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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윤 대통령이 무섭다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반쪽으로 치러졌던 광복절 경축식, 윤석열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정작 힘주고 싶었던 건 현실성도 없는 ‘통일 독트린’이 아니었을 것이다. ‘검은 선동 세력에 맞서 싸우자’는 메시지였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야당과 비판 세력을 “사이비 지식인” “반자유, 반통일 세력” “검은 선동 세력” 등으로 규정하고 독기 어린 공격을 퍼부었다. 국정운영 동력이 흔들릴 정도로 대통령 부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 그 책임을 반대 진영으로 돌리려는 심산이다. 자신에게 책임이 없으니 그간의 기조대로 독단·독선의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얘기다.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김건희 살인자’ 발언으로, 명품백 수수 사건의 조사 실무를 총괄했던 국민권익위 국장의 안타까운 죽음이 조명됐다. 국민권익위의 ‘명품백 사건’ 무혐의 종결 처리에 “20년 가까이 부패 방지를 해온 인생이 부정당하는 것 같다”고 괴로워하던 해당 공무원은 세상을 떠났다. 그 무렵 휴가 중이던 ... -
한동훈 대표, ‘채 상병 특검’·‘김건희 문제’ 풀까
설마 그 김건희 여사가 사과를 했다고? 알고 보니 검찰의 ‘출장 조사’ 때 검사 앞에서 “심려를 끼쳐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는 얘기였다. 그마저도 변호사의 전언을 통해 국민에게 알렸다. 국민이 없는 자리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우기는 꼴이다. 게다가 이런 사과가 “쉽지 않은 사죄이고, 진심 어린 마음”이란다. 그러니 진정한 사과로 받아달라는 건가. 지난 대선 때 ‘개 사과’를 방불케 하는 국민 우롱이다.황당한 ‘대리 사과’ 소동이 소환하는 게 있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초반에 공개되어 파란을 일으킨 김 여사의 ‘명품백 사과 문자’다. 정작 사과할 뜻이 없으면서, 사과하지 않은 책임을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떠넘기기 위해 작성된 게 그 문자의 본색이다.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이 개막하자마자 6개월 동안 수면 아래 있던 김 여사의 ‘사과 문자’가 갑자기 공개됐다. 어쩌면 자해 공갈에 가까운 문자 공개는 ‘배신자’ 한동훈의 당선을 막으려는 친윤 세력의 필살... -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정권이 존립할 수 없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 석유가스전을 발표했을 때 엄청난(?) 내용보다 그 발표에 대한 시민들의 차가운 반응에 더 놀랐다. 아마도 지지율 상승과 국면 전환을 기대, 대통령이 직접 ‘동해 석유가스’ 국정브리핑을 했을 터이다. ‘매장량 최대 140억배럴’, ‘2200조원 가치’라는 어마한 장밋빛 발표는 잠시 주식시장을 격동시켰을 뿐 지지율에는 외려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주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동해 석유가스전 발표’가 대통령 직무수행의, 긍정이 아닌 부정 평가 요인으로 지목됐다. 물리탐사 자료 분석을 수행한 미국 업체의 석연찮은 정체, 호주 에너지 대기업이 ‘장래성이 없다’고 철수한 사실 등이 드러나 대통령 발표 내용의 신뢰성에 의문이 커진 때문이다.애초 윤 대통령이 예고도 없이 국정브리핑을 자처해 ‘동해 석유가스 대량 매장’을 발표했을 때부터 반향은, 대통령실의 기대와는 너무 달랐다. ‘세계 15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데 환호와 설렘보다 불신과 냉소의 반응이 태반이었... -
‘부끄러움을 모르면 못할 짓이 없다’
지난 주말 용산 대통령실의 ‘일개 비서관’ 인사에 두 번 놀랐다.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에 박근혜 청와대 ‘문고리 권력’이었던 정호성(당시 부속실 비서관)이 기용된 기괴한 모양에 경악했고, 그가 맡은 업무가 국민 공감과 국민 소통이라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검사 윤석열’이 구속 수사해 엄벌했던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을, ‘대통령 윤석열’이 다시 대통령실 참모로 불러들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체성마저 의심케 하는 이 “지독한 자기부정”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 그러니 ‘탄핵 과정 예습용’이란 조롱이 반향을 얻는 것이다.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자리다. ‘국정농단 방조자’(법원 판결문)의 어떤 능력이 그에 적합하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이 정씨의 충성심을 높이 평가했다는 말이 나온다. 박근혜 정권을 망친 그 맹목적 충성심은, 여론 청취 담당 비서관의 덕목이 될 수 없다. 차라리 ‘태극기 부대... -
20년 진보정치 역사의 한 시대가 저문다
22대 총선 뒤풀이가 요란한 가운데 무감하게 잊히는 정당이 있다. 진보정당 운동의 본령인 정의당이다. 지난주 리얼미터 정기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은 이름 없는 ‘기타 정당’으로 분류될 만큼 미미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진보 집권’을 꿈꾼 게 엊그제인데, 믿기지 않는 반전이다. 총선 일주일 전 117명의 지식인들이 녹색정의당 지지를 선언하면서 “녹색정의당이 없는 한국 정치는 상상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여기서 녹색정의당을 ‘진보정당’으로 대체해도 무방할 터이다. 그 상상할 수 없던 것이 현실이 됐다.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이 의석 확보에 실패해 원외정당으로 밀려났다. 2004년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을 기점으로 하면, 진보정당 운동이 20년에 걸친 여정 끝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20년 진보정치 역사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양경규 정의당 의원). 저무는 한 시대를 되짚고, 정의당의 실패를 복기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시작할’ 씨앗을 찾을 수 있다.2004... -
