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흔들림 없는 대중교통 할인정책, 서울과는 달랐다

슈투트가르트(독일) | 김기범 기자

슈투트가르트의 먼지 저감 분투기

독일 슈투트가르트시는 대중교통 할인뿐 아니라 도시계획, 옥상 녹화, 이끼벽 설치 등 다양한 미세먼지 저감책을 시행한다. 사진은 시 관계자들이 이끼벽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하는 모습(왼쪽)과 바람길을 따라 조성돼 있는 슈투트가르트의 녹지(오른쪽).  슈투트가르트시·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럽연구소 제공

독일 슈투트가르트시는 대중교통 할인뿐 아니라 도시계획, 옥상 녹화, 이끼벽 설치 등 다양한 미세먼지 저감책을 시행한다. 사진은 시 관계자들이 이끼벽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하는 모습(왼쪽)과 바람길을 따라 조성돼 있는 슈투트가르트의 녹지(오른쪽). 슈투트가르트시·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럽연구소 제공

“대중교통 할인정책을 계속해서 확대 시행하고 있는 것은 시민들에게 대중교통이 얼마나 더 매력적인지 알리고 선택의 폭을 넓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상보다 효과가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할인정책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지난 8월3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청 환경보전부 청사에서 만난 라이너 캅 도시기후과장은 슈투트가르트시가 2016년 처음 도입한 고농도 미세먼지 시 대중교통 할인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두 해 시행하고 할인정책을 중단하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좋은 조건을 시민들에게 제공하면서 얼마큼 효과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에서 미세먼지 가장 심각
2016년부터 할인·예보제 실시
비용 대비 효과 적다는 지적에
“한두 해 시행으론 효과 못 거둬”

자동차의 도시이자 독일에서 6번째로 큰 도시인 슈투트가르트는 독일 내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곳으로 꼽힌다. 일찌감치 자동차 제조업을 중심으로 공업이 발달해 독일을 대표하는 공업지대가 형성된 데다 특유의 분지 지형으로 인해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대기질 가이드라인은 PM10이 일평균 50㎍/㎥를 초과하는 날이 35일이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슈투트가르트의 경우 2016년에는 이 기준을 넘은 날이 67일, 2017년에는 41일에 달했다. 2000년대에 기준치를 넘어서는 날이 100일 이상이던 것이 현재는 그나마 40~70일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슈투트가르트의 중심인 중앙역부터 도시 내 여러곳을 둘러보고, 또 전망탑에 올라 살펴보면서 이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나는 원인 두 가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다른 도시들과 다르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적은 것도 도시 내에 계곡 형태의 지형이 많아 도로 경사가 심한 구간이 많다. 즉 공기가 잘 순환되지 않는다는 자연적 조건에다 경사가 심해 자동차 가속페달을 밟는 횟수가 잦고, 자동차의 도시답게 자동차 수가 많다는 인위적 조건이 만나 독일 최악의 대기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슈투트가르트시는 2016년 새로운 대기오염 저감정책으로 대중교통 할인정책을 실시하게 됐다. 단기적으로 시민들의 승용차 이용을 줄여 미세먼지 농도를 낮춤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대중교통의 매력을 높여 이용률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슈투트가르트시는 2016년 10월15일부터 2017년 4월15일 사이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예상될 때 버스, 전철, 전차 등을 탈 때 사용할 수 있는 1회 교통권을 50% 할인 판매했다. 1년 정기권을 구입할 경우에는 무료 이용기간을 1개월 추가해줬고, 카셰어링으로 전기차를 이용하면 대여비용도 50% 할인했다. 또 지난해 10월15일부터 올해 4월15일 사이에는 일일 교통권 가격을 30% 할인했다. 일일 교통권의 당초 가격은 6.9유로(약 9000원)로 슈투트가르트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면 4.8유로(약 6200원)에 판매했으며 휴대전화로 구입할 경우에는 4.5유로(약 5900원)로 더 싼 가격을 매겼다.

