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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근 칼럼]이재명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이재명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검찰은 해가 지지 않는 권력이었다. 정권은 부침했지만, 검찰은 정권 흥망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기득권 집단이었다. 법의 간판 뒤에서 권력과 거래하는 정치집단이었고, 정세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기회주의자였다.‘검찰 천하’는 검찰 홀로 이룬 게 아니다. 검찰은 스스로 권력을 창출하지 못한다. 정치 엘리트들이 검찰을 정치 무대 한가운데로 초대하지 않았다면 검찰은 정치할 기회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정치검찰은 집권 세력이 검찰을 정치 도구로 삼고, 양당이 상대 정치인 잡아가라고 경쟁적으로 먹잇감을 던져줘서 키운 괴물이다.일개 공무원 집단을 정치 괴물로 만든 정치 엘리트가 이제 와서 검찰이 정치를 망쳤다며 검찰을 두들기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일이다. 정치검찰은 정치 실패의 실물 증거다. 민주당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에 검사들이 집단적 의사 표명을 한 이후 집권 세력은 흥분 상태에서 전례 없는 보복을 벼르고 있다. 검찰은 검찰 해...

    22시간 전

  • [이대근 칼럼] 이토록 무례한
    이토록 무례한

    양당 대표는 상대를 향해 시도 때도 없이 모욕적 발언을 하고 국정감사에서 마주 앉은 의원들은 고성, 막말, 욕설을 주고받는다. 가슴속에 담아둔 말을 거침없이 속 시원하게 마음껏 쏟아내며 해방감을 만끽하는 그들을 보통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보통 사람은 목까지 차오르는 말이 있어도 가슴 깊이 꾹꾹 누르며 참고 산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인가? 내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는 나라의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그들은 누구인가?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견제와 균형에 관한 공식 제도뿐 아니라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에 대한 관용, 정중함 같은 비공식적 사회 규범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주의는 정권교체만으로 충분하지 않다.한국 정치에 관용, 정중함이 있는지는 정치 담론의 수준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여당은 야당 해산, 야당은 정권 퇴진이라는 화해할 수 없는 목표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화해할 수...

    2025.10.27 19:51

  • [이대근 칼럼]민주당만 모른다
    민주당만 모른다

    나라가 아직도 산만하고 어수선하다. 내란이 청산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특검이 진실을 하나둘 밝혀내며, 내란 가담자들을 찾아내 가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공격적이어서도 아니다. 국민의힘은 나라를 흔들 능력을 상실했다.더불어민주당 때문이다. 민주당은 근거 없는 의혹으로 대법원장 축출을 주장하며 사법부를 흔들었다. 모처럼 여야가 합의한 특검법·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뒤집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연일 소동을 피웠다.민주주의 가치를 따르는 정당이라면 삼권분립 훼손에 저항하고 사법부 독립을 옹호해야 한다. 합의 파기로 협치 정신을 저버린 행위를 고발하고, 입법 독주를 막아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이 이런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은 헌정질서 파괴에 책임이 있는 국민의힘을 민주주의 수호자로 일으켜 세우고 있다. 기력을 잃은 국민의힘에 숨을 불어넣고, 내란 동조 집단이 내란 저지 세력에 맞설 명분을 안겨주었다.사법부 개혁을 하려면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졌어도 합당한 절차...

    2025.09.29 22:12

  • [이대근 칼럼]베이징, 조지아에서 생긴 일
    베이징, 조지아에서 생긴 일

    중국이 최근 개최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전승절 80주년 행사는 미·중 전략 경쟁의 중간 성적표를 발표하는 무대 같았다. 푸틴은 트럼프 요구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지 않은 채 시진핑과 만나 ‘무제한의 우정’을 나눴다. 4자 안보대화 쿼드의 일원으로, 미국과 함께 중국 견제라는 목표를 공유했던 인도의 모디 총리는 트럼프의 전화를 수차례 거부하고 중국으로 날아가 7년 만에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가 인도에 50% 벌칙 관세를 부과한 뒤의 일이다. 만나고 싶다는 트럼프 제의에 응답하지 않은 김정은은 베이징으로 달려가 6년 만에 시진핑의 손을 굳게 잡았다.지금 미·중 가운데 고립되는 쪽이 있다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단기 이익을 좇는 트럼프, 중장기 전략구상을 갖고 대응하는 시진핑 간 승패를 벌써 점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국이 국제질서를 주도하게 될까? 중국은 필요한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일당독재 체제의 한계 때문에 세...

