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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근 칼럼]이재명, 리듬을 타라
    이재명, 리듬을 타라

    내란을 극복하고 집권 1년을 맞는 선거는 정부가 시민의 삶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묻는 무대였다. 그런데도 집권당 대표가 내란청산이란 철 지난 구호를 내세워 선거를 망쳐놓았다. 그는 당대표가 된 순간부터 야당을 설득해 현안을 해결하는 본연의 역할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는 진영의 전사다. 그런 사람이 다시 당권을 쥐겠다고 한다. 누군가 그를 말려야 한다.그렇다고 대통령이 나설 일은 아니다. 한국 정치에는 대통령이 당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권력을 제한하는 정치 규범이 있다. 당정분리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이 규범에 철저했다. 집권당 대표를 부하처럼 부리는 건 민주당답지 않은 일이다. 굳이 선거 책임을 따지자면, 이재명 몫이 가장 크다. 선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에 그가 있었다.종종 대통령들은 힘이 없다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제왕적 권력을 우려해 분권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내란극복·민주주의 수호의 정치적 자산을 가진 이재명 정부에서 1인 ...

    2026.06.22 20:29

  • [이대근 칼럼]어느 날 공원에서
    어느 날 공원에서

    지인의 권유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 <모든 사람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 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주인공 황동만이 집을 드나들 때마다 지나치는 철길 건널목의 차단기에 무심히 붙어 있는 안내문이다.이 한 줄이 25년 전 기억을 되살렸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캠핑장에 갔을 때였다. 거기서 본 곰 출현 시 대처 요령을 단계별로 적은 안내문은 이런 문장으로 끝난다. “곰이 공격할 때 맞서 싸우세요.” 캠핑 왔을 뿐인데 곰과 싸워야 한다고?나는 칠흑 같은 캠핑장의 불안한 밤을 보내고 안전지대로 떠났지만, 황동만은 영화감독 데뷔에 거듭 실패한 뒤 사회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드라마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 내면의 차단기를 돌파하려 무진 애를 쓴다. 하지만 사회 공동체가 구성원들에게 전가한 불안은 각자 돌파하라고 안내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는 곰과 싸워야 하는 순간으로 내몰리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2026.06.01 20:07

  • [이대근 칼럼]대구는 상상한다, 금지된 것을
    대구는 상상한다, 금지된 것을

    투표를 결정하는 요인을 두고 경쟁해온 두 견해가 있다. 하나는 특정 정당에 대한 심리적 유대감인 정당 일체감이 투표를 좌우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누가 나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지, 즉 정책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일반적으로 정당 일체감이 투표를 예측하는 데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정책 선호와 달리 집단 정체성에 기반한 정당 일체감은 강한 지속성을 띠고 있어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말이 나온다.영원한 것은 없다. 정당 일체감이라고 해서 정책과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다. 정당 일체감도 내 정당이 내 이익과 가치를 보호한다는 경험과 믿음이 축적된 결과다. 당이 이익과 가치를 반복적으로 훼손하면 정당·지지자 관계도 임계점을 넘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누구 말마따나 민주당은 호남이 하라는 대로 했고, 대구는 국민의힘이 하라는 대로 했다. 그 결과, 대구는 1인당 지역 내 총생산 전국 꼴...

    2026.05.11 20:04

  • [이대근 칼럼]속물 외교를 끝낼 시간
    속물 외교를 끝낼 시간

    한국은 국제 현안을 단기적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데 매우 익숙하다. 이란전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떠올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우리는 전쟁범죄, 인권침해, 국제규범 훼손 같은 가치 문제가 아니라 K방산 특수, 주가 등락, 전후 재건 참여 같은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선진국 자부심이 넘쳐나는 나라에서, 인도주의적 비극을 마주하고도 이토록 이기적, 속물적 계산에 몰두하는 풍경은 기이하다.이재명 정부의 ‘국익중심 실용외교’ 노선에 글로벌 지향성이 부족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노태우의 ‘북방외교’부터 윤석열의 ‘글로벌 중추국가’까지 역대 정부는 저마다 글로벌 지향성을 추구했지만, 국경을 넘는 가치를 시야에 둔 적은 없다. 그 결과, 한국은 국제규범·인권 문제에 일관되게 무관심을 표출한 유일한 선진국이 됐다.타국 침공, 외국 지도자 납치·살해, 민간인 대량학살이 반복되는 현실에도 이재명 정부가 미국 눈치 보느라 사실상 침묵하거나 묵인한 것은 새삼...

    2026.04.20 20:08

  • [이대근 칼럼]수학적 살인
    수학적 살인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전장의 인간은 말할 것도 없다. 전쟁사가 사무엘 마셜이 면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때 병사의 75~80%가 조준 사격을 하지 않았다. 양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털어놨다. “안전지대로 들어섰을 때 부대 전체를 감싸듯이 안도감이 밀려왔다. 내가 안전해져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꼈기 때문이다.”데이브 그로스먼도 <살인의 심리학>에서 전쟁 때 군인들이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보다 상대를 자기 손으로 죽일까봐 더 걱정했다고 했다. 인간은 살인에 심리적 저항을 느끼는 존재다. 동시에 동종살해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영화 <플래툰>에는 살상을 두려워하다 살인에 익숙해지는 테일러, 시종 절제력을 보이는 그로딘, 무차별 살상하는 반스 간의 갈등이 펼쳐진다. 우리 안에는 테일러, 그로딘, 반스가 모두 있다.어느 때는 살의가 너무 없고, 어느 때는 ...

