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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민 소송, 잿빛 하늘을 몰아내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변호사 르노 그리페(52)는 젊은 시절부터 꽃가루 알레르기와 천식이 있었다. 꽃가루가 날리는 5월을 보내는 게 힘들었다. 1995년 주치의에게 기관지염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며 이유를 묻자 의사는 “알레르기성 체질 때문인 것 같은데 정확히 무슨 원인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10여년 전부터는 꽃가루가 날리지 않는 겨울에도 점점 숨 쉬기 힘들어졌고 기관지염이 심해졌다. 이제 열두살이 된 막내아들도 자신처럼 기관지염을 심하게 앓는다. 그는 “도대체 나는, 내 아들은 왜 아픈 것인가 알고 싶었다”고 했다. 유전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는 취재차 찾아간 기자에게 1998년 리베라시옹 신문의 ‘자동차 vs 어린이’라는 헤드라인 기사를 보여줬다. 그는 “오염의 주된 희생자는 어린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때부터 증거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그는 그렇게 국가가 대기오염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소송에 참여했다... -
(6)엄마들의 ‘환경 공부’ 파란 하늘 되살리다
“일곱 색깔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던 기타큐슈시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도바타부인회의 초등학생 어머니들이 등장하면서였어요. 그들이 먼저 대기오염을 공부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 기타큐슈시가 환경도시로 바뀔 수 있었던 계기였어요.”지난달 초 방문한 일본 후쿠오카현의 기타큐슈시에서는 시청, 환경단체, 환경교육기관 등 관련 기관 어디에서나 기타큐슈시의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도바타부인회라고 했다. 1960년대까지 최악의 공해로 몸살을 앓던 이 도시가 현재처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환경친화적 도시가 된 계기는 아이들이 공해로 인해 고통받는 모습을 보다못해 나선 어머니들의 행동 때문이었다는 얘기다.지난달 10일 기타큐슈시 에코뮤지엄에서 만난 나카조노 사토시 관장은 “공업지대 인근 도바타 지구의 어머니들은 공해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 달라거나 항의 데모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공해 자체를 공부하고, 실태를 파악하는 활동부터 시작했다”면서 “주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
(5)함께 만든 ‘안전한 두 바퀴’…파리의 숨이 달라졌다
지난달 12일 프랑스 파리의 대기오염 측정기관 ‘에어파리프(Airparif)’ 건물에 들어서자 대형 디스플레이에 파리시내 곳곳의 오염도가 3D 형식으로 표시됐다. 미세먼지(PM10), 이산화질소, 오존의 수치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됐다. 오염물질 농도가 도로변으로 갈수록 빨간색으로 변했다. 주택가, 공원 등이 노랑, 주황색으로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원인은 ‘자동차’이다. 59개국 교통정책 장관급 회의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의 스티브 퍼킨스 연구센터장은 이곳에서 “파리에서 오염의 주요 원인은 승용차와 화물차에 있다”고 설명했다.파리시는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승용차 이용률을 줄이는 게 핵심이라고 봤다. 우선 파리시는 자동차 속도를 시속 30㎞ 이하로 규제하는 ‘30㎞존’을 늘리고 일방통행로·보도를 확대했다. 자전거를 편히 이용하도록 자동차의 ‘속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헤르브 르비페 파리시 교통담당관... -
(5)함께 쓰는 ‘친환경 네 바퀴’…‘오토리브’는 실패하지 않았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파리시 파시역(Passy Station) 인근의 전기자동차 공유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오토리브’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4대의 전기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곳이지만 단순히 주차장이라고 할 순 없는 공간이다. 전기자동차를 대여하는 ‘대여소’,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 전기차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기능을 동시에 하는 가로변 공간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 가로변 공간들이 지난 7월 말부터 비게 됐다. ‘오토리브’ 서비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세계 최초의 전기차 공공 대여파리시, 2011년부터 실험 시작차량 노후화·위생 문제 불거지고우버 열풍으로 이용률 줄어들어결국 지난 7월 말에 서비스 중단2011년 파리시는 오염물질이 적은 전기자동차를 보급하기 위해 ‘오토리브’를 도입했다. 공공이 개입한 전기차 공유시스템 ‘오토리브’는 파리시의 새로운 실험으로 전 세계에서 찾기 힘든 시도였다.오토리브 ... -
(4)‘디젤차의 고향’ 독일, 노후 디젤차와 이별 진행 중
“현재 독일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이 경유차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미세먼지의 전구물질(어떤 물질이 합성될 때 재료가 되는 물질)인 이산화질소 농도가 독일 전역이 아닌 차량 통행량이 많은 도심에서만 기준치를 넘는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지요.”루돌프 디젤(1858~1913)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디젤엔진의 고향인 독일에서는 지금 아이로니컬하게도 디젤차가 골칫거리가 됐다.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의 디젤게이트와 BMW의 화재 사건에서 보듯 최근 디젤엔진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다 미세먼지의 주원인이기 때문이다.한국, 미세먼지 원인 설왕설래독일은 주원인 경유차로 꼽아확실한 진단에 시민도 공감대책 비용 놓고는 ‘정치적 논쟁’지난 8월 초 만난 독일 연방정부의 전문가, 지자체, 시민들은 모두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경유차를 꼽았다. 아직까지 고농도 미세먼지의 발생 비중을 놓고 중국이다, 경유차다, 석탄발전소다 등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 -