    2025.09.08 21:00

  • [이대근 칼럼]과감하게, 유연하게, 완강하게
    과감하게, 유연하게, 완강하게

    도널드 트럼프가 세계를 휘젓는 건 그의 개성 때문만이 아니다. 동맹을 압박하며 국제질서를 흔드는 그의 요란스러움에는 역사적, 구조적 배경이 있다. 1990년대 말부터 미국 내에서는 세계로부터 철수해야 한다는 외교 대전략 논의가 활발했다. 이른바 역외균형론이다. 언젠가 미국 패권도 쇠퇴한다, 동맹국과 책임을 나눠 지역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개입은 지역 패권국이 부상할 때로 제한해야 한다, 최우선 과제는 부상하는 중국 견제다. 역외균형론에 의한 제한적 개입은 오바마 때부터 일관된 미국 외교 흐름이다.그 흐름이 더욱 커져 맹렬하게 세계를 몰아치고 있는 따가운 여름, 한반도 미래를 좌우할 한·미 정상회담이 25일 열린다. 때로는 과감하게 두려움 없이 한발 내디뎌야 하고, 타협할 일에는 유연해야 하며, 필요할 때는 완강하게 맞서야 한다.우선 미국의 변화, 이 변화가 만들어가는 국제질서의 재편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임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주한미군 철수론만 나오면 하늘이 무너질...

    2025.08.18 19:53

  • [이대근 칼럼]낯선 세계를 항해하는 한국 외교를 응원함
    낯선 세계를 항해하는 한국 외교를 응원함

    최근 국정원의 대북방송 중단에 북한은 즉각 방해 전파 발신 중단이란 상응 조치를 했다. 대화 신호로 오해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대화 신호라면, 지난해 1월 윤석열 정부 때 대북방송을 계속하는데도 북한이 일방적으로 대남방송을 중단한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대남방송은 동족 관계, 통일 지향을 전제로 한다. 방송 중단은 남측과 얽힌 인연을 끊겠다는, ‘두 적대국 관계’의 실행이다. 김여정이 마침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는 담화로 궁금증을 풀어주었다.두 적대국 관계가 남북관계의 최종 상태로 남을지 알 수 없지만, 상당 기간 대화 국면 전환이 어렵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화해는 쉽게 적대로 변하고, 합의는 예외 없이 파기로 돌아온 남북관계에서 다시 무언가를 하겠다고 섣불리 나서기에는 서로가 서로에 너무 지쳐 있다. 상호 관심과 관여를 끊는 냉각기가 필요하다.한국 외교는 오랫동안 북한 문제의 포로였다. 화해를 위해서든, 적대를 위해서든 북한 문제에 외교 자원을 너무 많...

    2025.07.28 21:27

  • [이대근 칼럼]이재명 앞 경고 신호
    이재명 앞 경고 신호

    국민의힘은 대선 뒤 당을 재건해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이재명을 선택하지 않은 시민 절반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이재명 정부에 상당한 긴장감을 주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러지 않았고, 세상은 더 이상 이 ‘길 잃은 야당’이 하는 일에 주목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발언권을 잃었다.이재명에게 적절한 자극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여당도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이는 통일체다. 외부 충격에 일정한 물리적 반응만 할 줄 아는, 내부 구조 없는 당구공이다.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확인됐듯이 민주당은 스스로를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도구로 인식한다. 도구는 하나의 의지, 하나의 방향만 갖는다.지금 대한민국은 이재명뿐이다. 믿을 사람은 오직 그 하나뿐이다. 그가 잘하면 우리 모두 잘되지만, 그가 잘못하면 우리 모두 망한다. 그가 하려는 모든 일이 옳고, 다 잘 풀려나가야 한다. 이건 도박이다.다행히 그에게는 문제를 처리할 ...

