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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악순환,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경희대 태권도학과. 역사와 전통에 빛나며 태권도를 이끌어간다는 자부심도 크다. 태권도 시범단을 운영하면서 세계 곳곳을 다니기도 했다. 선망의 대상이었고,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만 단원이 될 수 있었다. 빛이 크다고 꼭 그림자도 클 필요는 없는데, 이 학교 시범단에서 폭력사건이 터졌다. 선배들의 구타를 견디지 못한 피해 학생들이 부모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지간한 주먹질과 발길질은 참으려 했단다. 하지만 정도가 심했다. ‘엎드려뻗쳐’를 시켜놓고 몽둥이로 때리는 구타는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때리는 이유도 황당했다. 기강이 해이하다거나 손발이 맞지 않는다고 때렸고, 격파용으로 사온 사과가 예쁘지 않다고 때렸다. ‘선착순 집합’은 보통 2~3㎞씩 달리게 했다. 학교당국은 꿈쩍도 안 했다. 폭행을 훈련 과정에서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처럼 여겼다. 교수들은 선배 학생들의 구타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저 뒤로 물러서 있었다. 문제는 가해 학생들이었다.... -
소년원, 제대로 먹이는 것부터 시작하자
소년원은 감옥처럼 보안시설이다. 본래 기능은 보호지만 담벼락은 높다. 닫힌 공간이라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먹고 자는 것은 어떤지, 시설이나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늘 궁금한 곳이기도 하다. 몇 년 전 들렀던 한 소년원은 엉망이었다. 사람 냄새라고 하기에는 무척 고약한 냄새가 났다. 겨울인데도 그랬다. 목욕, 세탁, 청소를 자주 하지 않은 탓이었다. 눈 내린 지 3주가 지났는데도 운동장에는 발자국 하나 없었다. 운동장은 운동하는 곳이 아니라, 그저 관상용이었다. 말로는 학교라면서 도서관조차 없었다. 복도 중간에 책장 몇 개 갖다 놓은 게 전부였다. 소년원에선 극구 부인했지만, 소년들에게서 구타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었다. 오래된 건물, 널찍한 방에 10여명을 한꺼번에 가둬놓고 있었다. 엉망진창이었다.소년보호혁신위원회 활동을 하며 전국의 모든 소년원을 둘러보고 있다. 흔히 말하는 전수조사다. 전국에는 모두 열 곳의 소년원과 한 곳의 분류심사원이 있다. 시설 등이 여... -
죽음, 얼마든지 관리 가능하다
그의 이름은 차마 적지 못하겠다. 이런 글을 쓴다고 동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고, 또 보통 사람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내내 아들 아무개의 어머니로 불렸다. 딸과 아들을 두었지만, 유독 아들의 어머니로 기억되는 건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이다. 군에 간 아들이 갑자기 죽었다. 1998년 7월이었다. 군 당국은 사고라 했다. 황망 중에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직접 본 현장은 군 당국의 설명과 달랐다. 아들과 함께 있었다던 선임 병사의 말도 달랐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었다. 군 당국은 아들이 실수로 배전반에 감전되어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현장을 목격했다던 선임 병사는 평소 아들이 자기를 괴롭히는 이상한 사람으로 꼽던 자였다. 그는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배전반에서 떼어놓는 등 노력을 했단다. 단박에 거짓말인지 알았다. 인체도 전기가 통하는 도체이기에 살리려고 팔을 잡았다면 그 선임병도 감전되었을 터였다. 어머니의 ... -
국민을 위한 정치, 유방백세 정치인
유권자들이 만들어 준 결과만 뺀다면, 이번 총선은 엉망진창이었다. 무엇보다 기억할 만한 공약이 없었다. 이 당이든 저 당이든 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건지, 다수당 또는 과반수가 되면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세상은 다만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둘로 쪼개지는 것처럼 보였다. 대통령이 일할 수 있으려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려면 미래통합당을 찍으라는 게 전부였다. 둘로 쪼개진 세상에서 정의당 같은 진보정당의 자리는 찾을 수 없었다. 민주당은 통합당만큼 엉망은 아니었지만, 변변하게 내세울 게 없었다는 점은 같았다. 둘 중 하나만 강요하는 게 선거판의 속성이라지만, 내일을 위한 건설적인 대안 제시는 온통 MB식 개발공약에만 머물렀다. 막말은 차고 넘쳤다. 김대호, 차명진의 이름을 다시 거명하는 건 뜨악하다. 차명진의 막말도 문제였지만, 통합당의 대응은 한심했다. ‘자진 탈당’이란 뜨뜻미지근한 조치를 했다가 여론에 밀려 제명을 했다. 막말을 이유로 김대... -
나라사랑공제회의 경우
많은 젊은이가 공무원을 꿈꾼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 문은 닫았지만, 공무원 고시학원은 여전하다. 수험생들 열기는 늘 뜨겁다. 다들 열심이다. 공무원의 높은 인기는 신분 보장 때문이다. 공무원의 신분 보장은 헌법 사항이다. 최고위 규범이 가장 높은 수준에서 고용 안전을 보장한다. 게다가 급여도 안정적이다. 연금도 꽤 쏠쏠하다. 사회복지 분야처럼 힘든 업무를 반복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공직사회가 업무 효율을 주로 따지는 곳은 아니어서 노동조건은 대개 안정적이다. ‘격무와 박봉’은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공무원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주고 먹고살 만한 급여에다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연금까지 두루 보장하는 건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헌법 제7조의 규정처럼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며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거다. 지금 당장의 사태가 그렇다. 공무원들이 없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진료조차 받지 못하고 죽어가야 했을 거다. ... -
최영애 인권위원장의 자질을 묻는다
