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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텅 빈 무더위쉼터…“에어컨 틀 줄 몰라”, “회원만 가는 거 아냐?”
“에어컨 틀 줄 몰라. 누가 틀 줄 아는 사람이 와야 틀지.”폭염이 전국 대부분 지역을 덮쳤던 지난 6일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경남 밀양 상동면의 한 노인정에서 만난 90대 노인 A씨는 무더위 속에서도 에어컨을 틀지 않는 이유에 이렇게 말했다. A씨는 다른 주민들을 기다리다 목이 탔는지 대화를 하던 중 물을 마시러 자리를 떴다.낮 기온이 31도를 기록했던 지난 7일 서울 도봉구 생잇들 어린이공원에는 바로 옆 무더위쉼터인 ‘청학경로당’을 두고도 노인 10여 명이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B씨(79)는 “경로당에는 회원 등록을 해야 가는 것 아니냐”며 “회원이 아니어서 경로당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폭염이 전국을 덮친 지난 6일과 7일 경향신문이 방문한 서울·경남·경북의 무더위쉼터 30여 곳 가운데 제대로 기능을 하는 곳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남 밀양에서는 지난해 16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인구 10만 명당 온열질환자 발생 수가 전국 ... -
“기후위기 적응 시작은 영향 파악하고, 각자 자기 자리에서 고민하는 것부터”
“살기 좋은 미래를 보장할 기회의 창은 빠르게 닫히고 있다.”전 세계 과학자와 세계 각국 정부 대표단이 합의해 작성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현재 인류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넘게 오른 세상에 인류가 적응하기 위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홍수, 산불, 태풍, 폭염 같은 기후 재난은 전례 없는 빈도와 강도로 인류 사회를 위협한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작물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수십년간 한국의 ‘대표 감자’였던 수미 품종의 위기는 기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농업의 미래를 보여준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사는 곳, 먹는 음식, 하는 일과 같은 삶의 기본 조건을 송두리째 흔든다.국제기구와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변화는 이미 기정사실이며 ‘피할 수 없는 미래’라 경고한다. IPCC가 지난 3월 발표한 제6차 종합보고서를 보면 이미 33억~36억명이 기후변화로 생기는 극... -
“세기말 인류 40% ‘전대미문의 더위’…호모 사피엔스의 생존방식에서 답 찾아라”
과학자들의 ‘경고와 충고’인류의 역사는 변화무쌍한 지구의 기후 속 적응사이기도 하다. 인류는 약 300만년 전 지구에 처음 나타난 이래 간빙기와 빙하기, 슈퍼 화산 분화로 인한 소빙하기 등 극단적으로 변하는 기후 환경에 수시로 노출됐고 살아남았다.인류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이번 세기 들어 가속화하고 있는 기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인류의 지속 가능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영국, 독일, 중국 등의 공동연구진이 지난달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지속 가능성)’에 발표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인간이 치러야 할 비용의 정량화’ 논문에 따르면 이미 인류 전체의 9%가량은 기후변화로 인해 적응하기 힘든 기후 조건에 노출됐다. 연구진은 또 기후변화로 인해 이번 세기말까지 전 지구 평균 표면 온도가 2.7도가량 상승할 경우 인류의 22~39%가량이 적응하... -
‘쭈글쭈글’ 사과 냉해 피해 막는 삼총사
지하수로 추울 땐 따뜻하게, 더울 땐 시원하게…미세살수장치‘농업 전용’ 맞춤형 앱…날씨 알리미과수원 정보 모아 더 정확하게…데이터 수집기지난 6월15일 찾아간 경북 의성군 안계면 일대 사과 과수원. 사과나무 위로 안테나처럼 1m쯤 솟은 가는 관이 보였다. 의성에서 20년째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최병흠씨(59)가 1년 전쯤 설치한 미세살수 장치다. 작동시키면 지하수가 분사돼 나무를 덮는다. 갑자기 닥친 추위로 온도가 영하 2도 아래로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따뜻한 지하수를 뿌려 냉해를 줄이고, 너무 더울 때도 역시 비교적 시원한 지하수로 피해를 막는 것이다.베테랑 농사꾼 최씨도 이 장치를 언제 켜야 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내 농장’의 기온을 아주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꽃이 피는 시기에는 1~2도만 낮아도 꽃의 암술이 저온 피해를 받고, 열매가 맺지 않을 수 있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동네예보의 구역 단위는 농장보... -
