날리지 못하게 되면서 김이 빠지게 됐다.토트넘은 분위기가 다르다. 20일 현재 토트넘은 승점 41점으로 4위 첼시(승점 48)에 7점 뒤진 8위다. 여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45)와 울버햄튼, 셰필드(이상 승점 43)까지 첩첩산중을 넘어야 한다. 부상자까지 속출해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강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프리미어리그 중단이 4월30일까지로 연장된 것은 토트넘엔 분명히 기회다. 팀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돼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볼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다. 무엇보다 무리뉴 감독을 괴롭혔던 부상자들이 속속 복귀하는 것은 토트넘엔 천군만...

    2020.03.20 20:41

  • [해외축구 돋보기]‘인디언 기우제’ 같은 케인 이적설
    ‘인디언 기우제’ 같은 케인 이적설

    코로나19로 리그는 중단됐지만 이적 루머를 만드는 방앗간은 쉬지 않고 돌아간다. 최근 영국 언론에서 토트넘 골잡이 해리 케인(사진)의 이적설 관련 기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케인은 토트넘 유스 출신으로 278경기에서 181골을 넣은 잉글랜드 최고의 골잡이다. 월드 클래스의 기량을 가졌지만 토트넘에서 아직 우승을 맛보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까지는 챔피언스리그라도 나갔지만 내년 시즌엔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현재 리그 8위로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까지 갈 길이 멀다. 트로피 운이 없는 케인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그의 거취에 주목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영국 언론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3월 초만 해도 케인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갈 것 같다는 기사가 쏟아지더니 최근에는 ‘맨유를 거절하고 유벤투스로 간다’ ‘맨체스터 시티가 케인을 영입할 수 있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더선은 케인이 유벤투스로 갈 경우 예상 라인업을 그림까지 그려 소개...

    2020.03.17 21:00

  • 전쟁통에도 열렸는데…유럽 축구리그 올스톱, 팬도 선수도 ‘슬픈 주말’

    유럽의 5대 축구리그가 올스톱하면서 주말 축구가 사라졌다. 전쟁통에도 열렸던 축구장이 바이러스 때문에 문을 완전히 닫아내린 것이다. 도르트문트 골잡이 홀란드는 파리 생제르맹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치른 뒤 “관중 없는 경기장에서 뛰는 기분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이상한 정도가 아니다. 기이해졌다. 상황은 악화됐고, 무관중을 넘어 축구 자체가 멈춰 섰다. 네덜란드 문화학자인 요한 호이징가는 스타디움을 ‘마법의 원’이라고 불렀다. 이 마법의 원은 세상과 다른 특별한 법이 지배한다. 농축된 감정들을 마음껏 폭발시킬 수 있고, 외부에선 금기시되는 행동들이 허용되기도 한다. 축구팬들은 주말이면 마법의 원으로 달려가 본능적인 것의 천국을 즐기다가 다시 일상의 세계로 돌아오곤 했다. 마법의 원은 곧 정신적·감정적 해방구였다. 이 마법의 원이 닫히면서 농축된 감정들 역시 갈 곳을 잃었다. 마법의 원이 닫힌 세상은 그만큼 단조로워졌다. 골 하나하나에 숨 넘어갈 ...

    2020.03.16 21:03

  • [해외축구 돋보기]축구가 사라진 주말
    축구가 사라진 주말

    유럽의 5대 축구리그가 올 스톱하면서 주말 축구가 사라졌다. 전쟁통에서도 열렸던 축구장이 바이러스 때문에 문을 완전히 닫아내린 것이다. 도르트문트 골잡이 홀란드는 파리 생제르맹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치른 뒤 “관중 없는 경기장에서 뛰는 기분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이상한 정도가 아니다. 기이해졌다. 상황은 악화됐고, 무관중을 넘어 축구 자체가 멈춰섰다. 15일 열릴 예정이었던 토트넘-맨유전도, 셀틱과 레인저스의 ‘올드펌’ 더비도 모두 기약 없이 연기됐다. 네덜란드 문화학자인 요한 호이징가는 스타디움을 ‘마법의 원’이라고 불렀다. 이 마법의 원은 세상과 다른 특별한 법이 지배한다. 농축된 감정들을 마음껏 폭발시킬 수 있고, 외부에선 금기시되는 행동들이 허용되기도 한다. 축구팬들은 주말이면 마법의 원으로 달려가 본능적인 것의 천국을 즐기다가 다시 일상의 세계로 돌아오곤 했다. 마법의 원은 곧 정신적·감정적 해방구였다. 이 마법의 원이 닫히면서 농축된 감정들 역시...

    2020.03.16 16:51

  • [해외축구 돋보기]리버풀 또 골키퍼 악몽…챔스 2연패 꿈 ‘와르르’
    리버풀 또 골키퍼 악몽…챔스 2연패 꿈 ‘와르르’

    연장 전반 4분 피르미누의 추가골이 터질 때만 해도 안필드는 또 한 번 ‘마법의 성’임을 입증하는 듯했다. 2-0으로 달아나며 1·2차전 합계 스코어 2-1. 12일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이 이대로 끝나면 8강에 오르는 건 리버풀이었다. 리버풀 팬 그 누구도 8강행을 의심하지 않았다. 안필드가 어떤 곳인가. 프리미어리그에선 1000일 넘게 패배를 모르고 있고 천하의 메시도 마법을 잃어버리는 곳, 무적의 요새가 바로 안필드였다. 리버풀 팬들은 웃고, 함성을 지르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승리의 기운이 안필드에 넘쳐흘렀다.그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피르미누 골이 터진 뒤 167초 후였다. 리버풀 골키퍼 아드리안이 길게 걷어낸다는 게 아틀레티코 펠릭스에게 향했다. 펠릭스는 마르코스 요렌테에게 패스했고, 요렌테가 골문 오른쪽 구석을 향해 정확하게 감아찬 게 리버풀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안필드에서 리버풀을 지켜주던 결계...

    2020.03.12 20:54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