슈투트가르트시는 대중교통 할인정책과 함께 미세먼지 예보제도 실시했다.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기 위해 할인이라는 당근을 제공하는 동시에 예보제를 통해 심각성을 알려 자발적으로 차를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려는 취지였다. 슈투트가르트시 기후대기과에 근무하는 한국인 환경공학 전문가인 이현정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대중교통 할인정책을 처음 실시한 2016년 1월11일부터 4월15일 사이 모두 5회에 걸쳐 22일 동안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보가 발령됐다. 미세먼지 예보제와 대중교통 할인이 처음 실시된 2016년 1월18~22일 슈투트가르트의 차량통행량은 약 5% 감소했고, 대중교통 이용자는 전년도 평균 대비 약 15% 증가했다. 예보제와 할인이 두번째 시행된 같은 해 2월26~28일에는 대중교통 이용자가 약 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 심각성 인지한 시민들도
“나쁠 게 없는 정책” 힘 실어줘
3일 만에 포기한 서울시와 상반

이런 결과가 나오자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효과가 적다는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시가 대중교통 할인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시민들이 대기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슈투트가르트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약 70%의 시민들이 대기오염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할인정책 자체의 인지도는 더욱 높아 이 정책과 미세먼지 예보제에 대해 알고 있는 시민은 92%가량에 달했다. 이런 인식 덕분에 슈투트가르트시는 흔들림 없이 할인정책을 실시할 수 있었고, 지난 15일에는 3년차 미세먼지 예보제 및 대중교통 할인정책을 개시했다. 캅 과장은 “현재는 시행착오를 겪는 중인 동시에 이 정책이 올바른지 증명하고 있는 기간”이라며 “더 좋은 대중교통 여건을 시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선택권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에서 만난 한 시민은 “원래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이들은 할인을 받으니 좋고, 자동차를 이용하던 사람도 통행량이 줄어 길이 덜 막혀서 좋으니 시민들로서는 나쁠 게 없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1월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발생할 때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실시하다 예산 낭비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쉽게 무료정책을 포기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도심 차량속도·통행량 제한하고
신축 건물 대기 영향 점검 필수
이끼벽 세워 먼지 저감 실험도

여기에 슈투트가르트시는 도심 내 차량 속도를 제한하고 통행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2012년 12월부터 도심 내 도로 가운데 대기오염이 심한 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에서 40㎞로 낮췄고, 이 제한속도가 적용되는 구간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 또 도심 내 통행량을 줄이기 위해 도심 내의 모든 주차공간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최대 주차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시는 또 도시계획, 옥상 및 벽면 녹화, 교통 흐름 개선 등 도시 내에서 가능한 다양한 미세먼지 저감책을 찾아내 꼼꼼하게 시행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거의 고려되지 않는 부분이 바로 도시계획을 세울 때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을 필수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캅 과장은 “도시계획부서가 민간 개발업자의 개발을 승인하기 전 반드시 도시기후과와 협의하도록 돼 있다”며 “신축 건물이 도시 외부의 숲에서 유입되는 차고 신선한 공기를 막는지 여부를 마치 환경영향평가처럼 미리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지 형태인 슈투트가르트는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신선한 공기가 없을 경우 오염물질이 쉽게 축적되고 도시 내 열섬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에 바람길을 유지하는 것이 도시계획에서 중요사항으로 고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슈투트가르트시는 또 지난 3월에는 슈투트가르트대학 등과 함께 높이 3m, 길이 100m가량의 이끼벽을 설치해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측정하는 실험도 실시했다. 이끼벽은 1㎡ 면적에 식재된 이끼의 표면적이 나무 240그루와 맞먹는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만큼 넓은 표면적에 미세먼지가 침착되면 대기 중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실험으로 현재 슈투트가르트시는 이끼벽 실험의 효과를 분석 중이다.

■ 특별취재팀
김기범·임아영(산업부), 배문규(정책사회부), 김상범(뉴콘텐츠팀), 최미랑(모바일팀)

■ 취재 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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