(4)흔들림 없는 대중교통 할인정책, 서울과는 달랐다
“대중교통 할인정책을 계속해서 확대 시행하고 있는 것은 시민들에게 대중교통이 얼마나 더 매력적인지 알리고 선택의 폭을 넓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상보다 효과가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할인정책을 실시할 계획입니다.”지난 8월3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청 환경보전부 청사에서 만난 라이너 캅 도시기후과장은 슈투트가르트시가 2016년 처음 도입한 고농도 미세먼지 시 대중교통 할인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두 해 시행하고 할인정책을 중단하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좋은 조건을 시민들에게 제공하면서 얼마큼 효과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독일에서 미세먼지 가장 심각2016년부터 할인·예보제 실시비용 대비 효과 적다는 지적에“한두 해 시행으론 효과 못 거둬”자동차의 도시이자 독일에서 6번째로 큰 도시인 슈투트가르트는 독일 내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
(3)70년 걸려 잡혀가는 스모그…LA의 충고는 “시스템”
1943년 7월의 어느 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전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뿌연 구름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 산은 물론이거니와 가까운 빌딩마저도 황갈색 연무 사이로 사라졌다.“일본이 미국 본토에 화생방 공격을 시도했다!” 전쟁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이 루머를 진지하게 믿는 사람도 있었다. 방독면을 쓰고 출근하는 사람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구름은 아픔을 동반했다. 눈은 모래라도 들어간 것처럼 따끔거렸고 아이들은 심한 두통을 호소했다. 거무튀튀하고 노르스름한 연기의 장막. 사람들은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몰랐다. ‘연기 괴물’ ‘지옥의 구름’…. 아무도 이 정체불명의 괴물이, 미국이 진주만 싸움에서 이긴 뒤에도 수십년간 혈투를 벌여야 할 상대가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이 구름에는 ‘LA형 스모그’라는 용어가 붙었다. ‘스모그 도시’가 돼버린 ‘천사들의 도시’.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미세먼지... -
(3)가난할수록 나쁜 공기 마셔…‘약한 고리’에 더 큰 관심 기울여야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 가장 큰 걱정거리예요.” ‘요즘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전 캘리포니아 남부연안대기질관리국(SCAQMD) 국장인 배리 월러스턴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환경정의는 “소수인종과 저소득층 주민들을 개발로 인해 야기되는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보호하는 개념”이다. 주정부는 다른 계층보다 수질·대기오염 등으로 더 많은 피해를 입는 지역을 ‘환경정의(EJ) 커뮤니티’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고 있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공장은 부와 번영의 상징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돈이 많으면 절대로 공장 바로 근처에 살지 않죠.”공장·항만시설 등 오염원 근처엔대부분 주민이 소수인종·저소득층흑인, 미세먼지에 더 많이 노출돼심혈관 질환·사망 위험 45% 높아취약계층 보호에 정책 초점 맞춰야미국 로스앤젤레스(LA) 남쪽 롱비치 지역에 자리 잡은 작은 동네 윌밍턴. 서울 서초구 정도 넓이에 인구 5만명이 ... -
(2)인니서 날아온 ‘공포의 연무’…법 만들었지만 상징효과뿐
싱가포르의 9월 공기는 맑았다.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들렀던 이곳 랜드마크 마리나 베이 샌즈가 도시 어디서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보였다.3년 전 이맘때는 달랐다. 보험설계사 알렉스 엥(28)은 그때를 또렷이 기억한다. 매캐한 연기 냄새가 도시에 깔렸고 시야는 뿌옇게 흐려져 땅거미가 내리면 운전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텔레비전 화면 한 귀퉁이에서는 싱가포르 환경청(NEA)이 제공하는 대기오염지수(PSI)가 수시로 업데이트됐다. 100을 넘으면 ‘나쁨’, 300을 넘으면 ‘위험’ 수준인데 수시로 400을 넘어섰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인증을 받은 N95 마스크는 어딜 가나 품절이었다. “외출했다 돌아와 샤워를 하면 온몸에서 검댕이 흘러나왔어요. 문득 ‘이게 폐까지 들어갔다면?’이라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더라고요.”인터넷상에서 이런 말이 유행했다. “싱가포르 플라이어... -
(2)“연무법으로 누군가 처벌받는다면 그건 싱가포르 사람일 것”
싱가포르가 2014년 자국 영토 바깥에서 일어나는 화재 관련자들을 처벌하겠다며 ‘월경성 연무 오염법’(이하 연무법)을 제정했다. 싱가포르로서는 ‘강수’를 둔 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법에 의한 기소는 단 한 건도 없다.지난달 13일 만난 앨런 기진 탄 싱가포르국립대(NUS) 교수(법학)는 이 법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심각한 연무 문제가 발생해 연무법으로 첫 번째 처벌받는 사람은 싱가포르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우리 상황에 빗댄다면 미세먼지 피해를 입었을 때 산둥성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사람부터 처벌되는 셈이다. 이 법은 ‘우리 손이 닿는 곳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다음은 탄 교수와의 일문일답. - 공기가 무척 깨끗하다.“지난해와 올해는 문제가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람이 다른 방향으로 불어 줬기 때문이다. 개간을 위해 불을 지르는 일은 인도네시아의 숲과 산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어떤 해에는 우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