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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근 칼럼]이재명 앞 경고 신호
    이재명 앞 경고 신호

    국민의힘은 대선 뒤 당을 재건해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이재명을 선택하지 않은 시민 절반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이재명 정부에 상당한 긴장감을 주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러지 않았고, 세상은 더 이상 이 ‘길 잃은 야당’이 하는 일에 주목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발언권을 잃었다.이재명에게 적절한 자극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여당도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이는 통일체다. 외부 충격에 일정한 물리적 반응만 할 줄 아는, 내부 구조 없는 당구공이다.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확인됐듯이 민주당은 스스로를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도구로 인식한다. 도구는 하나의 의지, 하나의 방향만 갖는다.지금 대한민국은 이재명뿐이다. 믿을 사람은 오직 그 하나뿐이다. 그가 잘하면 우리 모두 잘되지만, 그가 잘못하면 우리 모두 망한다. 그가 하려는 모든 일이 옳고, 다 잘 풀려나가야 한다. 이건 도박이다.다행히 그에게는 문제를 처리할 ...

    2025.06.16 21:02

  • [이대근 칼럼]우리가 선거에서 놓치고 있는 것
    우리가 선거에서 놓치고 있는 것

    선거는,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대안을 두고 경쟁하는 장이다. 복수의 대안이 없거나, 복수라도 구별되지 않는다면 시민 선택권은 제한되고 그만큼 민주주의도 훼손된다.원내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은 각자 개성과 정당 배경에서 명백히 구별된다. 하지만 모든 측면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이념적 정체성에서 그렇다.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로 극우화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보수 적통임을 강조한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이 놓아버린 보수 역할을 대신하는 합리적 보수를 자임한다. 민주당은 중도보수 노선을 천명한 뒤 보수 인물을 영입하고, 보수 정책을 채택하며 당 보수화를 추진한다. 자신이 속했던 정당이 가짜 보수라는 한 의원은 진짜 보수를 찾아 민주당에 입당했다고 밝혔다.이들은 각자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 부각하느라 애쓰는 것 이상으로 얼마나 동류인지, 다시 말해 누가 진짜 보수인지를 두고 다투고 있다. 이번 대선의 중요한 특징 하나는 보수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진짜 보수가 없다는 ...

    2025.05.26 20:42

  • [이대근 칼럼]끝나지 않는 이야기
    끝나지 않는 이야기

    윤석열의 천일야화였다고 할까? 윤석열 정부 1061일 동안 기이하고 놀라운 일을 충분히 듣고 보았다. 윤석열 파면 이후 더 이상 기담괴설은 들을 일이 없겠거니 했다. 오해였다. 한국 정치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끝나는 법이 없다는 걸 깜빡했다. 이야기는 계속된다.한덕수가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아무리 기회주의자라고 해도, 내란 정부 2인자인데 또 기회가 왔다고 전국을 누비고 있다. 그는 국민의힘 지원으로 짧은 선거 기간을 거쳐 대통령이 되는 지름길을 따라갈 참이다. 정치 핵심인 정당과 선거를 권력 획득의 일회용 도구로 이용하는 반정치, 반칙 행위가 제2당의 기획하에 펼쳐지고 있다.이념의 화신 김문수도 나섰다. 대한민국 정치인 중 가장 극단에 위치한, 내란 세력을 대표하는 그는 자신이 속했던 정부의 총리였던 인물과 내란 정부 출신 단일화라는 서커스를 보여주려 한다.조희대도 대선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그의 대법원은 이재명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맞다며 유죄 취지로 파...