이상고온·가뭄 못 버텨…“대한민국 대표 수미 감자는 끝났다”
45년 지배적 품종 ‘수미’ 기후변화 적응에 취약해 병충해·기형에 수확량 줄어 강원 농민 “상품성 잃었다” “수미는 이제 끝난 것 같아요. 빨리 알아차린 농민들은 벌써 몇년 전부터 품종을 바꾸고 있어요.”지난달 29일 강원 횡성 둔내면의 감자 농장에서 만난 농장주 추승호씨는 국내 감자의 대표 품종이었던 ‘수미’가 “상품성을 잃었다”고 잘라 말했다. 수확까지 한 달여가 남은 수미 품종을 심은 감자밭 앞에서 추씨는 “10년 전만 해도 수미를 훨씬 더 많이 키웠는데 이제는 여기 조그만 밭에서만 재배하고 있다”면서 “전체 7만평 정도 가운데 수미는 이제 7%뿐”이라고 설명했다.한때 국내 감자 재배 비중 70~80%를 차지했던 수미는 빠른 속도로 씨감자로서 위치를 잃어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과 집중호우 등에 취약한 적응력을 보였고, 이를 재배하던 감자 농가들도 위협받고 있다.수미는 1978년 처음 국내에 도입된 이... -
수해·산불 이재민의 일상 회복이 더딜수록 ‘기후 적응력’ 낮은 사회
포항과 울진 ‘재난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주대책 없고 집엔 곰팡이 태풍 힌남노 상처 남은 주민“또 태풍 오면 알거지 전락” 산불로 컨테이너 사는 주민“땅 주인이 쫓아낼까 걱정” 재난 후 고통 취약층이 커 일상 회복 시스템 마련 중요기후 재난을 대비하는 것만큼이나 재난 이후 사회의 ‘회복’도 중요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변화 적응의 3가지 축 중 하나로 ‘회복력의 강화’를 꼽는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도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기후변화 적응의 주요 요소로 꼽았다. 올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개막하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실무진 협상에서도 적응 목표 설정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한국 사회는 ‘기후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회복탄력성’을 유지하고 있을까. 지난해 3월 초대형 ... -
기후 정책, 12년 전 선진국보다 빠르게 국가계획 세웠지만 현장선 실천 안 돼
중요도·취약 분야 다 다른데중앙서 지자체로 내려만 보내대부분 형식적 정책에 그쳐한국환경연구원 보고서엔홍수 등 물 위기관리 태부족주민·농어민 등 당사자 포함이행점검 체계 마련해야국내 기후위기 적응대책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정부는 법정계획인 제1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011~2015년)을 발표했다. 현재는 제3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021~2025년)을 이행 중이다. 각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등도 국가적응대책에 기반해 지역 단위의 적응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립된 ‘계획만 보면’ 선진국보다 발 빠르다고 볼 수 있다.실제 기후변화 적응 실태에 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높지 않다. 대체로 “국가적응계획은 빠르게 수립됐지만 중앙이 지자체로 계획을 내려보내고만 있을 뿐, 실질적인 이행이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지난 13일 환경부가 대국민 토론회에서 발표한 ‘제3.5차 국가기후위기적... -
적응하라, 기후위기 세상에서 ‘생존’하고 싶다면
탄소 감축과 함께 중요한 대응 방법기후재해 예방·복원 대책 준비해야“살기 좋은 미래를 보장할 기회의 창은 빠르게 닫히고 있다.”전 세계 과학자와 세계 각국 정부 대표단이 합의해 작성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현재 인류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전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넘게 오른 세상에 인류가 적응하기 위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홍수, 산불, 태풍, 폭염 같은 기후 재난은 전례 없는 빈도와 강도로 인류 사회를 위협한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작물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수십년간 한국의 ‘대표 감자’였던 수미 품종의 위기는 기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농업의 미래를 보여준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사는 곳, 먹는 음식, 하는 일과 같은 삶의 기본 조건을 송두리째 흔든다.국제기구와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변화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 경고한다. IP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