당사자들은 절박했다. 그제 국가인권위원회 앞.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구제조치를 요구했다. 폐쇄병동에서 집단 격리, 집단 치료는 곤란하다는 거다. 시설 수용자도 다른 환자들처럼 안전한 치료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거다. 상황은 엄중하고 요구는 절박했지만 인권위는 아직까지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건강권’에 대한 중요한 현안이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주문은 많았지만 인권위는 능동적 대처, 원활한 해결과는 거리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를 빌리면 “침체하고 존재감이 없었다”. 그럼에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리는 건, 인권위가 뭔가 해줄 수 있는 법률적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긴급구제조치 권고를 통해 수용자의 구금 또는 수용 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사항을 권고할 수 있다. 인권위는 김대중 정부 시기였던 2001년 11월 출범했다. 노무현 정권 때는 논란의 한복판에서 주가를 올리기도 했다.... -
뭐가 경찰개혁인가
수사권 조정 법률안이 통과되자 곳곳에서 경찰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장 대통령부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하고, 국가경찰은 행정경찰과 수사경찰로 분리하자며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은 하나의 세트로 움직여야 한다는 거다. 전혀 다른 차원의 목소리도 있다.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경찰공화국”이란 악담이 그렇다. 물론 검사의 말이다. 그래도 “경찰개혁안은 어디로 사라졌냐”는 질문에는 답변이 필요하다. 일단 사실관계부터 따져보자.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권한은 줄어들고, 경찰 권한은 더 커졌을까?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 지휘를 없애고, 검사와 경찰관이 ‘서로 협력한다’고 바뀌는 건 맞지만, 이는 명목에 불과할 뿐, 수사의 실질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을 거다. 명칭만 협력적 동반자 관계라고 부른다고 검사와 경찰관의 상하관계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예전 형사소송법 표현을 빌리면 검사는 여... -
공공의료기관부터 바꿔보자
새해를 맞아 금연을 한다, 술을 끊거나 줄이겠다, 운동을 하겠다는 등의 결심을 한다. 올해는 꼭 지키겠다며 떠오르는 해를 보며 다짐하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하는 다짐들은 대개 건강하게 살자는 거다. 물론 건강이 최고다. 한국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세계 최고다. ‘건강염려증’을 앓고 있나 싶을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본인 건강이 양호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국인은 29.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88.5%가 스스로 건강하다고 응답한 캐나다는 물론, OECD 가입국 평균인 65.7%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한국 사람들은 병원에 세계에서 가장 자주 간다. 국민 1인당 연간 16.6회로 OECD 평균 7.1회의 두 배가 넘는다.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도 세계 최장이다. 한국인의 평균 입원일수는 연간 18.5일로, OECD 평균인 8.2일에 비하면 두 배 이상 길다.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병원에 자주 가고, 입원도 오래... -
나라를 어지럽히는 검찰
정확한 진상이야 알 수 없다. 쏟아지는 언론보도를 좇는 것도 힘들다. 싸움은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복잡하지만 양상은 대개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부산시 경제부시장 유재수가 뇌물을 받는 등 범죄 혐의가 짙은데도 그에 대한 감찰이 청와대에 의해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한 축은 청와대로부터 관련 첩보를 받은 경찰이 무리한 수사 끝에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를 낙선시켰다는 것이다. 다들 아는 것처럼 의혹의 핵심은 모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하고 있다. 이건 물론 검찰이 짜놓은 판이다. 공방이 오가는 중에 청와대에 파견 나와 일했던 검찰 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무거운 부담을 느낀 탓이겠지만, 그 실체가 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죄송하고 가족을 잘 부탁한다고 했다는 단편적인 사실만 전해질 뿐이다. 게다가 검찰과 경찰은 죽은 자의 휴대전화를 놓고 뺏고 빼앗기는 희한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비밀번호를 걸어둔 최신형 ... -
남영동 대공분실과 민주화운동기념관
남영동 대공분실. 이 악명 높은 고문시설은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이 시설을 만든 사람은 당대 최고라 칭송받던 건축가 김수근이었다. 88올림픽 주경기장과 체조, 수영, 사이클 경기장을 모두 설계했던 사람이다. 김수근 주변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남영동 대공분실은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물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조사자의 공간과 피조사자의 공간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마치 사람이 사는 집과 짐승 우리가 다른 것처럼, 빛과 어둠이 대비되는 것처럼, 각각의 공간은 너무도 다르다. 먼저 경찰관들이 활동하는 공간은 남향을 기본으로 구성되었다. 잘 꾸며진 일본식 정원, 동시에 두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널찍한 테니스장, 통유리로 꽤 괜찮은 전망을 만든 식당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배려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제법 울창한 작은 숲도 있다. 똑같이 생긴 방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모든 공간은 용도에 따라 크기도 배치도 제각각이다. 1970년대 건물로 믿기지 않을 만큼 ...