    2025.05.05 20:14

  • [이대근 칼럼]국민의힘의 마지막 사명
    국민의힘의 마지막 사명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개화 순서를 잊고 한 번에 피어나면서 온 천지에 꽃사태가 났다. 국민의힘에도 대선 출마예상자가 두 자릿수에 이르는 출마사태가 났다. 왜 대선을 치르게 됐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 좋은 계절을 놓칠세라 너도나도 화려한 꽃무리를 이루고 있다. 무도한 권력이 기어코 헌정 질서를 되돌릴 수 없게 파괴했다면 볼 수 없었을 봄날 풍경이다.시민들이 다시 자유의 숨을 쉬고, 국민의힘 출마자들이 봄 잔치를 하는 일상이 가능한 것은 헌정 질서를 회복한 덕이다. 헌정 질서는 산소와 같아, 사라질 위기에 처해서야 그 중요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존재다.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집권을 못하더라도 제1야당이 된다. 민주주의에서 야당은 집권 세력 견제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민주당 계열 정권이든 국민의힘 계열 정권이든 집권 세력이 권력을 대하는 태도는 근본적으로 같다. 권력을 분산하기보다 집중하려 하고, 제한하기보다 확장하려 하고, 자제하기보...

    2025.04.14 21:24

  • [이대근 칼럼]트럼프의 역설
    트럼프의 역설

    “세계에 유일 강대국이 있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건 냉전 종식의 산물이다. 결국에는 다극 세계로 돌아갈 것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월 취임 직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 전 의회 청문회 모두발언에서는 “미국이 먼저 안전해지고 강해져야 세계 평화·동맹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여러 강대국의 하나일 뿐이다, 세계 정부 역할을 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 그러니 미국에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다.솔직하다. 루비오가 말했다. “저는 많은 경우 외교가 아무 의미 없는 상투적인 문구와 언어를 쓰는 것보다 솔직할 때 더 잘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그렇게 해서 조기 성과를 거두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돌아왔다”고 했다. 조 바이든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같은 말을 했다. 떠난 미국은 무엇이며, 돌아온 미국은 무엇인가?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힘이 약해진 때문이지만, 그게 ...

    2025.03.24 21:15

  • [이대근 칼럼]이재명이 바친 제물
    이재명이 바친 제물

    이재명이 선언한 대로 민주당은 보수정당이 맞다. 그의 민주당은 시장·성장 중시, 감세와 같은 보수 노선을 따른다. 이재명 이전에도 민주당은 보수였다. 노동자 계층을 지지기반으로 둔 적도, 분배 정의, 불평등·기후위기 해소, 재벌개혁, 소수자 차별 금지를 우선한 적도 없다.한국은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진 나라가 아니다. 민주주의 40년에도 견고한 보수 헤게모니는 겨우 생존하던 정의당의 퇴출로 이미 입증됐다. 한국 정치는 보수정당 경쟁체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민주당=진보, 국민의힘=보수’로 짝짓는 걸 즐긴다. 명색이 선진국인데 다원성 없는 ‘결손 민주주의’를 인정하자니 자존심이 상해서 그런지 정치가 진보와 보수 두 바퀴로 굴러간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두 바퀴론은 주관적 인식일 뿐이지만, 우리의 언어습관, 정치 담론이 만들어낸 현실이기도 하다. 정치에서는 종종 객관적 사실 못지않게 주관적 인식이 중요할 때가 있다. 다수가 민주당을 진보라고 여기는 한 민...

    2025.03.03 21:38

  • [이대근 칼럼]반동의 물결 앞에서
    반동의 물결 앞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2개월 만에 두 번의 도전을 받았다. 한 번은 무장군인을 동원한 폭력적 방법에 의해, 또 한 번은 극단세력이 정치의 중심에 서는 비폭력적 방법에 의해. 폭력은 그 가시성으로 인해 시민들로부터 즉각 거부된다. ‘응원봉 시위’ ‘남태령 대첩’이 말해주듯, 민주주의 심화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역효과를 낸다. 한국 민주주의는 폭력으로부터 살아남았다. 비폭력적 도전으로부터도 살아남을까? 민주주의에 대한 진짜 위협은 내란이 아니라, 극단세력이 정치 중심으로 진입한 사건이다. 폭력엔 즉각 맞선 시민들도 극단주의 확산엔 속수무책이다. 내란 전까지 극우는 사회로부터 배제된 자, 고립된 존재였다. 그들과 사고방식을 공유하는 윤석열이 통치할 때조차 사회의 외톨이였다. 반동의 물결은 어디에서 갑자기 밀어닥친 것일까? 그것이, 잠자던 거인이 깨어나듯 깜짝 등장할 수는 없다. 지층 아래 거대한 에너지로 갇혀 있다가 지층을 뚫고 분출하듯 나타날 수도 없다. 그들은 그저 아스팔트 ...