    2025.06.16 21:02

  • [이대근 칼럼]우리가 선거에서 놓치고 있는 것
    우리가 선거에서 놓치고 있는 것

    선거는,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대안을 두고 경쟁하는 장이다. 복수의 대안이 없거나, 복수라도 구별되지 않는다면 시민 선택권은 제한되고 그만큼 민주주의도 훼손된다.원내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은 각자 개성과 정당 배경에서 명백히 구별된다. 하지만 모든 측면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이념적 정체성에서 그렇다.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로 극우화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보수 적통임을 강조한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이 놓아버린 보수 역할을 대신하는 합리적 보수를 자임한다. 민주당은 중도보수 노선을 천명한 뒤 보수 인물을 영입하고, 보수 정책을 채택하며 당 보수화를 추진한다. 자신이 속했던 정당이 가짜 보수라는 한 의원은 진짜 보수를 찾아 민주당에 입당했다고 밝혔다.이들은 각자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 부각하느라 애쓰는 것 이상으로 얼마나 동류인지, 다시 말해 누가 진짜 보수인지를 두고 다투고 있다. 이번 대선의 중요한 특징 하나는 보수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진짜 보수가 없다는 ...

    2025.05.26 20:42

  • [이대근 칼럼]끝나지 않는 이야기
    끝나지 않는 이야기

    윤석열의 천일야화였다고 할까? 윤석열 정부 1061일 동안 기이하고 놀라운 일을 충분히 듣고 보았다. 윤석열 파면 이후 더 이상 기담괴설은 들을 일이 없겠거니 했다. 오해였다. 한국 정치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끝나는 법이 없다는 걸 깜빡했다. 이야기는 계속된다.한덕수가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아무리 기회주의자라고 해도, 내란 정부 2인자인데 또 기회가 왔다고 전국을 누비고 있다. 그는 국민의힘 지원으로 짧은 선거 기간을 거쳐 대통령이 되는 지름길을 따라갈 참이다. 정치 핵심인 정당과 선거를 권력 획득의 일회용 도구로 이용하는 반정치, 반칙 행위가 제2당의 기획하에 펼쳐지고 있다.이념의 화신 김문수도 나섰다. 대한민국 정치인 중 가장 극단에 위치한, 내란 세력을 대표하는 그는 자신이 속했던 정부의 총리였던 인물과 내란 정부 출신 단일화라는 서커스를 보여주려 한다.조희대도 대선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그의 대법원은 이재명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맞다며 유죄 취지로 파...

    2025.05.05 20:14

  • [이대근 칼럼]국민의힘의 마지막 사명
    국민의힘의 마지막 사명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개화 순서를 잊고 한 번에 피어나면서 온 천지에 꽃사태가 났다. 국민의힘에도 대선 출마예상자가 두 자릿수에 이르는 출마사태가 났다. 왜 대선을 치르게 됐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 좋은 계절을 놓칠세라 너도나도 화려한 꽃무리를 이루고 있다. 무도한 권력이 기어코 헌정 질서를 되돌릴 수 없게 파괴했다면 볼 수 없었을 봄날 풍경이다.시민들이 다시 자유의 숨을 쉬고, 국민의힘 출마자들이 봄 잔치를 하는 일상이 가능한 것은 헌정 질서를 회복한 덕이다. 헌정 질서는 산소와 같아, 사라질 위기에 처해서야 그 중요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존재다.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집권을 못하더라도 제1야당이 된다. 민주주의에서 야당은 집권 세력 견제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민주당 계열 정권이든 국민의힘 계열 정권이든 집권 세력이 권력을 대하는 태도는 근본적으로 같다. 권력을 분산하기보다 집중하려 하고, 제한하기보다 확장하려 하고, 자제하기보...

    2025.04.1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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