    2026.03.30 20:10

  • [이대근 칼럼]해피엔딩은 없다
    해피엔딩은 없다

    “중동이 미국 외교정책에서 장기 전략과 일상 정책을 지배하던 시대는 다행히 끝났다.”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전략(NSS)에서 한 선언이다. 그랬던 미국이 중동으로 돌아가 이란과 전쟁 중이다.사람들은 이 느닷없는 전쟁의 이유를 찾느라 헤매고 있다. 트럼프가 말한, ‘임박한 위협’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당연하다. 이 전쟁은 미국 안보와 상관없기 때문이다. 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하나는 이란의 취약성이다. 이란은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약해졌다. 상대 약점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탁월한 트럼프 눈에 그게 포착됐을 것이다. ‘신정체제가 죽어가고 있다.’ 전쟁은 이란이 강해서가 아니라 약해서 일어났다.다른 이유는 전쟁의 용이성이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으면 누구나 사용하고 싶어진다.군복무 중 들은 얘기다. 한 병사가 심심하던 차에 소총을 겨누고 가늠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민간인이 ...

    2026.03.09 20:08

  • [이대근 칼럼]미국 시민연대는 어떻게 권력중독을 막는가
    미국 시민연대는 어떻게 권력중독을 막는가

    2026년 미국 미니애폴리스는 1980년 광주를 닮았다. 중무장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거리를 휩쓸고 다니며 국가안보를 이유로 이주민·난민을 무차별 폭행·체포하고 무고한 시민을 살해했다. 국가폭력에 항의하는 시민은 테러리스트로 몰았다.도널드 트럼프의 폭력은 가자, 베네수엘라, 그린란드에서도 목격되는 지구적 현상이다. 트럼프 정책을 이해해보겠다고 국가안보전략(NSS)·국방전략(NDS)과 같은 전략 문서를 분석하는 건 시간 낭비다. 21세기 서반구에는 미국으로부터 안보 위협을 받는 국가는 있어도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는 없다. 그럼에도 NSS는 느닷없이 서반구 지배를 미국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트럼프는 “나의 도덕성, 나의 생각만이 나를 막을 수 있다”는 내적 상태를 그대로 세계에 투사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 전략 문서가 아니라 그의 심리를 들여다봐야 한다.댄 매캐덤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그를...

    2026.02.09 20:15

  • [이대근 칼럼]모두 윤석열이다
    모두 윤석열이다

    여야는 각자 다른 이유로, 다른 방법으로 윤석열 유산을 청산하고 있다.여권의 청산 작업은 검찰 해체, 특검을 통한 내란 진상 규명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 해체는 막바지에 이르러 혼란스러운 국면을 맞았다. 정부가 마련한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법안이 예상을 빗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중수청법안은 기존 검찰청 제도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검찰 해체 의지가 의심받고 있다.법무장관 정성호는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선한 정부의 검찰이니 괜찮을 것이라는 뜻이다. 문재인은 윤석열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했다. 윤석열은 독립성을 보장한 자기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고 했다. 게다가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을 통제하는 민정수석까지 폐지했다. 윤석열의 검찰국가도 출발은 그랬다.이재명은 검찰을 해체하는 마당에 민정수석실을 설치하고, 그 자리에 특수부 검사 출신을 임명했다. 그가 물러난 뒤에는 대검 고위간부 출신을 앉혔다. 이재명은 공소청에도 경찰...

    2026.01.19 19:53

  • [이대근 칼럼]위험한 조합
    위험한 조합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금지한다. 언론과 플랫폼·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모든 시민이 대상이다. 언론과 시민이 이 법으로 10억 과징금, 5배 징벌적 배상을 부과받는 일이 얼마나 자주 생길지 알 수 없으나 중요한 건 실제 처벌 가능성이 아니다. 처벌 가능성이 불러올 효과다.어디까지가 공익을 위한 표현인지, 허위사실로 타인에 손해를 끼칠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를 시민이 가늠하기는 어렵다. 이런 불확실성 앞에서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안전한 행동은 입을 닫는 것이다. 국가 검열 이전에 자기 검열이 자유의 공기를 희박하게 만들 수 있다.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자기 검열 효과를 기대하고 새 규제를 도입했을 것이다. 자기 검열은 부수적 현상이 아닌, 입법 목적이라고 봐야 한다.모든 권력은 굶주린 짐승과 같다. 권력자의 가슴 깊은 곳에는 자유로운 표현을 통제하려는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이 늘 도사리고...

    2025.12.29 21:02

  • [이대근 칼럼]‘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라는 농담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라는 농담

    한국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표현의 자유 제약이 가장 심한 국가에 속한다. 진실한 사실을 말해도 형사·민사로 책임을 묻고,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모욕죄를 중범죄로 처벌하고, 행정기관이 방송 내용을 심의해 제재하고, 인터넷을 검열하는 유일무이한 국가다.특정 정부가 일탈 행위를 한 결과가 아니다. 교대로 집권한 양당 가운데 어느 한 정당이라도 통제를 포기했으면 이렇게 이중삼중 통제망을 구축하지 못한다. 양당 정부는 예외 없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에 권력자원을 동원했다.이명박은 언론 탄압, 여론 통제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탄압·통제에 기여한 노무현의 역할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노무현은 임기 말 독립기구인 방송위원회를 방송통신위원회로 개편해 행정부에 편입시킨 뒤 방송 심의는 물론 인터넷 통제도 맡겼다. 이명박 당선인이 정부 인수를 준비하던 2008년 1월 노무현은 “방통위는 다음 정부가 누가 되느냐에 관계없이 정부에 속해야 한다”며 언론계·...

    2025.12.0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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