    2025.02.10 20:58

  • [이대근 칼럼]민주주의를 지켜야 국민의힘이 산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국민의힘이 산다

    전쟁이 끝났다고 평화가 저절로 오는 건 아니다. 역사는, 하나의 전쟁이 끝나도 다른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평화가 올지는 전쟁을 끝내는 방식에 달렸다. 내란 문제도 그렇다. 내란 사태로 형성된 전환의 골짜기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대화정치로 갈지, 또 다른 전쟁정치로 갈지 결정된다.내란으로 뒤통수를 맞은 국민의힘은 윤석열과의 인연을 끊고, 당을 바로 세우는 혁신의 길을 갈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윤석열 저항을 받아들이는 대신 집권세력의 책임감으로 순조로운 사법적 절차 이행에 협조하고, 야당과 정치일정을 합의, 과도기를 안정적으로 넘길 수 있었다. 전쟁을 끝내는 좋은 방법은 평화협정을 맺고 다시 전쟁하지 않는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다.그러나 국민의힘은 윤석열과의 결합 강도를 높여갔다. 그러고는 윤석열-당-극단세력으로 저항의 축을 형성해 대결정치를 시작했다. 위기가 닥치면, 평소 거리를 두던 극단세력에 의존하는 관성을 따른 것이다.국민의힘에 견딜 수 ...

    2025.01.13 21:21

  • [이대근 칼럼]국민의힘이 기가 살아 있는 이유
    국민의힘이 기가 살아 있는 이유

    먼저 윤석열 탈당을 요구한다. 내란과 윤석열 실정에 책임 있는 세력을 배제, 당내 윤석열 흔적을 지운다. 이렇게 당을 윤석열로부터 분리한 다음 당을 혁신해 살길을 찾는다. 내란충격에 대처하는 합리적 접근법이다. 박근혜 탄핵 때도 그렇게 해서 당을 위기에서 구하고 집권까지 했다.국민의힘은 반대로 하고 있다. 의리 때문일까? 입당 3년짜리 사고뭉치와 당의 미래를 맞바꾸는 것은 아무래도 계산이 맞지 않는다. 윤석열과 분리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자포자기한 걸까? 당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권성동은 “여전히 국민의힘이 여당”이라며 굳이 자신들이 윤석열의 당임을 내세운다. 한덕수에게 국회가 통과시킨 법을 거부하라 요구하고, 당정협의도 하며 뒤늦게 망한 정권의 주인 노릇에 열심이다. 정면돌파하려는 걸까? 당 간판과 얼굴만 바꿔 책임회피하는 얕은수를 쓰는 대신, 윤석열과 함께 돌을 맞기로 했다면, 책임전가 아닌 책임분담을 하겠다면 환영할 일이다. 시민들은 책임을 분명하게 물을 기...

    2024.12.23 21:51

  • [이대근 칼럼]트럼프 귀환에 준비되지 않은 윤석열 외교
    트럼프 귀환에 준비되지 않은 윤석열 외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 세계를 흔드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한국 외교에 관한 몇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왜 윤석열 대통령은 실용외교니 국익외교니 하는 자기 공약을 버리고,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이라는 조 바이든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따라 가치외교의 깃발을 올렸을까? 가치외교는 오직 미국을 믿고 따르면 미국이 모든 걸 해결해줄 거란 무속적 소망을 담은 외교다.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지구적 리더십은 오바마 정부 때 이미 꺾이기 시작했다. 전임 부시 네오콘 정부의 과대 팽창으로 미국 내 피로감이 확산되고,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미국의 위상이 훼손된 결과다. 흔히 트럼프가 국제질서를 끝장낸 사람처럼 알려졌지만, 미국 조지타운대 찰스 쿱찬 교수는, 트럼프는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라고 본다.트럼프가 국제기구를 비난하고 다자주의를 무시하며 동맹을 무임승차자라고 공격하는 행태는 분명 오바마·바이든과 다르다. 그러나 국제 개입을 줄이고, 중국 문...

    2024.12.0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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