‘이대로’ 3년은 너무 막막하다
돌이켜보면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만큼 정권심판 민심을 표징하는 것도 없다. 집권 2년도 되기 전에 치러진 총선에서 ‘정권 조기 종식’ 구호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질 만큼 심판 민심은 매서웠다. 여당이 108석으로, 간신히 탄핵 저지선을 지켰지만 내용상으론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대한 ‘불신임’에 가깝다. 내각제 같으면 총리가 물러나고 정권이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다.윤석열 정권은 남은 임기 3년도 극한 여소야대 우산 아래 놓이게 됐다. 야당 협조나 양해 없이는 입법, 예산, 인사, 법제화가 필요한 정책 등에서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윤 대통령은 일찍이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 ‘식물 대통령’이 실체로 다가왔다.총선 결과는 국정 기조의 전면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윤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응답했다. 응당 그리하여야 하나, 소환되는 장... -
‘조국 사태’와 ‘조국혁신당 현상’ 사이
정치사에 남을 기막힌 반전이다. ‘조국 사태’에서 ‘조국(혁신당) 현상’까지, 가로놓인 시간은 4년여다. 그새 2020년 21대 총선이 있었고, 2022년 대선을 치렀다. 조국 사태에도 불구(?), 더불어민주당은 그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 조국 사태가 ‘내로남불’ 심판의 씨를 뿌린 덕(?)에 그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했다. ‘조국 사태’의 주인공은 사법처리가 진행되어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상식의 시선에선 ‘조국의 정치’는 끝나 보였다. 그간 ‘조국의 강’을 건넜다는 민주당은 이재명당으로 재편을 가속해왔다. 공천 과정에서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까지 내세워 비명에 이어 친문 세력까지 배제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사실상 완성했다.친명으로 단일대오를 구축한 이재명(민주당 대표)은 윤석열(대통령), 그 대타로 나선 한동훈(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총선 일합을 겨루고 있다. 정권심판론 대 야당심판론, 심판 대상은 다시 ‘윤석열’과 ‘이재명’이다. 이런 ... -
누가 정권심판론을 잠재우나
22대 총선이 한 달여 남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처지가 역전됐다.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질 수도 있다는 당혹,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선거에서 이길 수도 있다는 기대가 교차한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예상하기 힘들었던 지형이다.그새 무슨 쟁기질이 있었나. 윤석열 대통령이 대오각성한 것도 아니고, 국민의힘이 딱히 잘한 것도 없다. 단 하나, ‘이재명 민주당’의 듣도 보도 못한 공천 막장극이 선거 지형을 객토시켰다. 총선 흐름에 무엇보다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공천이다.한 달여 너무도 요란한 민주당의 공천 과정, 그 자멸적 풍경이 너무도 그로테스크하다.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살벌한 조어가 맞춤이다. 친명은 살고, 비명 특히 이재명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는 가차 없이 쳐냈다. 공천 시스템은 친명에는 한없이 관대했고, 비명에는 한없이 가혹했다. 시스템 잣대가 고무줄일 경우 공정성은 길을 잃는다. “원칙 따라 공천”... -
이재명 대표, ‘이기는 길’로 가고는 있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제+준위성정당’을 채택하면서 ‘멋지게 이기는 길’을 기대했다. ‘이기는 길’인지는 몰라도 ‘멋지게’는 턱없다. 이 대표의 긴급 회견이 난감한 수사로 가득한 것은 대선 공약을 뒤집는, 명분 없는 위성정당을 설명하기가 그만큼 구차했기 때문일 터이다. 위성정당을 작정한 순간 준연동형을 선택하는 건, 용이한 일이다. 병립형과 비교해 의석 손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통합’비례정당 등의 명분은 견강부회일 뿐이다.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범진보진영의 플랫폼 정당’ 등을 내걸고 위성정당을 강행했다.준연동형은 병립형보다 다양성 확대를 위해 진일보한 제도이지만, ‘위성정당 있는 준연동형’은 최악이다. 비례성 강화와 다양성 확대에 가장 반하기 때문이다. ‘위성정당 있는 준연동형’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양당의 의석점유율은 94.3%에 달했다. 결과는 민주화 이후 최악의 정치양극화다.이 대표가 장고 끝에 병립형 회귀를 ... -
욕망의 정치, 윤 대통령의 ‘싸구려 포퓰리즘’
서울 노원구의 28년 된 아파트에 사는 자영업자 구보씨는 요즘 희망에 부풀어 있다. 대통령이 직접 파격적인 재건축 완화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구보씨에게 재건축은 계층 상승의 유일한 사다리다. 구보씨는 쏟아지는 자영업자 대책이 좀 기껍다. 재난지원금 상환도 면제됐고, 은행 대출이자도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전기료도 감면받고, 세금 납부기한도 연장됐다. 조만간 신용사면도 해준다고 한다. 다 총선 때문이겠지만, ‘내 코가 석 자’인 마당에 흔들리는 마음 어쩔 수 없다.중소기업에 다니며 주식 투자를 하는 구보씨의 조카는 요즘 희망에 부풀어 있다. 공매도 금지, 대주주 주식 양도세 완화에 이어 대통령이 직접 증권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식화했다. 이런 감세가 직접적 이익이 되진 않겠지만, 주식시장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언젠가 주식으로 ‘대박’ 나면 감세의 수혜를 누릴 거란 꿈도 있다. 다 총선용이겠지만, 당장 내 주식이 오를 수 있다면 그만이라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